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매년 8월이면 충북 제천에서 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 벌써 아홉 살이 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점점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6일간 95편의 음악영화와 40번의 음악공연이 펼쳐졌던 JIMFF는 19일 폐막식을 끝으로 축제의 장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상영됐던 95편의 영화 중 개막작과 하루에 세 편씩 꼬박꼬박 영화를 관람해 총 13편의 영화를 보았다. 13편은 <팝 리뎀션(Pop Redemption)><로스킬레 페스티벌(Roskilde)><투게더(Together)><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Bloody Daughter)><열정 소나타(Appassionata)><솔로(Solo)><키드 브라더(The Kid Brother)><메르세데스 소사: 라틴아메리카의 목소리(Mercedes Sosa: The Voice of Latin America)><시규어 로스: 발타리(Valtari Film Experiment)><안전불감증(Safety Last!)><산 안드레우 재즈 밴드 이야기(A Film about Kids and Music. Sant Andreu Jazz Band)><팀 버클리에게 바침(Greetings from Tim Buckley)><우드스탁의 추억(Woodstock: Now and Then)> 등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세 편을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선정했다.

BEST 1.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
- 엄마의 인생에 박수를

  영화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영화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 JIMFF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감독 스테파니 아르헤리치(Stephanie Argerich)의 어머니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이다. 어머니가 점점 나이 들어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그녀는 카메라로 엄마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영상에 담아 오래 기억하고자 한 그녀의 바람이 영화로 이어진 것이다.     

영화는 피아니스트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엄마로서 여인으로서, 또 음악가로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세 남자 사이에서 세 딸을 두었고, 비록 사랑하는 남자들과는 일찍 헤어졌지만 딸들은 사랑으로 키웠다. 특히 막내딸인 감독은 학교에 빠지고 엄마와 연주여행을 떠날 정도로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딸들이 엄마와의 추억을 증언하는 장면은 저절로 관객의 미소를 자아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인 스테파니 아르헤리치와 두 딸이 엄마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느껴져 마음이 뜨끈해진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큰 묘미이다.

영화 <메르세데스 소사: 라틴아메리카의 목소리>와 비교하자면, 이 영화도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지만 아쉬웠던 점은 메르세데스 소사의 대외적 활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여인으로서 삶도 궁금한데 말이다. 그에 반해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인생을 다각도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한국어 제목이다. 영화는 원제대로 '유별난' '극성맞은' 세 딸들(Bloody Daughter)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엄마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그 딸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국어 제목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이 영화와 더욱 어울린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BEST2. <열정 소나타>
- 나의 꿈이 자라던 곳, 나의 추억이 자리하는 곳

 ? 엘레나 체르니가 체르노빌을 둘러보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 엘레나 체르니가 체르노빌을 둘러보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 JIMFF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엘레나 체르니는 유년시절을 기숙음악학교에서 보냈다. 그녀는 힘겹고 우울한 시간을 견뎌 강인한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이 영화는 그녀가 모교에 그랜드 피아노를 기부하면서 떠나는 추억 여행을 동행해서 기록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기숙음악학교, 그녀의 집, 체르노빌 등에  찾아가 그녀의 유년시절과 인생 전반을 되돌아본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스위스 생활을 볼 수 있고 과거 백혈병을 앓았지만 지금은 건강한 모습을 되찾은 내용도 언급된다.

그녀는 추억과 꿈이 깃든 모교에 또다른 나를 위해 그랜드 피아노를 기증한다. 그리고 어린 후배들이 감사의 표시로 개최한 음악회에서 다시 추억을 쌓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녀와 유년시절을 공유한 듯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또한 영화는 벌레 먹은 사과를 깎아 잼을 만들거나, 딸과 합주를 하는 등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깨알'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상영시간 82분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이상하게 지루하지 않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열정'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

BEST3. <산 안드레우 재즈 밴드 이야기>
- 음악과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 우리는 언제나 유쾌, 상쾌, 발랄

   <산 안드레우 재즈밴드 이야기>의 한 장면.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 J IMFF

<산 안드레우 재즈밴드 이야기>의 한 장면.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 J IMFF ⓒ 이승현


스페인 프로젝트 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산 안드레우 재즈 밴드 이야기>를 보는 동안 문득문득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가 생각났다. 가난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음악으로 열정과 희망과 꿈을 얻는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명을 내세운 산 안드레우 재즈 밴드는 음악 수업을 통해 결성된 6세에서 18세의 어린이,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재즈·스윙 밴드이다. 영화는 밴드를 통해 화합과 음악을 배운 아이들이 11월 30일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까딸루냐 음악당(Palau de la Musica)'의 수많은 청중 앞에서 공연을 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들의 연습 과정과 공연에서 어떤 무대를 펼쳤는지를 담고 있고, 많은 음악 관계자들이 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신나는 재즈 선율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들썩이게 한다. 재즈 선율로 관객을 매혹시킨 비결은 단 하나. 그들에게 음악은 '음학'이 아니라는 점이다. 외우지 않고 느낌으로 익힐 뿐이다. 노래가 슬픈지 기쁜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마음으로 부르고 연주해야 하는지 느낀 대로 표현한다. 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그저 '아빠미소'로 답할 수밖에. 영화를 보고 나니 그들의 삶이 더욱 궁금해졌다. 연습하는 내용과 공연 장면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 열정 소나타 산 안드레우 재즈 밴드 이야기 JIM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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