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다시 선 무대에서 피겨여왕은 한국 팬의 마음을 울렸다. 김연아(23.고려대)가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쉽 여자 시니어 부문에서 이변없이 우승했다. 이미 순위 경쟁은 의미가 없었던 이번 경기에서 피겨퀸은 한국 팬들에게 감동의 선물을 안겼다.

레미제라블의 감동, 한국 팬들과 만나다

 김연아가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쉽에서 레 미제라블을 연기하고 있다

김연아가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쉽에서 레 미제라블을 연기하고 있다 ⓒ 박영진


김연아는 6일 오후 여자 시니어 부문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출전했다. 올 시즌 김연아가 사용하고 있는 프리스케이팅 곡 '레미제라블'은 오래전부터 세계 4대 뮤지컬 등으로 꼽히며, 널리 알려진 음악이었다. 지난 12월 NRW 트로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서정적인 애잔함과 파워풀한 두 가지의 느낌이 절묘하게 조화됐단 평을 받았다.

시니어 마지막 그룹 차례가 되고 6명의 선수들이 링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김연아는 후배 5명과 함께 링크장에서 활주로 몸을 풀었다. 전날 예상치 못한 넘어짐으로 아쉬움을 남긴,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김연아가 점프를 한 번씩 성공할 때마다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그녀의 연기만을 숨죽이며 기다렸다. 소박함을 강조했다는 레 미제라블의 밤색 의상은 화려함까지 더해져 더욱 빛을 냈다.

이윽고 가장 마지막으로 여왕의 차례가 됐다. 김연아의 이름이 소개되자,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7년 만에 다시 국내무대에 선 그녀를 환영했다. 음악 시작 직전까지 플래시 금지요청 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윽고 잠잠해지면서 레 미제라블의 4분 10초간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무결점 점프와 물오른 표현력, 은반 위에 수놓다

 김연아가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쉽에서 레 미제라블을 연기하고 있다

김연아가 KB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쉽에서 레 미제라블을 연기하고 있다 ⓒ 박영진


웅장한 음악으로 시작된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로 화려한 서막을 알렸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활주 도중 넘어져 아쉽게 이 점프를 놓쳤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리고 빠른 스텝과 활주를 이어가며 트리플플립에 가뿐히 성공했다. 김연아만의 스핀인 유나스핀(플라잉 카멜스핀)은 다양한 포지션을 구사하며, 최고 레벨4를 받았다. 트리플살코 점프를 가뿐하게 해냈다.

복잡한 에지턴과 트위즐 등 다양한 스텝 기술을 활용한 원형스텝은 거대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잔잔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김연아는 애절한 표정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반부의 문을 여는 트리플러츠 점프를 성공하며 스토리는 계속됐다. 차분한 음악에 따라 흐르는 스프레드 이글 뒤 더블악셀-더블토룹-더블루프 점프까지 성공하자, 김연아는 환한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다시 화려한 음악으로 바뀌면서 여왕은 매혹적인 눈빛 연기에 돌입했다. 트리플살코-더블토룹, 레이백 스핀까지 이어가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스파이럴과 함께 코레오 시퀀스에선 런지동작과 아름다운 여주인공의 표정연기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최고조에 달하는 이너바우어에 이은 더블악셀까지 성공하자, 관중들은 떠내려갈 듯한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레미제라블의 긴 이야기는 끝났다. 김연아의 황홀한 연기의 모든 것이 은반 위에 수놓아진 순간이었다.

잊을 수 없는 연기,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다

 김연아가 KB 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팀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김연아가 KB 금융그룹 피겨스케이팀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박영진


김연아의 연기는 도무지 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나 완벽했던 4분 10초의 연기가 끝나자 5천여 명의 관중은 모두 기립박수와 환호로 여왕의 복귀를 축하해줬다. 그리고 또다시 수많은 인형들이 은반 위에 수놓아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마치 김연아 단독 아이스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김연아는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키스앤크라이존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발표된 점수는 210.77점. 독일 NRW트로피 대회 점수였던 201.61점을 가뿐히 뛰어넘는 점수였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145.80점의 점수를 받았다. 기술점수 70.79점, 예술점수 75.01점이었다. 김연아는 7개의 점프와 스핀, 스텝까지 모든 기술에서 두둑한 가산점을 받았다.

7년 만의 국내무대는 김연아와 팬들에게 결국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았다. 오랜만의 복귀 한다는 점과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로 만들어줬다.

김연아의 레미제라블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스토리와 5천 명의 함께한 피겨팬들, 그리고 피겨여왕의 연기로 재탄생했다. 오늘 한국 피겨는 210.77점이라는 신기록이 세워진 것과 함께, 두 번다시 없을 뜨거웠던 국내 대회가 열린 날로 기억될 것이다. 피겨여왕의 4분 10초간의 뮤지컬은 한국 피겨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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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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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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