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 이디엇 브라더>에는  반전 있는 영화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기 전까지는 주인공의 행동이 답답한 나머지 보는 이들의 분노 지수를 높이는 몹쓸 영화이기도 하다.

순진하게도 경찰복 입은 사람의 꾐에 빠져 마약을 판 네드(폴 러드 분)은 그 죄로 약 11개월 간 교도소에 갇힌다. 모범수로 일찍 석방된 네드. 하지만 네드가 감옥에 간 사이 네드의 여자 친구 자넷은 이미 딴 남자와 살림을 차린 지 오래고, 설상가상 네드가 제일 아끼던 강아지 윌리 넬슨(그 유명한 컨트리 음악 가수 이름 맞다) 마저 빼앗긴다.

오갈 데 없는 네드는 엄마가 살고 있는 집을 포함, 세 누이의 집을 전전하는 떠돌이 삶을 시작한다. 엄청나게 순수한(?) 네드와 달리 각자의 삶에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세 누이 모두 평범한 종족들은 아니다. 둘째를 출산한 이후 남편과 오랜 권태기를 갖고 있는 큰 누나 리즈(에밀리 모티머 분). 바보 동생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똑똑한 열혈 기자 둘째 누나 미란다(엘리자베스 뱅크스 분),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레즈비언 나탈리(주이 디샤넬 분)까지.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 포스터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 포스터 ⓒ 프레인


말로는 언제든지 '네드 대환영'을 외친 세 자매는 특유의 백치미로 자신들의 삶을 엉망진창 만들어놓은 네드가 전혀 반갑지 않다. 오직 이 모자란 네드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이 개성 충만한 4남매를 키워낸 엄마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는 지하철에서 버젓이 돈을 세고, 심지어 옆자리에 앉은 생면부지 사람에게 잠시 돈을 맡기는 것은 기본. 매형의 불륜을 눈앞에서 목격해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그대로 믿는 네드는 그야말로 이 시대 살아있는 '진정한 영구'다. 아니, 누이들의 숨기고픈 비밀까지 각자의 연인들에게 거침없이 모두 털어놓아 누이들을 전부 위기에 빠트리는 네드는 영구보다 더한 골칫덩이 그 자체이다.

어떠한 이해타산 고려 없이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네드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대하면, 상대도 '선의'로 자신을 대할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믿는다. 어리숙하면 손해만 본다는 것을 귀에 가시 박히도록 들어 사람을 대할 때 계산기부터 두드리는 것이 익숙해진 보통의 사람들에게, 악의는 없으나 결과적으로 민폐를 한 가득 안겨주는 네드는 이해불가를 넘어 내 가족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순수를 넘어 모자라기까지 한 네드의 모든 과오를 덮어주고 감싸주는 가족들의 엄청난 포용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잘난 동생 덕분에 뚜껑 열리는 일이 종종 있어도, 그럼에도 언제나 동생 편인 세 누이 덕분인지, 결국 "진실한 믿음은 통한다"는 네드의 말처럼 모두가 진정한 행복을 찾은 덕분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울화를 치밀게 한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그동안 쌓은 모든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마음을 달래는 유쾌함을 선사한다.

한편으로는 네드와 같은 모자라지만 마음만은 착한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힘든 세상 굳건히 살아갈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내 동생이 아니라 다행인 네드가 잦은 민폐에도 불구, 그를 거부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싹트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11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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