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백년전쟁>의 포스터

영화 <백년전쟁>의 포스터 ⓒ 민족문제연구소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말했다. "우리가 점령한 곳에서는, 항상 사람들이 세 부류로 나뉜다. 한 쪽에는 레지스탕스(저항세력), 다른 쪽에는 콜라보(협력세력)가 있다. 그 사이에 머뭇거리는 대중이 있다. 그 나라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온갖 부가 약탈되는 것을 참고 견디게 하려면, 머뭇거리는 대중이 저항세력에 가담하지 않고 협력세력들 편에 서도록 해야 한다."

일본이 침략하자, 조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한 쪽에는 독립운동가들, 반대쪽에는 친일민족반역자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대다수의 민중들이 있었다.

영화 <백년전쟁>중 <두 얼굴의 이승만> 편은, 위와 같은 대사로 시작된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만든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침략국의 '협력세력'이었음에도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재조명하면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침략과 약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식민지 근대화론'의 정곡을 찌른다.

미국 정보부 문서로 파헤친, 우리가 몰랐던 '진짜 역사'

 <두 얼굴의 이승만> 포스터

<두 얼굴의 이승만> 포스터 ⓒ 민족문제연구소

<백년전쟁>은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초대 대통령이자 일부에서는 국부라고 불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다룬 <두 얼굴의 이승만>과 '경제부흥의 주역'으로 알려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화를 해부한 <프레이져 보고서>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에서 다루어진 사실들은 대부분 미국 정보부 문서들이다. 충격적인 내용의 문서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알던 역사가 뒤집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공개된 정보부 문서들에는 "이승만은 사적인 권력욕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거나, "박정희의 경제개발계획은 현실성이 없다"고 미국정부가 비판하는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역사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들이 친일행위를 했음에도 "건국에 기여했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며 비판을 잠재우려고 했던 사람들의 논리에 영화 <백년전쟁>은 찬물을 끼얹는다. 이승만이 미국에서 임시정부의 자금을 빼돌려 호화로운 생활을 즐긴 것과 만주에서 활동중이던 독립군의 활동자금을 끊어버린 일. 그런 행각들이 발각돼서 위기를 맞으면 항상 미국으로 도망치듯 출국해버린 일화들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박정희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자랑스럽게 내놓았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미국의 케네디 정부에 의해 적나라하게 비판받고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원조를 받던 미국의 도움으로 간신히 수출위주의 경제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서 미국의 경제지배를 받게 된 과정이 낱낱이 드러난다. 경제개발이 그의 주도하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그들의 맨얼굴

 <프레이져 보고서> 포스터

<프레이져 보고서> 포스터 ⓒ 민족문제연구소

<백년전쟁>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간중간 풍자의 성격을 지닌 코믹한 장면들을 삽입해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세련된 화면구성과 내용·분위기에 적절하게 삽입되는 음악들은 관객의 몰입을 도와준다.

지난 11월 26일 시사회 이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두 편의 다큐는 이미 수 십만의 조회수를 넘어서면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여러개의 게시물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영상은 공개 1주일도 지나지 않아 20만을 돌파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어렴풋이 미화된 역사를 통해 추앙받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실체를 부모님께 보여드리자"고 제안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확실히 이 영화는 미국 기밀문서들을 통해 바라본 또 다른 시각으로, 신화적인 인물로 추앙받는 두 사람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두 인물에 대한 다큐는 차후에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그들이 한 행동들이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과연 '최선의 선택'들이었는지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사람의 시민인 여러분들의 생각이 곧 '역사의 판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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