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의학 드라마는 볼거리가 많은 만큼 현장에서 많은 품이 들어가는 장르이기도 하다. 소아외과를 주 무대로 펼쳐지는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굿닥터>(극본 박재범·연출 기민수 김진우)에서도 의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3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아침 8시에 시작한 수술신, 끝나니 다음날…"마의 신이다"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주원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주원 ⓒ 로고스필름


공교롭게도 <굿닥터>의 의사 3인방, 주원·문채원·주상욱은 모두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의사 가운을 입었다. 의학 드라마를 경험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자폐 성향을 가진 천재 의사 박시온 역의 주원은 "수술신은 정말 끝나지 않는 신이다. 시작했는데 끝날 생각을 안 한다"라며 "수술실에 한 달 넘게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의학 용어를 말하면서 동시에 행동을 말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의학드라마다 보니 역시나 대본이 가장 어렵더라고요. 누구든 그렇겠지만 의학용어가 참 어려워요. 평소 하지 않는 말이니까요. 특히 저는 시온이 말투로 의학용어를 말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또 현장에서 자문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들이 일일이 알려주시긴 하지만 이 (의료) 도구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도 어려워요." (주원)

"마의 신"이라며 주원의 말을 거든 소아외과 펠로우 2년차 차윤서 역의 배우 문채원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그는 "매 회 수술신이 한두 개씩은 있는데, 그 안에서 의사들의 감정을 마스크를 쓴 채로 눈만으로 표현한다는 게 새로운 지점"이라며 "또 워낙 많은 인원이 들어가고 바스트 샷을 일일이 찍어야 하는데, 어디서 편집이 될지 몰라 계속 집중해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주상욱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주상욱 ⓒ 로고스필름


이들의 '윗선'이자 뛰어난 실력의 외과 의사를 연기해야 하는 주상욱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원형탈모가 생겼을 정도"라고 고백한 주상욱은 "전작인 <특수사건전담반 TEN2>와 시기가 맞물려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며 "<TEN2> 촬영장에서도 계속 연습하고, 집에서도 타이 연습만 하는 등 어떤 작품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배우들이 '수술실에 12시간씩 있었다'고 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침 7시에 준비해서 8시에 촬영을 시작하고 나오니 다음날 오전 2시더라"고 회상했다.

이들의 말에 병원 재단을 이어받을 경영기획실장 유채경 역의 김민서는 "수술신에 들어간 배우들이 '하루 종일 있다, 지겨워 죽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나도 같이 하고 싶다"며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전문금융인 출신으로 남모를 음모를 꾸미고 있는 병원 부원장 강현태 역의 배우 곽도원이 "그게 뭐가 부럽냐"라며 "나는 수술방에 들어가지 않지만, 쟤들을 보면 '개고생'한다 싶다"고 받아쳐 현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문채원·주상욱, 힘들어도 의사 연기하는 재미에 푹~

그럼에도 배우들은 처음 맛보는 '의사 연기'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평소 의사들에 대한 존경과 동경을 갖고 있었다"는 문채원은 "의사는 평생 해보지 못할 직업인데, 연기로나마 몇 개월 표현해 볼 수 있다는 게 재밌다"며 "의사들의 리얼함을 담아내는 게 과제 중 하나라 생각한다. 예뻐 보이는 걸 신경 쓰다 보면 캐릭터적인 부분을 놓칠 게 뻔해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종병기 활> <공주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등에 이어, <굿닥터> 역시 '여성의 주체성'을 표현하는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도 문채원은 "사회적으로 여성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그런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스스로도 수동적이거나 남에게 끌려가는 캐릭터보다는 주체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 작품을 보다가도 그런 것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캐릭터가 주체성을 갖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맡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고 덧붙였다.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문채원

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에 출연하는 배우 문채원 ⓒ 로고스필름


그런가 하면 주상욱은 그간 표현해 왔던 캐릭터를 넘어서 또 다른 인물상을 표현해야 한다. "'실장님' '팀장님' 등을 진짜 많이 연기했다"고 운을 뗀 주상욱은 "이번에도 소아외과 레지던트들과 펠로우들을 이끄는 부교수라 어떻게 보면 팀장이지만, 기존 실장님들이 일은 안하고 연애만 하는 데 반해 김도한은 일만 하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꼭 의사나 왕을 이야기했다"며 "그런 와중에 <굿닥터> 대본을 봤는데, 작가님이 날 보고 쓰신 것 같았을 정도로 그냥 내가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한 주상욱은 전작과의 차별성을 두고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작에서 굉장히 시크한 형사 여지훈을 연기했는데, 이번에 김도한 역을 맡으면서 '여지훈이 흰 가운 입고 병원에 있는 것 아냐?'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고민했어요. 그래서 원형탈모도 생긴 것 같고요. (웃음) 하시만 막상 촬영해 보니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진짜 의사가 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주상욱)

한편 <굿닥터>는 <굿바이 솔로> <그저 바라보다가> <오작교 형제들>의 기민수 PD가 연출을 맡고, <신의 퀴즈> 시즌 1부터 3까지의 대본을 맡은 박재범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주원·문채원·주상욱·김민서·곽도원·천호진·나영희·고창석·정만식 등이 출연하며, <상어> 후속으로 오는 8월 5일 오후 10시 첫 방송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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