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의 포스터.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의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주)

사람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우리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문화생활은 이런 '표현의 대한 욕구'가 기반이 된 셈인데, 이는 곧 인류역사와 줄곧 함께 해왔다.

음악과 춤, 그리고 글과 영화처럼 다양해진 표현 수단 중에서 남아있는 기록으로 볼 때 가장 오래된 방식은 단연 '그림'일 것이다.

박물관에 걸려 있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도 좋은 그림이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기, 과거 인류의 그림 실력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1월 10일 개봉 예정작인 <잊혀진 꿈의 동굴>(Cave of forgotten dreams)이다.

하루 4시간으로 3만 년 전 역사를 담다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의 한 장면. 좁은 철판 위에서만 보행이 가능한 동굴 안에서의 열악한 촬영환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의 한 장면. 좁은 철판 위에서만 보행이 가능한 동굴 안에서의 열악한 촬영환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 그린나래미디어(주)


1994년 프랑스 남부에 있는 아르데스 협곡. 3만2000년 전 인류가 남겨놓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동굴 하나가 발견된다. 당시 탐험대장의 이름을 따서 쇼베 동굴로 이름 붙여진 이곳에는 털코뿔소·동굴곰·매머드 등의 멸종된 희귀 동물의 모습들이 섬세하게 묘사된 원시 벽화 300여 점이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각종 멸종 동물들의 뼛조각과 발톱자국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이 동굴은 발견 즉시 프랑스 정부가 그 가치를 인정해 철저한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연구 목적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했고, 지질학자와 생물학자·고고학자 등의 연구원들도 한정된 시간에만 특정 구역에 출입을 허가받았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수많은 촬영팀이 동굴 내부를 찍으려 했으나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자칫 많은 인원의 출입이 이뤄질 경우, 동굴 내부가 부식돼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은 "단 1유로의 봉급만 받는 프랑스 정부의 직원이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열망과 의지를 피력했고, 마침내 프랑스 정부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촬영 조건은 열악했다. 하루 4시간, 단 6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출입이 허가됐고, 최소 인원으로 꾸려진 촬영팀은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 동굴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동굴 내부에는 독성가스가 존재할 수 있었다. 또한, 촬영팀은 동굴 내부의 훼손을 막기 위해 두 발 너비의 좁은 철제통로 위에서만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동물들... 너희들 이렇게 생겼구나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의 한 장면. 3만년 전 인류가 그린 벽화를 3D로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의 한 장면. 3만년 전 인류가 그린 벽화를 3D로 감상할 수 있다. ⓒ 그린나래미디어(주)


세 명의 동굴학자에 의해 발견된 쇼베동굴의 벽화들은 목탄으로 그려진 것으로,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1만5000년 전 라스코 벽화보다 무려 1만7000년이나 앞선 시대의 것으로 분석됐다.

손을 도장처럼 이용해 벽에 찍은 스탬프 벽화, 혹은 흑탄으로 그려진 그림에는 현재 유럽에서 멸종된 야생소·말·코뿔소·동굴사자 등 13종류의 동물들이 마치 살아숨쉬는 듯한 형상으로 남아있다.

또한, 동굴의 바닥에는 동굴곰 등 당시 살았던 동물들의 유골들도 보존도 있다. 영화에 등장한 학자는 "오래전 큰 바위가 굴러떨어져 동굴의 입구를 막았던 것이 쇼베동굴 내부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 비밀"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보다 실감 나는 동굴 안의 모습들을 표현하기 위해 3D로 촬영됐다. 그림이 그려진 벽면이 평면이 아니라 더욱 입체적으로 보인다. 바닥에 널려있는 동물들의 유골, 천장에서 내려와있는 종유석들은 금방이라도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하다.

극장에서 떠나는 시간여행, 색다른 체험

영화는 다양한 각도에서 벽화를 보여주면서, 3만2000년 전 인류의 조상이 동굴 안에 남긴 그림들을 관객의 눈앞에 구현하려 애썼다. 3D 입체 영상으로 아른거리는 각종 벽화들은 그 자체로도 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표현력을 뽐낸다. 게다가 영화 속 음악들은 쇼베동굴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내레이션을 직접 맡은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오며 명성을 쌓았다. 2005년에는 <그리즐리 맨>을 통해 곰과 인간·자연을 담아내 토론토 영화제·선댄스영화제·전미비평가협회상 등 15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2007년 작 <세상 끝과의 조우>는 남극에서의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내부를 직접 본 학자들이 묘사했던 것처럼 "마치 동굴이 나를 바라보며 교감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 어두워진 상영관 안에서 3D 안경을 착용하고 있으면, 시나브로 역사를 거슬러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올겨울, 3만 년 전 예술가가 남겨놓은 벽화를 감상하며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지금 즐기는 문화생활들, 그 모든 것을 최초로 시작한 사람일지 모르는 누군가가 직접 말을 걸어오는 듯한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잊혀진 꿈의 동굴(Cave of forgotten dreams)>,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90분, 전체관람가. 2013년 1월 10일 개봉예정, 그린나래미디어(주).
잊혀진 꿈의 동굴 동굴 벽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