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측이 창덕궁 후원이고 좌측은 민가 계단과 건물이다. 구조물들이 맞닿아 경관을 해침은 물론 문화재 훼손의 위험이 있다.
▲ 돌담을 사이에 둔 민가와 창덕궁 후원 우측이 창덕궁 후원이고 좌측은 민가 계단과 건물이다. 구조물들이 맞닿아 경관을 해침은 물론 문화재 훼손의 위험이 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동아시아 궁궐의 전형이라 불리는 세계인의 유산, 창덕궁이 위험하다. 궁궐 안에 들어선 사유지와 돌담과 맞닿은 현대 건축물들이 세계문화유산 창덕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창덕궁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빈청 카페' 논란이 있었던 문화재다. 일제가 차고로 개조한 신료들의 회의공간인 '빈청'을 문화재청이 원형복원 하는 대신 카페로 개조했기 때문이다.

창덕궁 정문 돈화문 좌측, 북촌 한옥마을과 창덕궁이 도로를 낀 채 마주하고 있다. 관람객 동선을 벗어나 돈화문을 끼고 돌담 방향으로 걷다보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2층 주택이 궁궐 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탓이다.

해당 건축물은 마치 궁궐 내부를 정원으로 삼고 궁궐 돌담을 담벼락처럼 이용하는 형세다. 돌담 일부는 허물어진 채 철문으로 개조되기까지 했다. 조선왕실의 공간이자 세계문화유산 내부에 현대 건축물이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보라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본 기사에서 다루는 창덕궁 돌담 훼손 구역이다.
▲ 창덕궁 보라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본 기사에서 다루는 창덕궁 돌담 훼손 구역이다.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궁궐 속에 자리 잡은 주택, 누구의 것인가

창덕궁 관리인으로부터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궁궐이 지금처럼 문화재로 보호받기 전인 1960년대 이곳은 창덕궁 관리소장의 관사로 사용되었다. 이후 문화공보부 간부가 매입한 후 사유지가 되었고 현재 소유자는 1980년대 초 매입했다고 한다.

궁궐 내에 버젓이 들어선 주택을 방치한 까닭을 문화재청에 문의했다. 담당부서인 문화재청 창덕궁 관리사무소 측은 "사적지 경관을 저해한 까닭에 문화재청도 민가를 매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유자와 이견으로 현재 매입 과정이 순탄치 않다"고 덧붙였다.

창덕궁 돌담 내부에 주택이 들어서 있다. 본래 창덕궁 관리소장 관사였던 건물로 현재는 사유지라고 한다.
▲ 창덕궁 돌담 속 주택 창덕궁 돌담 내부에 주택이 들어서 있다. 본래 창덕궁 관리소장 관사였던 건물로 현재는 사유지라고 한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해당 주택을 지나 걷다보면 또 다른 문화재 훼손 행위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가들이 궁궐 돌담 영역을 훼손한 채 줄 지어 있는 까닭이다. 세계문화유산 담장을 개인 주택 담으로 쓰듯 하고 심지어 건물 한쪽 벽면으로 사용하는 곳도 간간이 있다. 창고나 개인 주택이 창덕궁 담장과 인접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달라붙어 있다. 주택 정원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쓰레기나 건축 폐자재를 방치한 곳도 여럿 존재한다. 버젓이 현판까지 달려있는 궁궐문의 영역조차 시멘트 건축물이 막아섰다. 사유지라고는 하지만 그 자체로도 문화재인 궁궐 돌담에 시멘트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다. 민가가 인접한 곳 부근 돌담 일부는 이미 흙이 무너져내려 붕괴의 위험성조차 있어 보인다. 돌담을 원형복원을 하려면 오랜 역사를 지닌 돌담 자체를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형국이다.

