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영화 포스터

▲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영화 포스터 ⓒ M2픽처스


2012년에 나타난 '발언 수위 높은' 영화들

2010년 하반기에 발간된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으로 촉발된 정의에 대한 담론은 사회 현상으로 번졌다. 이런 사회의 흐름을 영화는 적극 반영했다.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나왔고, 여기에 관객은 적극 화답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2012년 한국 영화계엔 정의에 대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른다 '정치적, 사회적 발언'으로 발전한 영화가 다수 등장했다. 용산 참사를 재구성한 <두 개의 문>,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았던 <MB의 추억>, 이명박 정부와 맥쿼리의 유착 관계를 파헤친 <맥코리아> 등은 다큐멘터리의 시각을 빌어 한껄 주장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남영동 1985>와 <26년>은 극영화의 형식을 통해 여전히 지속되는 군부정권의 그늘에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 영화는 오락적인 요소보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며, 모호한 화법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중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이하 <유신의 추억>)는 가장 높은 수위의 메시지를 던지려 했던 영화다.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영화 스틸

▲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영화 스틸 ⓒ M2픽처스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 그리고 유신 체제

얼마 전 '18대 대선 TV 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카키 마사오'로 지칭했다. 그동안 인터넷이나 진보 언론을 통해선 익히 들었지만, 전국에 생방송 되는 공중파 TV를 통해 '다카키 마사오'란 이름을 듣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금기의 이름을 공중파 TV에서 들었다는 사실 자체에 짜릿한 정치적 쾌감을 느낀 이가 있었을 정도로 이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다카키 마사오'란 이름 자체를 모르는 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나 젊은 층에서 그렇다. 이들 세대는 '유신'조차 낯설다. "유신, 얼마나 알고 있나요?"란 질문 앞에 쉽사리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는 세대에게 역사의 사실에 대한 '해석'은 의미가 없다. 역사의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급선무다. <유신의 추억>의 영화적인 목적은 이런 세대들을 위한 역사의 사실에 대한 '환기'다.

<유신의 추억>은 박정희 정권의 집권 시기에 유신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시간의 순서대로 짚어간다. 1972년 7월 4일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를 형성하고, 이것을 일사불란하게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독재 정권이 가능한 유신 체제를 10월에 단행한 박정희 정권의 모습은 자료 화면으로 상세하게 재생된다. 영상은 이후에 민청학련 사건과 인혁당 사건을 통해 어떻게 조작과 탄압을 가했는지, 이런 사건들은 어떻게 10.26과 12.12, 그리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는지까지 보여준다.

영화는 특히 두 가지 대목에 눈길이 간다. 먼저 유신 헌법이 공표되던 시점에 북한에서도 동시에 사회주의 헌법이 공표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이다. 적대적인 경쟁 관계였지만 서로의 독재 체제를 위해 협조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통해서 박정희 정권이 남북의 긴장 관계를 어떻게 유신 체제를 위해 이용했는지를 비판한다.

또한 독립운동가와 친일장교, 이후엔 민주화 운동과 독재 정권이란 정반대의 인생을 살았던 장준하와 박정희의 삶의 궤적을 비교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왜 이렇게 얼룩이 졌는지를 들춰낸다. 그럼으로써 독립운동 시기부터 광복,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정권들까지 친일의 큰 줄기와 곁가지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지를 꼬집는다.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영화 스틸

▲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영화 스틸 ⓒ M2픽처스


끝나지 않은 유신과의 싸움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신의 추억>은 기억을 위한 영화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은지도 30여 년이 지났지만, 그는 대한민국 정치의 상수로서 지금도 유령처럼 우리의 주위를 떠돌고 있다. 그에게 희생된 사람들도 어떠한 사과조차 요원한 채로 넋으로 떠돌고 있다.

유신 체제와 긴급조치에 항거, 할복자살한 김상진 열사는 유서의 마지막에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이라 적었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투쟁과 희생의 대가로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친일과 유신의 낡은 세력들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권력의 상당한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도리어 대한민국의 권력 중심부에 둥지를 짓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민주주의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유신과의 싸움, 친일파와의 싸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젠 그들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 그것만이 희생된 사람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위령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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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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