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의 '무개념'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음주운전 파문에서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사고 자체도 문제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해프닝 정도로 안이하게 대처하는 야구계 전반의 도덕불감증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넥센 내야수 김민우는 지난 10일 새벽 무면허 상태로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KBO로부터 3개월 활동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구단 자체적으로도 KBO와 별도로 정규시즌 30경기 출장 금지와 선수단 내규에 따른 벌금 일천만원을 부과했다.

넥센은 황급히 김민우를 말소시키고 대체선수로 신현철을 2군에서 불러올렸지만, 신현철도 두 달 전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검찰에 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줬다. 신현철은 지난 4월 서울 강남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 중 차량사고를 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입힌 사실이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던 넥센은 이 사건으로 선수단 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사실이 밝혀졌고, 구단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말았다.

한화 김태균은 최근 인종차별 발언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0일 방송된 한 인터넷 야구방송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야구선수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언급하던 중 진행자가 김태균의 멘트를 소개하며 "롯데 투수 쉐인 유먼(흑인)이 얼굴이 까매서 마운드 위에서 웃으면 얼굴과 공이 겹쳐보여 치기가 힘들다"고 했다는 것.

방송을 들은 청취자들은 즉각 인종차별성 발언이라고 지적했고, 진행자가 황급히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수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치달은 뒤였다. 사태가 커지자 김태균은 구단을 통하여 "유먼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여야했다.

끊임없는 사건사고, 과연 개인의 문제인가

일부 개념없는 몇몇 선수들이 저지른 개별적인 사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높은 연봉을 받으며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프로 선수들이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물의를 빚고있는 것은, 자칫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불과 얼마전 LG 투수 임찬규는 방송 인터뷰중인 팀동료와 여성 아나운서에게 세리머니라는 명목으로 물을 끼얹고 달아나 논란을 일으켰다. 임찬규의 경솔한 행동은 지탄을 받을만했지만 이튿날 한 방송 관계자가 SNS에 "야구인들의 인성교육"을 운운하며 문제가 커졌다.

야구인들은 발끈했고, 선수협에서도 성명을 내며 "야구인들의 명예를 모독하는 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핵심은 한 개인의 우발적 행동으로 벌어진 사건을 가지고 야구계 전체를 일반화시켜 깎아내리지 말라는 반발이었다. 당사자와 구단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로 마무리지었어야 했을 사건이 엉뚱하게 방송계와 야구계간의 감정싸움으로 초점이 변질된 모양새였다.

문제는 임찬규가 '초범'이 아니었다는 점, 임찬규는 작년에도 같은 행위를 저지르며 피해를 입은 여성 아나운서 역시 공교롭게도 동일인물이었다. 해당 방송사 관계자는 여러 차례 일찌감치 '물 세리머니' 자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찬규는 물 세리머니 당시 인터뷰하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방송 스태프들의 제지를 무시하고 물을 뿌리는 장면이 포착되며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물을 뿌린 사유에 있어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배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모든 입장을 종합해보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임찬규도 문제지만, 이런 사건들이 단지 선수 개인의 독단적 의지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찬규 사태가 벌어진지 얼마되지도 않아 인종차별 논란과 음주운전 파문 등 일부 야구선수들의 도덕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이제는 단지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기에 앞서, 야구인들이 정말로 사회적 책임감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야할 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벼락이 애교수준이었다면, 음주운전이나 인종차별은 그야말로 범죄이자 해외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서는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임찬규 물벼락 사태가 벌어졌을때만 해도 야구인들의 명예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야구계와 선수협은 정작 인종차별과 음주파문에 대해서는 크게 공식적인 반응을 나타내지않았다. KBO 역시 고작 단기적인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할 일 다했다는 식이다.

문제가 생겼을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징계적인 처벌로 끝나는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과 원칙의 수립이다. 예를 들어 김태균의 인종차별 발언은 본인의 사과와 유먼의 용서라는 개인 혹은 구단간의 차원에서 수습될 문제가 아니라 KBO와 선수협 차원에서 엄밀한 진상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할 사안이었다. 필요하다면 김태균도 출장정지와 벌금같은 강도 높은 징계를 받았어야 했다. 문제가 될 인종차별성 발언을 아무런 검토도 없이 농담이라고 버젓이 방영한 한심한 인터넷 방송과 그 진행자도 마찬가지다. 인종차별이 우발적이든 아니든,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명확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야구선수들이 음주사고로 물의를 빚는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넥센발 파동은 각각의 사건만 보더라도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당사들이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과 책임감이 결여된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훨씬 심각성이 있다.

김민우는 음주운전만 아니라 무면허에 도주 혐의까지 받고있다. 신현철은 김민우의 대타로 1군행에 오르며 음주뺑소니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다가 결국 언론에 뒤늦게 밝혀지며 질타를 받았다. 더구나 팀동료 유선정은 신현철의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 상스러운 욕을 섞어가며 "사건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알려졌다"고 피해자와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내비쳐 팬들로부터 '제 식구 편들기'라는 역풍을 맞아야했다.

팬들이 야구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게 아니다. 공인을 떠나 일반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책임감과 상식이다. 그들이 저지른 행동에 비하여 몇 개월의 출장정지나 벌금 등은 대중의 시각에서 보기에 결코 과한 징계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지 그들이 징계를 받는 것으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들을 통하여 야구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더 뼈저리게 자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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