창덕궁 돌담과 맞닿은 주택. 페인트가 벗겨진 사이로 돌담의 형상이 드러났다. 돌담을 재복원하지 않는 한 원형복원은 요원해 보인다.
▲ 시멘트 건물과 맞닿은 창덕궁 돌담 창덕궁 돌담과 맞닿은 주택. 페인트가 벗겨진 사이로 돌담의 형상이 드러났다. 돌담을 재복원하지 않는 한 원형복원은 요원해 보인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서북문인 요금문은 갑신정변 당시 개화파 김옥균이 고종과 함께 궁궐을 빠져나간 일화가 전해지는 문이다. 현재 문 영역에 민가가 자리잡고 있어 흉물스럽다.
▲ 창덕궁 요금문 창덕궁 서북문인 요금문은 갑신정변 당시 개화파 김옥균이 고종과 함께 궁궐을 빠져나간 일화가 전해지는 문이다. 현재 문 영역에 민가가 자리잡고 있어 흉물스럽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아래에 쓰레기가 즐비해 있다. 또한 문 아랫부분이 손상된 위치에 현대식 시멘트 벽돌이 이질적으로 고정되어 잇다.
▲ 창덕궁 요금문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아래에 쓰레기가 즐비해 있다. 또한 문 아랫부분이 손상된 위치에 현대식 시멘트 벽돌이 이질적으로 고정되어 잇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요금문 우측에 자리잡은 건물이 민가와 맞닿아 있다. 돌담 처마에 설치된 슬레이트 지붕이 이질감을 준다.
▲ 창덕궁 요금문 창덕궁 요금문 우측에 자리잡은 건물이 민가와 맞닿아 있다. 돌담 처마에 설치된 슬레이트 지붕이 이질감을 준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돌담이 주택 건물 한쪽 벽면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복원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주택과 맞닿은 창덕궁 돌담 창덕궁 돌담이 주택 건물 한쪽 벽면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복원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북쪽 창덕궁 돌담 모습으로 현대식 건물과 철조망이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미 굳어버린 시멘트 때문에 원형복원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창덕궁 돌담을 점령한 시멘트 건축물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북쪽 창덕궁 돌담 모습으로 현대식 건물과 철조망이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미 굳어버린 시멘트 때문에 원형복원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주민 "문화재청은 관심없다"... 문화재청 "매입 위해 지속 노력"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백경희(83)씨를 만났다. 백씨네 가정은 4대째 이곳에서 살있다고 한다. 돌담과 맞닿은 주택이 어떻게 생겨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6·25전쟁 이후 건물들을 새로 지으면서 성벽에 붙였다"고 답했다.

문화재청에서 규제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옛날에 정부에서 돌담으로부터 3m 간격을 두고 건축물을 지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집은 이미 지어진 연탄방은 허물지 못했고 기존 한옥을 허물고 3층 주택을 지으며 돌담에서 3m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집들은 건물 자체를 붙여버린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웃들이 돌담과 건물을 붙인 이유에 대해 할머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돌담 밖은 전부 땅 주인들 맘이다. 그 공간을 쓰면 셋방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법 지키려고 셋방 포기하고 집을 지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동네에 많다."

요금문 북쪽 돌담은 이처럼 인근 민가가 한쪽 담으로 사용하면서 궁 돌담과 민가가 붙어버렸다. 뒤로는 돌담과 나란히 2,3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 민가와 맞닿은 창덕궁 돌담 요금문 북쪽 돌담은 이처럼 인근 민가가 한쪽 담으로 사용하면서 궁 돌담과 민가가 붙어버렸다. 뒤로는 돌담과 나란히 2,3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민가가 창덕궁 돌담과 맞닿아 경관을 해치고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다. 사진은 돌담 앞에 방치된 쓰레기더미.
▲ 창덕궁 돌담에 버려진 쓰레기 민가가 창덕궁 돌담과 맞닿아 경관을 해치고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다. 사진은 돌담 앞에 방치된 쓰레기더미.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북쪽에 위치한 창덕궁 돌담 모습으로 민가 건물 및 시멘트 돌담과 맞닿아 흉물스러움은 물론 문화재가 훼손되었다.
▲ 창덕궁 돌담을 점령한 민가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북쪽에 위치한 창덕궁 돌담 모습으로 민가 건물 및 시멘트 돌담과 맞닿아 흉물스러움은 물론 문화재가 훼손되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북쪽 민가와 맞닿은 창덕궁 돌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돌담 곳곳 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 훼손된 창덕궁 돌담 창덕궁 북서문인 요금문 북쪽 민가와 맞닿은 창덕궁 돌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돌담 곳곳 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신선원전 인근 창덕궁 돌담. 마찬가지로 돌담을 민가의 벽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 민가와 맞닿은 창덕궁 돌담 신선원전 인근 창덕궁 돌담. 마찬가지로 돌담을 민가의 벽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본격적으로 창덕궁이 복원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에 지어진 현대 건축물들에 대해서도 규제가 없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바로 옆에 궁중음식 연구소가 들어선지 몇 년 되지 않았다. 돌담에 바짝 붙여 건물을 짓는데도 문화재청 직원들은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화재 영역의 건물을 국가가 매입하려는 적은 없었는지 질문하자 "십수 년 전까지는 팔라는 권유를 했는데 그 이후로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다"고 했다.

