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인기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1박2일>이나 <런닝맨>보단 <아빠! 어디가?>를 떠올릴 법하다. 전문 예능인 혹은 배우들이 뛰고 달리며 고생하는 여타 프로 입장에선 서글플만하다. 

당장 아이들의 방학이 지레 걱정이 앞선다. 어린 아이들에게 뺏긴 시청자들의 마음을 탓할 순 없지만 이런 사태에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는 바로 다름 아닌 아저들의 예능 <남자의 자격>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회 <남자의 자격>은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한 '2013년판 흥부전'을 국립극장 무대에 올렸지만, 어린 윤후에게 빠진 세간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찌 보면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지난 3일 방영한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성동일 아들 성준

ⓒ MBC


창극 올리겠다는 노력, 조금은 빛바랬다

한 달이란 기간의 강행군을 하며 올린 <남자의 자격>판 흥부전에 가혹하게 상을 준다면 노력상 정도겠다. 창극이란 장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등장 인물들의 실력이 역부족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인공 놀부 역을 맡은 이경규는 대사를 외는데 급급했고, 국악 반주팀과 제대로 음이 맞은 적이 없었다. 흥보 역의 김준호도 엄밀하게 말하면 창극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애란 아나운서의 소리가 무척이나 빼어나게 보일 정도였다.

애초에 창극을 한 달 정도의 연습을 통해 무대에 올리겠다는 시도가 무리였다고 본다. 주연을 맡은 이경규나, 김준호 모두 개인적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 내는 연예인들이기에 한 달이란 기간을 더더욱 무리였었다. 그래도 사람들을 불러놓고 국립극장 무대에 설 정도였다면, 살을 빼는 외면적 모습이나, 개그맨들이 그간 보여주던 연기력 이상이 필요했다. 특히 '창극'이란 장르에 맞는 특성을 조금 더 살려주려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 <남자의 자격>이 아저씨 예능이기에 늘어진 고무줄처럼 조금은 느슨한 성격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17일 방송된 '2013년 트렌드 미리 살기'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2013년에 걸맞는 트렌드를 맛보기 위해 제일 처음 <남자의 자격>이 찾은 곳은 한 패션 매장이었다. 싼 가격에 빠른 회전을 통해 트렌드를 앞서가는 패션 매장에서 20만 원 내에서 각자 자신에 맞는 의상을 고르는 미션을 받은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카페에서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행동을 일컫는 일명 '라운징' 따라하기도 선보였다. 강남의 카페를 찾은 멤버들은 한 시간 동안 각자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하고 시간을 보냈다. 이어선 '프로슈머(제품 개발과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 되어보기, SNS를 통해 사람 만나기 등도 수행했다.

ⓒ KBS


조금 더 깊이 있는 맛, 그것이 아쉽다

요즘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는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기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길을 걸어도, 여행을 해도, 사람을 만나도 겉핥기식이 아니라 조금 깊게 사람을 만나고, 풍경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정이 들도록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놀러 다니고 이야기를 나누는 예능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웬만한 이야기들을 다 나왔으니 새롭거나, 진정성이 있지 않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잡기 힘들다. 오죽하면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노는 걸 다 보고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자격> '2013 트렌드 미리 살기'는 진부한 미션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얼마의 돈 한도 내에서 한 매장 안에서 옷을 고르는 것은 이미 케이블 패션 정보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반복한 내용이다. 그런 프로그램에서도 옷을 고르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패션 전문가가 평가를 하고 가혹한 평점이 매겨진다. 그저 돈 주고 옷 고르고, 서로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라운징은 뜬금없었다. 그저 한 시간을 앉아있으라니! 그 한 시간을 보낸 후 각 멤버는 나름 각자의 소회를 말했지만, 그 정도를 하고 '라운징'을 체험했다고 하기엔 좀 민망해 보인다. SNS를 통한 즉석 만남 역시 주제를 가진 만남의 의미는 탈색된 채 그저 '만남'으로만 남았다.

이런 어설픈 체험하기에는 여전히 아저씨들이 이런 것도 하네! 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미 그 비슷한 아이템을 <남자의 자격>에서 여러 번 했었다. 새롭다 말하기엔  <남자의 자격>의 역사가 너무 길다.

차라리 정말 트렌드를 체험해 보겠다면 한 시간 안에 훑어 지나간 트렌드를 오히려 하나씩 나눠 장기 미션 사이에 넣어보는 건 어떨까. 실제로 그런 트렌드를 즐기는 사람이 보기에 '썩소'가 나오는 겉핥기가 아닌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단 얘기다.

아저씨니까 그러려니 혹은 아저씨니까 이런 것도 하네! 라는 감탄사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빼앗긴 시선을 <남자의 자격>이 되찾아 올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남자의 자격 아빠 어디가 이경규 윤후 김준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