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서 배우가 된 박선우

가수에서 배우가 된 박선우 ⓒ 창작컴퍼니다


1990년대 연말이면 십대 가요대상 후보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가수가 있었다. 이들 중 한 그룹이 박선우가 노래하던 남성 듀오 미스터 투였다. 박선우는 채시라의 후배이자 김혜수, 유준상과는 대학 동기다.

만일 박선우가 가수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2012년 종영한 <보고싶다>를 떠올리면 알기 쉬울 것이다. 박유천과 육탄전도 마다치 않았던 강렬한 인상의 성폭행범을 기억하는가. 그가 바로 박선우다.

가수에서 배우로 거듭난 박선우는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에서 이혼 직전의 중년 남성 잭을 연기한다. 가수 출신의 연기자가 어떤 감성으로 위태로운 중년 남성의 심정을 노래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박선우를 KT&G 상상아트홀에서 만났다.

- 국방부 뮤지컬 <프라미스> 후 <투모로우 모닝>을 맡았다.
"대극장용 뮤지컬 <프라미스> 이후 소극장용 뮤지컬을 하고 싶었다. 이혼을 앞둔 커플 이야기라 결혼 생활의 경험을 살려 연기한다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을까 싶었다."

- 가수로 활동한지라 스케일이 큰 무대에 익숙할 텐데. 소극장 무대가 그리웠다는 답변이 의외다.
"동국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해서 연극을 굉장히 좋아한다. 가수 활동을 많이 했지만 2000년대 들어 소극장 공연도 많이 했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서는 남경주 선배와 7년 동안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 극 중 인물인 잭과 캐서린은 이혼 직전의 커플이다. 들의 관계에 결정적으로 금이 간 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잭이 바람을 피워서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잭은 보통 중년 남성의 고민을 한다. 직업이 괜찮은 것도 아니고, 가장의 위치에 대한 문제도 있다. 또 아내에게 자신감도 없다.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 창작컴퍼니다


- 극 중 잭과 자신의 결혼 생활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많은 부분이 겹친다. 한 예로 배우는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일이 있으면 돈을 만지지만 일이 없으면 백수다. 직업적인 부분에서 잭이라는 캐릭터가 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잭이라는 인물에 박선우가 많이 반영되지 않나 싶다."

-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는 데 가수로 활동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많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가요 창법으로는 힘들다. 마이크도 다르고, 뮤지컬 극장에서 가요 발성으로 노래하면 파워풀한 맛도 없고 전달력도 떨어진다.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 이런 문제로 고민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클래식 발성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클래식 발성과 가요 발성을 섞어가며 무대에 섰다. 그런데 가요를 부르던 사람이 클래식을 연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낯설고 어색해서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더라. 

오케스트라가 있는 데서 가요 발성으로 노래할 때와 클래식 발성으로 노래할 때의 감동은 다르다. 클래식 발성에 적응하니까 이제는 무대에서 편하고 자연스럽게 노래할 수 있다. <투모로우 모닝>의 넘버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뮤지컬에는 더 어려운 넘버도 있다. <투모로우 모닝>의 넘버를 들었을 때 참 좋았다. 그러면서도 이 노래를 박선우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했다."

- 국방부 뮤지컬 <프라미스> 때 넘버를 풀어가는 솜씨가 인상적이었다.
"대극장 뮤지컬은 힘으로도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소극장 뮤지컬은 감성 전달이 우선이다. 배우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관객이 명확하게 받아들이려면 감성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 무대나 브라운관의 연기는 학부 때 배운 연기론 덕일까 아니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 덕일까.
"학교에서 배운 연기론이 제 연기의 기초가 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연기론보다 중요한 건 가수의 길을 접고 무대에 오르면서 좋은 연출가와 연기 선배를 만난 것이다. 여기에 제 개인적인 경험이 맞물렸다. 연기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요즘 클래식을 전공한 젊은 배우가 많아서 넘버에서는 항상 자극을 받는다."

*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 창작컴퍼니다



박선우 보고싶다 투모로우모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