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이 불안하다. 지난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부활의 가능성을 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지동원이 올 시즌 친정팀 선덜랜드에서 또 한 번 주전 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언론과 팬들의 불신 속에 감독의 신뢰도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지동원은 최근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지만 성과는 초라했다. 두 경기 모두 50분을 채우지 못하고 가장 먼저 교체됐다. 지난 8월 28일 캐피털원컵 2라운드 MK돈스전에서는 49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리그 첫 선발 출장이었던 지난 1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전반이 끝나가 바로 교체됐다.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은 지동원에 기회는 줬지만 충분한 신뢰는 주지 않았다.

늘어나는 경쟁자·여론의 압박... 이중고 시달리는 지동원

지동원의 플레이 자체도 합격점을 받기에는 부족했다. MK돈스 전에서는 자신의 실책으로 선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비판의 표적이 됐다. 전 경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맞이한 크리스탈 팰리스전 역시 부진은 이어졌다. 조지 알티도어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면서 디 카니오 감독은 지동원과 위컴을 나란히 투입하며 기회를 줬으나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독일 시절과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감과 동료들의 믿음이었다. 지동원은 약체팀인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동료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같은 국가대표 동료인 구자철이 함께 있었다는 것도 지동원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포지션 경쟁자들이 넘치는 데다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큰 선덜랜드에서 지동원의 플레이는 초조하고 쫓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MK돈스전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정작 전방에서 위협적인 장면은 만들지 못했다. 이날 지동원에가 가장 좋은 기회는 전반 20분 크로스 상황에서 나온 헤딩. 하지만, 슛도 아닌 어정쩡한 플레이로 타이밍을 놓쳤다. 이런 장면은 컨디션이 좋을 때라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플레이다.

공교롭게도 지동원이 빠지고 나서 경쟁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MK돈스전에서는 코너 위컴이 두 골을 터트리며 팀의 4-2 역전승을 이끌었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스티븐 플레쳐가 후반 지동원과 교체투입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기적이다 싶을만큼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경쟁자들과 달리, 이타적이다 못해 동료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이 자신감이 결여된 지동원과 모습은 그의 불안한 현재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선덜랜드는 올시즌 리그 개막 이후 1무 2패로 초반부터 하위권에 처졌다. 지난 시즌도 17위 간신히 강등권을 벗어나며 1부리그에 잔류했던 선덜랜드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지동원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가닥 희망적인 것은 국가대표 동료인 기성용이 최근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이 확정되며 지동원에게 새로운 지원군이 생겼다는 점이다. 기성용은 현재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한 선덜랜드의 중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수 있는 존재다. 디 카니오 감독이 만일 기성용을 중용한다면, 이미 대표팀을 통해 기성용과 수 차례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지동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선발 출전 경기에서 동료들로부터 패싱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던 지동원으로서도 기성용과의 호흡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홍명보호, 원톱 부재... 제3의 대안 있을까

지동원의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게도 딜레마가 커진다. 출범 이후 네 경기에서 한 골에 그치며 극심한 공격력 난조와 공격수 부재에 허덕이고 있는 홍명보호는 9월 아이티-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유럽파의 합류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4-2-3-1을 주로 구사하는 홍명보호에서 최전방을 책임질 원톱 자원에 적임자를 구하지못한 것은 가장 큰 고민중 하나였다. 이번에 소집된 국내파-해외파를 아울러 홍명보호에서 아직 테스트하지 않은 원톱 자원은 사실상 지동원뿐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지동원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홍명보 감독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 물론 손흥민-구자철-이근호-조동건 등이 있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원톱이라기보다는 2선 공격수에 더 가까운 선수들이다.

지동원이 만일 대표팀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국내파와 해외파를 아울러 홍명보 감독의 입맛에 부합하는 원톱 공격수를 찾기 쉽지않다는 점이다.

베테랑 이동국은 6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는 상태고, 김동섭과 김신욱은 지난 평가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주영은 대표팀보다 현재 뛸 수 있는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는 게 급선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제로톱' 전술이 거론되고도 있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바 있다. 홍명보 감독에게 제3의 대안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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