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이언맨3>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 영화 <아이언맨3>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2001년 4월 24일 새벽, 로스앤젤레스 남서부 컬버 시티의 어느 으슥한 골목에서 당시 인기드라마 <앨리 맥빌>에 출연 중이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체포되었다. 죄목은 마약소지 및 복용 혐의였다. 그가 <앨리 맥빌>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로 그해 1월,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후였다.

그의 마약복용 이력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영화감독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미 어린 시절부터 손대기 시작한 마약은 재능 있는 이 젊은 배우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켰고,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감옥과 재활센터를 밥 먹듯 드나들며 이미 할리우드의 트러블메이커로 악명을 떨치던 중이었다.

체포된 지 며칠 후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3년 및 마약중독 재활센터 치료 선고를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해 7월부터 또다시 재활 신세를 지게 됐다. 중요한 배역으로 출연 중이던 드라마의 하차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미 여러 영화사와 방송국의 수뇌부들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힌 바 있는 그의 재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재활센터에서 지낸지 8개월이 지난 2002년 3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고등법원 판사가 배석한 보호관찰 보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러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 스스로 고백했다시피, 그는 재활센터를 나서는 순간까지도 아직 마약에 대한 유혹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가 마약과 관련하여 매스컴에 오르내린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이 시기 이후, 그는 평생을 시달려온 마약을 완전히 내려놓고 타고난 연기력을 발판으로 배우로서 만개할 시기를 맞이했다.

마약에 찌든, 할리우드 천덕꾸러기 시절

 영화 <채플린>의 한 장면

영화 <채플린>의 한 장면 ⓒ Carolco Pictures Inc.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96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영화감독이자 배우로 알려진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로, 1970년 자신이 연출한 영화 <파운드>에 당시 다섯 살이던 밥(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애칭)을 출연시킴으로써 일찌감치 아들을 연기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 부친의 영화 여러 편에 단역으로 출연한 밥은 어릴 때부터 배우가 자신의 천직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 십대 시절부터 다수의 영화와 뮤지컬,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쇼> 등에 닥치는 대로 출연하며 점차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눈에 띠게 된다.

세간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최초의 영화는 1987년에 출연한 <회색도시>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술과 마약에 찌든 20대 초반의 청년 줄리안을 연기하였는데, 당시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깊이 있는 연기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2년 영화 <채플린>에서 전설적인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을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듬해에 치러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여인의 향기>의 알 파치노에게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불과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그에 대한 대중과 평단의 찬사는 엄청난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거머쥔 배우로서의 성공에 도취된 것일까.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종종 접해오던 마약을 본격적으로 탐닉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코카인, 마리화나, 헤로인 등의 약물소지 및 복용혐의로 감옥과 재활센터를 수도 없이 들락거리는 신세가 됐다. 이 시기에도 그는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고 있었지만 잦은 촬영펑크와 난폭한 기행으로 동료 배우와 감독들이 기피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러 마약을 완전히 끊게 된 데에는 절친한 친구인 멜 깁슨과 현재의 아내가 된 영화 <고티카>의 프로듀서 수잔 레빈 등 주변 지인들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술과 마약으로 인해 폐인에 가까운 생활을 했지만, 그가 지닌 타고난 연기력은 너무도 아까운 재능이었기에 바닥까지 떨어진 그의 명성을 다시금 일으키려는 주변인들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귀중한 청년기의 시간들을 방탕하게 흘려보낸 그 자신의 회한도 더하였는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침내 마약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연기활동에 전념하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굿 나잇 앤 굿 럭><키스 키스 뱅뱅><조디악> 등의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한 그는 이 시기 마침내 인생의 전환점에 해당할 운명적인 배역을 맞이하게 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니 스타크를 만나다

 영화 <아이언맨3>의 한 장면

영화 <아이언맨3>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DC 코믹스와 더불어 미국의 거대 만화출판업체에 해당하는 마블 코믹스는 자사의 유명 히어로캐릭터-엑스맨,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4-들에 대한 라이선스를 다른 영화사에 꾸준히 매각하여 왔다. 2000년 대 중반, 마블 코믹스는 워너브라더스를 앞세운 DC 코믹스의 공세에 자극을 받아 직접 스튜디오를 차려 자사의 인기캐릭터들을 스스로 영화화하고자 하였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내정된 것이 <아이언맨>이었다.

애초 마블 스튜디오의 간부진들은 '아이언맨'으로 변신하는 막대한 재산가 토니 스타크의 배역으로 젊고 건장한 이미지의 스타급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감독으로 결정된 존 파브루는 아무도 예상 못한 배우의 이름을 언급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 나이 많은 마약중독자를 슈퍼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쓰란 말인가?" 마블 스튜디오의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그의 연기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인정하였지만, 사실 스타성과는 거리가 있는 배우인데다 젊은 층을 공략해야 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시키기에는 이미 마흔을 넘긴 그의 나이가 부담스럽게 다가온 것이다.

존 파브루는 간부진들을 설득하였고, 결국 사전 스크린테스트를 받게 하는 조건으로 그를 불러들이는데 성공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도 토니 스타크 배역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수많은 영화들에 출연해온 중견배우인 그가 <채플린> 이후 처음으로 스크린테스트를 받는다는 것은 자칫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 일이었지만 그는 이에 기꺼이 응하였다.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이후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구현될 토니 스타크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단 한 번의 테이크 만에 제작자 및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2008년에 개봉한 <아이언맨>은 미국 내에서만 3억 1840만 달러에 이르는 대성공을 거두며 마블 스튜디오의 확고한 인기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언맨>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이 지닌 매력에서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다크 나이트>로부터 비롯한 슈퍼히어로물의 시대적 조류-고뇌에 찬 비장함-와는 거리가 먼 토니 스타크 특유의 가벼움과 익살은 어느 슈퍼히어로에게서도 느끼기 힘든 인간적 면모를 지닌 것이었고, 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탁월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구현되기 힘든 성격의 캐릭터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 시리즈 이외에 <인크레더블 헐크><어벤져스> 등의 마블 스튜디오 영화에서도 연달아 토니 스타크 역으로 출연하며 대체 불가능한 괴짜 슈퍼히어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한, <트로픽 썬더>와 <셜록 홈즈> 시리즈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데뷔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아이언맨3' 이후, 토니 스타크 계속 볼 수 있을까

 영화 <아이언맨 3>의 한 장면

영화 <아이언맨 3>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마블 스튜디오의 세 번째 '아이언맨' 시리즈 <아이언맨3>는 2편까지 연출을 맡은 존 파브로를 대신하여 <키스 키스 뱅뱅>의 감독 쉐인 블랙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애초 3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인지라 현재로서는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계약 또한 공식적으로는 <아이언맨3>를 끝으로 만료된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후속작에 관한 마블 스튜디오의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또한 시리즈가 만족할 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자신이 너무 늙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토니 스타크 배역을 맡을 용의가 충분히 있음을 밝혔으니 말이다. 토니 스타크를 만나 배우인생에 날개를 달게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아이언맨3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블 슈퍼히어로 마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