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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경우가 많은데 신중하게 삼가하라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
▲ 說 '말하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경우가 많은데 신중하게 삼가하라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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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담에 "말(馬)이 좋은지는 다리에 달렸고, 사람이 훌륭한지는 입에 달렸다(好马在腿上,好人在嘴上 hǎo mǎ zài tuǐ shang, hǎo rén zài zuǐ shang)"는 말이 있다.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할 때의 평가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던 것을 보더라도 말은 용모·말씨·판단력과 함께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돼 왔다.

중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대방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로 화술이 35%로 가장 높았으며 매너 30.6%, 표정 16.5%, 자세 6.8%, 옷차림 5.7%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말을 적시에 한다면 어딜 가든 환영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말하다'는 의미의 중국어는 말씀 설(说·shuō)이다. 제단에서 맏이(兄)가 말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말하다'는 의미로 道(dào),谈(tán),讲(jiǎng) 등이 있는데 말을 잘한다고 할 때(能说会道, néngshuōhuìdào)나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할 때(胡说八道, húshuōbādào) 함께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자에서 말(言)은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고대 중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말을 빼어나게(秀) 하는 것을 유혹(誘)하는 것으로 여기고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속이는(詐) 것이라고 여겼다.

우리말에도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어에는 "담에는 구멍이 있고 벽에는 귀가 있다(墙有缝,壁有耳, qiángyǒufèng, bìyǒuěr)"는 말이 있다. 말의 속성 자체가 날개를 달고 쉽게 남에게 전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므로 더욱 말을 단단히 묶어(兼) 겸손하게(謙) 해야 하고 말을 제사 지내듯 신중하게 삼가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세 치 혀로 천하를 합종연횡(合從連衡) 했던 소진과 장의처럼 세 치 혀로 천하를 쥐락펴락하기도 하지만 한 번의 말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자주 목도하게 된다.

5왕조 11군주를 섬기며 재상의 지위를 유지했던 처세의 달인 풍도(馮道)는 <설시(舌詩)>에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이라고 하였다. 조선시대 연산군은 이 시가 적힌 '신언패(愼言牌)'라는 나무패를 환관들에게 차고 다니게 하였다고 한다.

공허한 말은 화자의 경박함만 드러내거나 "돌을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는 생활을 하고 싶다(枕流漱石, zhěnshíshùliú)"고 해야 할 것을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漱石枕流,  shùshízhěnliú)'고 한 손초(孫楚)처럼 한번 잘못한 말 때문에 또 다른 거짓과 억지의 말을 만들어내야 할 때도 많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말에는 어떤 주술성이 담겨져 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보다 신중하고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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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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