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 '고교 직속선배' 서재응에게 멋지게 설욕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31일 광주 무등 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김병현의 호투와 MVP 박병호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에 힘입어 6-4로 승리했다.

개막전에서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9-10으로 석패했던 히어로즈는 쉽지 않은 개막 2연전을 1승 1패로 마감했다. 작년 10월 김시진 감독 대신 히어로즈의 사령탑에 부임한 염경엽 감독의 공식전 첫 승리이기도 했다.

빅리그 주름잡던 핵잠수함, 국내 복귀 시즌 3승 8패 부진

김병현은 '국보' 선동열(KIA 타이거즈 감독), '바람의 아들' 이종범(한화 이굴스 코치), '리트쿠바' 박재홍(MBC SPORTS+ 해설위원) 등을 배출한 호남의 야구 명문 광주일고 출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국내에 복귀한다면 고향팀에서 뛰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만큼 고향팀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는 FA선수가 아닌 이상 선수가 원하는 구단을 결정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김병현은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에 의해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같은 이유로 추신수에 대한 권리는 SK 와이번스 구단이 가지고 있다).

2007년 10승을 거둔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춘 김병현은 독립리그와 일본무대를 노크하다가 작년 1월 넥센 히어로즈와 총액 16억 원(계약금 10억, 연봉 6억, 옵션1억)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도전을 선언한다.

비록 지난 4년간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하더라도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2002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전 등 박찬호와 함께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김병현의 컴백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김병현의 첫 시즌은 실망이 컸다. 3승8패 평균자책점 5.66. 아무리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라고 해도 한 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투수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힘든 부진이었다.

그럼에도 김병현은 작년보다 1억 원이 인상된 6억 원에 올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승보다 패가 두 배 이상 많은 5점대 평균자책점 투수에게 1억의 인상폭은 일반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고향에서의 시즌 첫 등판에서 기분 좋은 승리, 핵잠수함 부활하나

31일 KIA전은 자신이 뛰고 싶었던 고향팀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김병현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등판이었다. 무엇보다 맞대결하는 KIA의 선발투수 서재응과의 인연이 흥미롭다.

서재응은 김병현의 광주일고 1년 선배로 95년 청룡기 우승을 함께 견인하기도 했고 2006년에는 각각 콜로라도 로키스와 LA 다저스 소속으로 선발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엔 '선배' 서재응이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6이닝 3실점의 '후배' 김병현에게 한 수 가르친 바 있다.

하지만 약 7년 만에 다시 만난 빅리거 출신 고교 동문의 맞대결은 '후배' 김병현이 멋지게 설욕에 성공했다. 시즌 첫 등판을 가진 김병현은 5.2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전날 10득점을 쓸어 담은 KIA 타선을 4피안타 2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특히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고교 후배 최희섭을 상대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면서 선배의 위용을 뽐냈고(김병현과 최희섭 역시 광주일고 동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꼽히는 이용규를 3타수 무안타로 틀어 막은 점도 인상적이었다.

김병현의 호투는 창단 후 첫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히어로즈에게도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김병현이 선발 투수, 더 나아가 토종 에이스로서 활약을 해준다면 히어로즈 마운드 전체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 김병현의 투구가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점은 단 2점뿐이었지만 1회부터 6회까지 5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고 그 중 네 번은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하며 실점을 최소화하긴 했지만 선발 투수로 긴 시즌을 보내기 위해선 고쳐야 할 부분이다.

직속후배를 상대한  KIA의 선발 투수 서재응은 87개의 공으로 아웃카운트 16개를 잡아내는 경제적인 투구를 했지만 6개의 집중타를 허용하며 6실점(5자책)을 기록, 시즌 첫 등판에서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는 작년 1월 김병현을 영입하면서 "2012년보다는 2013년 활약을 기대한 영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병현의 시즌 첫 등판 호투로 인해 이장석 대표의 호언장담이 '허언'이 아닐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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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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