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한 장면. 송재림이 맡았던 김선생의 모습이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한 장면. 송재림이 맡았던 김선생의 모습이다.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인터뷰 말미에 배우 송재림이 자신이 택한 연기의 길을 두고 던진 한 마디가 강했다. 그는 "겉멋을 덜어가고 싶다"고 저음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이를 들으며 이제 30대로 접어든 송재림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첫 번째 과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멋이 들었다'는 표현엔 속이 빈 채로 겉만 화려해 보인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기억해보면 사실 송재림이 그간 보인 역할은 겉멋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진폭이 꽤 넓다. 데뷔작인 영화 <그랑프리> 이후 송재림은 때론 왕의 옆을 지키는 우직한 신하(드라마 <해를 품은 달>)였다가 마성의 매력을 지닌 터프남(드라마 <네일샵 파리스>)이었다.

최신 출연작인 MBC 드라마 <투윅스>에서 송재림은 당당히 악역을 소화했다. 그것도 반전을 지닌 캐릭터였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부터 기간을 재면 약 3년의 시간 동안에 보인 변신이었다.

"대사 없는 김선생...나만의 톤 잡기 어려웠다" 

<투윅스> 후반부에서 송재림이 맡았던 김선생은 문일석(조민기 분)에게 "저는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 김선생의 이 질문은 곧 한치국(천호진 분)이 실제 아버지로 밝혀지며 풀리게 된다. 냉혈한이라지만 결국 김선생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진 입체적인 인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드라마 속 대사였지만, 그 말은 배우의 길로 접어들고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인 송재림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한 장면. 송재림이 맡았던 김선생의 모습이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한 장면. 송재림이 맡았던 김선생의 모습이다. ⓒ MBC


"시놉시스 상 힌트가 많았던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무표정에 감정이 없는 사이보그 같은 냉혈한'이라고만 돼 있었죠.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지 제겐 큰 숙제였어요. 김선생 역할을 위해 오디션을 준비했는데 나만의 톤을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4회까지 대본이 나왔던 상태였지만 김선생은 정작 대사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해야 하니 참 어려웠죠.

제가 갖고 있는 톤보다 한 단계 낮게 가는 식으로 임했어요. 나름 분위기에 맞춰간다는 생각이었는데 정작 너무 톤이 낮으니 제가 보일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리액션 부분에 더 신경을 쓰기로 했어요. 장태산(이준기 분)과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그냥 서 있기만 하면 식상해질 수 있으니 목을 한 번 꺾어 보거나 미세하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 보는 정도였죠."

이런 부분은 함께 악역을 연기했던 조민기와 김혜옥의 어깨 너머에서 터득한 비기였다. 마냥 어려워보였던 선배였지만 조민기, 김혜옥은 촬영 때마다 먼저 다가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연기 조언보다는 현장을 편하게 만들면서 촬영 때는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이 송재림에겐 큰 배움이었다.

"정말 선배님들에게 업혀간 기분이에요. 이번에 리액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았거든요. 조민기 선배가 딱 이런 조언만 해주셨어요. 호흡을 조금만 더 길게 가보자고 하셨어요. 상대의 표정을 받을 때 마지막에 살짝 더 느낌을 주고 끝낼 수 있다면서요. 자세히 보니 조민기 선배는 눈썹을 잘 쓰시더라고요. 그런 게 다 배움이었죠."

모델 출신? "연기는 전부터 시작하고 있었어요"

송재림을 수사하는 말 중 '모델 출신 배우'가 있다. 분명 영화 데뷔 직전 2010년 모델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붙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송재림은 "모델 일을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미 모델을 하기 전부터 연기를 배우고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아마 연기로 먼저 알려졌다면 연기 데뷔를 했겠죠? 어쩌다보니 모델로 풀려서 그렇게 다들 알고 계세요. 물론 부담감은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델을 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연기를 접했을 땐 뭣도 모르고 덤볐죠. 진정성도 없었고 어쩌다가 연기에 대한 마음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상 문법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취미가 생긴 거였죠. 사실 제가 20대엔 그렇게 적극적인 자세가 아니었어요. 때문에 시간 낭비도 좀 했고요. 어느덧 보통의 대학생이면 취업을 앞둔 28, 29살이 됐는데, 그때 다시 돌아본 거예요.

연기를 위해 제가 들인 시간이 아쉽더라고요. 집에 돈이 많아 유학 등의 도피처이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시간에 대한 아쉬움에서 진정성이 왔던 거 같아요. 책임지고 밥벌이 정도는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관심이 자라난 거죠."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한 장면. 송재림이 맡았던 김선생의 모습이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한 장면. 송재림이 맡았던 김선생의 모습이다. ⓒ MBC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연극이나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이상 송재림에게 촬영 현장은 낯섦 그 자체였다.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방송 및 영화 용어는 물론이고 각종 촬영 기법 등까지 섭렵했다. 현장 스태프들과 작품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작가님, 카메라 감독님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에 대해 더 진지해지더라고요. 장난이 아닌 게 되니 발전하고픈 욕심도 생겼고, 미흡했던 점도 보이기 시작했죠. 그게 <해를 품은 달> 이후부터였습니다. 예전엔 기회만 덥썩 물었는데 제가 소화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하면서 반성했죠. '그렇게 기회를 기다렸는데 난 왜 버벅거리고 있나' 라면서요."

반성을 거듭하며 송재림은 배우에 대해 스스로 오해하고 있던 생각을 고쳐나갔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송재림은 "20대엔 겉멋이 들었었는데 그걸 덜어가고 있다"며 "개인적인 허세를 지나 이젠 진짜 제 나이처럼 보이고 연기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투윅스> 이후 송재림은 진짜 시작점이자 전환점을 맞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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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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