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퍼펙트> 영화 포스터

▲ <피치 퍼펙트>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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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펠라 대회에서 우승은 고사하고 대회 중간에 구토하는 사고를 저지르며 망신만 톡톡히 당한 대학교 여성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이번만큼은 라이벌인 남자 아카펠라 그룹 '고음불패'에 질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운다.

구토 사고 탓에 웃음거리가 된 벨라스는 새로운 멤버 모집에 난항을 겪고,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외모를 우선하던 기존의 선발 기준을 버리고 독특한 개성을 지닌 베카(안나 켄드릭 분)와 거구를 자랑하는 아미(레벨 윌슨 분) 등의 멤버를 영입한다. 그러나 베카는 기존의 벨라스가 보여준 음악과 안무를 강요하는 리더 오브리(안나 캠프 분)과 마찰을 빚고, 팀의 갈등은 점점 커진다.

다양한 히트 팝송을 아카펠라와 안무와 함께 선보여

미국에서 아카펠라는 <글리> 같은 드라마나 <아메리칸 아이돌>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미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관객의 눈길을 끌 만한 소재를 절대 외면할 리 없는 할리우드는 재빨리 한 편의 아카펠라 영화 <피치 퍼펙트>를 내놓았다.

이야기로만 <피치 퍼펙트>를 본다면 심심하기 짝이 없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끼리 충돌하고, 그런 갈등을 노래 또는 춤으로 극복한다는 내용은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근래 극장가에 선보였던 영화에서 찾는다면 <스텝 업> <스트리트 댄스> 시리즈 등이 이러한 범주에 속했다. 이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약간씩 변형했을 정도로 내용은 낡았지만, 춤의 다양한 구성으로 헐거운 이야기의 구멍을 메웠던 공통점을 보였다.

아카펠라를 소재로 삼은 <피치 퍼펙트>는 당연히 이야기보다는 음악에 관심이 쏠린다. 마돈나의 'Like A Virgin(라이크 어 버진)' 같은 1980년대 히트 팝송부터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끈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The Sign(더 사인)',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Turn The Beat Around(턴 더 비트 어라운드)', 요즘 인기를 끌었던 플로 라이다의 'Right Round(라이트 라운드)', 리한나의 'Don't Stop The Music(돈 스탑 더 뮤직)'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많은 히트곡은 벨라스, 고음불패 등 아카펠라 그룹의 조화로운 화음과 경쾌한 안무로 재탄생되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피치 퍼펙트> 영화 스틸

▲ <피치 퍼펙트> 영화 스틸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청춘 영화의 걸작 '조찬 클럽'에게 바치는 춤과 노래

음악과 안무가 전해주는 유희 속에서도 영화 <조찬 클럽>을 거론하는 대목은 유독 눈길을 끈다. 존 휴즈 감독이 만든 1985년 작 <조찬 클럽>은 사회, 부모, 학교로부터 외면당한 채로 마음의 탈출구가 없이 갇혀있던 아이들의 이야기다. 반성문을 쓰기 위해 학교에 모인 아이들은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다음'이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얻는다. 세상을 향해 우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당당히 외치는 마지막 장면은 청춘을 함축적으로 담은 아름다운 선전포고였다.

<피치 퍼펙트>는 <조찬 클럽>의 엔딩 장면과 노래를 멋들어지게 인용한다. 베카에게 호감을 느끼던 고음불패의 멤버 제시(스카이라 애스틴 분)는 그에게 <조찬 클럽>의 음악과 마지막 장면이 정말 좋다고 칭찬한다. 그의 추천을 무시하던 베카는 벨라스 내의 깊은 갈등 때문에 팀을 이탈한 후, 우연히 <조찬 클럽> DVD를 보고서 눈시울을 적신다. 언제나 자신만의 세계를 중요시하면서 타인과의 소통에 큰 관심이 없던 베카는 벨라스의 멤버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그를 다시 받아들이는 벨라스의 멤버들은 모두 모여 함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은 '나'만이 아닌 '너'의 의미를 배운다.

벨라스와 화해한 베카는 아카펠라 대회에 출전하는 곡 중의 하나로 <조찬 클럽>의 마지막에 나오는 심플 마인즈의 노래 'Don't You Forget About Me(돈 츄 포겟 어바웃 미)'를 넣는다. <조찬 클럽>의 마지막처럼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선포하는 벨라스. 그 음악을 들은 제시 역시 베카의 진심을 확인한다. <피치 퍼펙트>의 이런 인용은 <조찬 클럽>에게 바치는 근사한 춤이자, <조찬 클럽>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하는 노래다.

<피치 퍼펙트> 같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와 음악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할리우드의 힘은 언제나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다시금 지난 음악을 다양한 세대가 찾게 하고, 잊혀가는 고전을 언급해서 새로운 발길을 하게 만드는 저력은 비단 문화가 풍부하기에 나올 수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모습을 한국 영화에서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좋은 영화와 음악은 많다.

피치 퍼펙트 제이슨 무어 안나 켄드릭 레벨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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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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