해당 내용의 사실확인을 위해 문화재청에 문의했다. 문화재청은 "해당 민가들 때문에 문화재 훼손의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방치한 까닭을 묻자 "궁궐뿐 아니라 창덕궁 담장 또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매입을 하지 않은 까닭에 대해서는 "개인의 재산권이 걸린 문제로 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십수 년간 건물 팔라는 얘기조차 들은 적 없다는 백씨와 매입에 최선을 다한다는 문화재청 측 대답이 엇갈렸다.

민가 옥상에서 바라본 창덕궁 돌담. 빨래 건조대가 설치되고 창고 건물이 돌담과 붙어있다. 그 뒤로 이어진 민가 건물들은 담에 바짝 붙어 있다.
▲ 창덕궁 돌담 민가 옥상에서 바라본 창덕궁 돌담. 빨래 건조대가 설치되고 창고 건물이 돌담과 붙어있다. 그 뒤로 이어진 민가 건물들은 담에 바짝 붙어 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돌담과 맞닿은 민가 뒤편 모습 확대 사진. 문화재청은 "창덕궁 돌담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못질로 설치된 빨래건조대조차 방치하고 있다.
▲ 빨래건조대가 설치된 창덕궁 돌담 창덕궁 돌담과 맞닿은 민가 뒤편 모습 확대 사진. 문화재청은 "창덕궁 돌담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못질로 설치된 빨래건조대조차 방치하고 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민가 마당에 들어서자 창덕궁 돌담 하부가 현대식 돌담과 시멘트 계단으로 변한 채 정원이 되어 있다. 주민에 의하면 궁궐에서 흐르던 냇물이 나오던 곳으로 박정희 정권 때 현대식 담을 만들어 물길을 돌렸다고 한다.
▲ 민가 정원 담벼락으로 전락한 창덕궁 돌담 민가 마당에 들어서자 창덕궁 돌담 하부가 현대식 돌담과 시멘트 계단으로 변한 채 정원이 되어 있다. 주민에 의하면 궁궐에서 흐르던 냇물이 나오던 곳으로 박정희 정권 때 현대식 담을 만들어 물길을 돌렸다고 한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창덕궁 빨래터 우측 한옥 건물이 들어서면서 창덕궁 돌담과 맞닿았다. 한편 빨래터 좌측 훼손된 돌 기단 자리에 현대식 붉은 벽돌로 보수공사 되어 미관을 해친다.
▲ 훼손된 창덕궁 빨래터 창덕궁 빨래터 우측 한옥 건물이 들어서면서 창덕궁 돌담과 맞닿았다. 한편 빨래터 좌측 훼손된 돌 기단 자리에 현대식 붉은 벽돌로 보수공사 되어 미관을 해친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돌담 바로 옆에 위치한 회사에서 보수공사를 하며 건축 폐자재를 돌담에 방치했다.
▲ 창덕궁 북문에 버려진 쓰레기더미 돌담 바로 옆에 위치한 회사에서 보수공사를 하며 건축 폐자재를 돌담에 방치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사유지 타령하다 세계문화유산 위상 잃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힘으로 사유지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처분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문화재 영역을 침범한 사유지를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창덕궁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우리 국민만의 문화재가 아닌 세계적으로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다. 원형복원만이 최선의 길이다.

두 사례가 있다. 일본 히메지성은 훼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실한 고증에 따른 원형복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반면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교량 건설로 인한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 훼손'을 이유로 2009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목록에서 삭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훼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조선 왕릉'의 경우 주변 축사, 건축물 등으로 인한 심각한 훼손으로 이미 유네스코에 의해 등재 취소 가능성이 시사되기도 했다. 문화재 원형 훼손 사례를 조속히 매듭짓지 않으면 독일의 사례가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비단 문화재청과 해당 민가 소유자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와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건이 안 된다면 최소한 문화재청이 주민들과 수시로 대화하고 신축 건물에 대한 규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좌측엔 '세계유산 창덕궁'이라 쓰여진 안내판이 있다.
▲ 창덕궁 돈화문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좌측엔 '세계유산 창덕궁'이라 쓰여진 안내판이 있다.
ⓒ 금준경

관련사진보기




태그:#창덕궁,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문화재청, #창덕궁 돌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