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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범하는 감독조합의 출발은 활기찼으나,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이사장을 뽑은 영화인총연합회는 노쇠화로 쇠락해 가는 원로 영화계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쪽은 생동감이 넘쳤다면 다른 한쪽은 고성과 실랑이 속에 어수선함이 엿보였다.

지난 4월 1일과 2일 충무로에서는 각각 한국영화감독조합 창립총회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두 행사는 각각 영화계 신구 세력으로 불리는 젊은 영화인들과 원로 영화인들이 모인 대표적 행사였다.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영화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쪽과 기득권에 얽매여 기울어가고 있는 쪽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총회]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위해서도 메가폰 잡을 것"

 4월 1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감독조합 창립총회에서 이준익 대표가 이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다

4월 1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감독조합 창립총회에서 이준익 대표가 이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다 ⓒ 성하훈


먼저 1일 대한극장에서 열린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 대표 이준익 감독) 창립총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김의석 영진위원장을 비롯해 <주리>를 연출하며 입봉한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김동호 감독·원로 하명중 감독·정지영 감독·류승완 감독·배우이기도 한 구혜선 감독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명 감독들이 빠짐없이 참여해 감독조합의 출범을 지켜봤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제작 현장에서 만든 축하영상을 보내오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정윤철 감독은 "감독들을 위해서만이 아닌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위해서 메가폰을 잡겠다"는 말로 감독조합의 출범의 의의를 강조했다. 대표를 맡은 이준익 감독은 "장기적으로는 미국영화감독조합처럼 드라마나 방송 PD들까지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한지승 감독의 설명으로 영화계의 현안이기도 한 표준계약서에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감독조합은 2005년에 만들어졌으나 이전까지는 감독들 간의 이익단체로만 활동해 왔다. 이번에 사단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명실상부한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조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한국영화감독협회(이하 감독협회)가 감독들을 대표하는 유일한 조직이었으나, 감독조합의 등장으로 사실상 감독협회의 존재감이 미약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독협회는 가장 오래된 조직이나 1970~80년대 활동했던 원로 감독들이 주로 모여 있고 영화계 현안이나 감독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감독들은 거리를 둬 왔다.

특히 감독협회는 이사장 선거 등을 비롯해 각종 행사 개최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 문제로 고소고발 및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이사장도 공석인 상태다. 이사장을 맡았던 정인엽 감독은 춘사영화제 보조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김호선 감독은 행사 대행을 미끼로 이벤트 회사에 거액을 차용한 후 이를 갚지 않는 등 크고 작은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 주위에서는 몇몇 감독이 이권에만 몰두한 나머지 감독협회를 비리가 점철된 곳으로 전락시켰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감독협회는 한때 이민용·정지영·장현수 등 일부 감독들이 개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2010년 총회를 앞두고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젊은 감독 50여명의 회원 자격을 조정해 사실상 선거권을 박탈하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새 이사장 선출 자체가 무효화됐으나 연관된 소송들이 이어지면서 법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감독협회를 정상화 시키려고 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감독조합이 별도의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게 된 과정으로 이어졌다. 감독조합에 참여한 한 감독은 "선배 감독들과 함께 양분된 감독조직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지만 감독협회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영화인총연합회 총회] 남궁원 신임 회장 선출... 대종상영화제 논란

지난 2일 서울 남산 대종상시사실에서 개최된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연합회) 총회는 2월 28일의 회장 선거가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족수 미달로 유회되면서 다시 열린 총회였다. 하지만 한 달 사이 복잡한 일이 여러 건 생겼다.

임기가 끝난 이사회가 일부 회원을 제명시키고 소속된 협회별로 대의원 재선임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한 회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총회는 지난 2일에야 간신히 열리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듯 행사장 입구는 소란스러웠다. 대의원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불허했고 취재나 참관도 허락되지 않으면서 일부 영화인들이 진행요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영화인이 아닌 사람을 대의원으로 내세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대의원은 "선거 전날 한쪽에서 돈을 엄청 뿌리던데, 피해 다니느라 고생했다"고 귀띔했다.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원로배우 남궁원 씨. 사진은 지난 2012년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모습.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원로배우 남궁원 씨. 사진은 지난 2012년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모습. ⓒ 이정민

결국 경선 끝에 배우 남궁원(79) 후보가 지상학 시나리오작가협회장을 꺾고 당선됐으나 불협화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 원로영화인은 "80이 다 된 사람이 뭘 더 하겠다고 회장에 나섰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남궁원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수년 전 다단계 사기사건에 연루된 일이 문제로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원로배우 윤양하씨가 유인물을 통해 "남궁원 선배와는 개인적으로 친하지만, 내 친구들이 다단계로 피해를 입었다며 회장이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문제는 남궁원 회장이 연합회를 개혁해 낼 수 있냐는 점이다. 많은 영화인들의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가장 핵심은 대종상영화제다. 연합회 총회과정에서 벌어진 원로영화인들 간 갈등의 중심에는 이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종상영화제는 지난해 전임 이사장인 정인엽 감독 등이 주도해 2011년 총회 결의를 통해 영화인총협회에서 주관해오던 행사를 따로 독립시켰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원에서 총회 결의 과정에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단법인화 결의 무효 판결이 난 상태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법원에 결정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종상영화제는 심사공정성뿐만 아니라 원로영화인들의 이권개입과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대종상영화제 감사보고서는 2012년 행사에 대해 "행사기획사와의 계약 금액이 불분명하고, 행사 과정에서 거액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총체적 부실 경영 가깝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또 지난해 고흥에서 개최된 대종상단편영화제에서는 후원금으로 받은 1억 4천만 원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아 횡령 의혹이 일고 있다.

2일 총회에서는 일부 대의원들이 대종상영화제 분리 건에 대한 의안 상정을 시도했으나 고성이 오가는 과정에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의원은 "총회 중간에 이 안건을 처리하려다 시끄러워지면서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대종상영화제 측 인사들이 남궁원씨를 지지했다"며, "연합회 개혁 및 대종상 문제 개선 등에 대해서는 희망이 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총회 무효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 원로영화인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궁원 영화인총연합회 신임 회장은 4일 <오마이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종상은 앞으로 멋있고 깨끗하게 투명한 방식으로 치러나가겠다"면서 "법원 판결을 존중해 연합회에서 주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계의 비리문제와 관련해서도 "깨끗하게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영화인들의 화합을 위해서도 애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제기됐던 다단계 사기 문제에 대해 "선전해 주다보니 나도 당한 것이다. 직접적 관계가 없고 나 역시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해명하고, "와전된 부분이 많고, 홍보해주다 보니 내가 직접 관련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감독조합 영화인총연합회 남궁원 대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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