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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팟캐스트>에 서비스(국내) 되는 팟캐스트 종류, 뉴스및 정치 분야는 올 한해 큰 인기를 끌었다(애플 팟캐스트 캡처)
 <애플 팟캐스트>에 서비스(국내) 되는 팟캐스트 종류, 뉴스및 정치 분야는 올 한해 큰 인기를 끌었다(애플 팟캐스트 캡처)
ⓒ 애플 팟캐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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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민국은 팟캐스트(pod cast) 열풍으로 뜨겁다. 파일 하나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팟캐스트는 편리성과 유용성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꼼수다>로 상징되는 시사 팟캐스트의 신드롬 이후, 다양한 분야(음악, 어학, IT, 의료 등)의 콘텐츠들도 속속 제작되고 있다.

팟캐스트를 다루는 주요 사이트에는 매일 수백여 개의 새 팟캐스트가 활발히 업로드 되고 있다. 팟캐스트 포털 서비스 <팟빵>의 경우, 2012년 3월 2000여 개였던 팟캐스트 채널 서비스 수가 4863개(11월 28일 현재)로 2배 넘게 늘어난 상태. 이는 2012년 대한민국을 휩쓴 팟캐스트의 열풍을 방증하는 결과다.

하지만 뜨거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팟캐스트 제작은 낯선 영역이었다. 제작에 전문 기술,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미디어와 친숙한 '2030세대'가 있다. 팟캐스트 포털 서비스 <팟빵>의 한 관계자는 "젊은 일반인 팟캐스터(팟캐스트 방송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언급한다. 

"2012년이 대선의 해라, 올해 초 팟캐스트 활성화 초기에는 <나꼼수> 같은 정치적인 팟캐스트가 많았는데, 최근에 젊은 일반인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음악방송, 여담, 영화예고 같은 분야의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예전에는 팟캐스트 제작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최근에는 아이폰등을 통해 손쉽고 저렴하게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있다."

지금 2030세대는 단지 수용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팟캐스트 제작에 나서고 있다. 대학생 이정윤(24, 경희대)씨는 그런 청춘 중 한 명, 그녀는 자신이 만든 팟캐스트 <이정윤의 당신의 오늘은 어떠셨나요?>를 매주 1만여 명 안팎의 청취자들에게 전달한다.

 팟캐스트란?
오디오 파일 또는 비디오 파일형태로 뉴스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방송시간에 맞춰 들을 필요가 없으며, MP3플레이어ㆍ스마트폰 등을 통해 구독 등록만 해 놓으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관심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아무 때나 들을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24살 여대생 정윤씨, '꿈의 통로' 팟캐스트와 만나다

철학을 전공하는 이정윤씨. 대학 4학년 졸업반인 정윤씨는 졸업을 준비하며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분주함 속에서도 빼놓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매주 진행하는 팟캐스트 제작이 바로 그것. 일주일에 한번 정윤씨는 자신이 정성스레 만든 팟캐스트 파일을 인터넷 세상에 업로드한다. 

사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정윤씨에게 팟캐스트라는 개념은 무척 생소했다. 올해 초, '나꼼수 열풍'이 온라인 세상을 휩쓸 때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정윤씨가 뒤늦게 팟캐스트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팟캐스트가 지닌 편리성 때문이었다.

팟캐스트를 즐겨듣던 대학생 이정윤씨, 그녀는 단순히 수용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팟캐스트 제작했다.
 팟캐스트를 즐겨듣던 대학생 이정윤씨, 그녀는 단순히 수용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팟캐스트 제작했다.
ⓒ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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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이용하면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사랑하기 좋은 날 이금희입니다>)을 시간 구애 없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팟캐스트를 즐겨 이용하던 2012년 9월, 가을 어느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팟캐스트 방송을 듣던 정윤씨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했다. 팟캐스트를 직접 제작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생각은 그녀를 도전으로 이끌었다.

정윤씨는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팟캐스트 방송 제작'이란 당찬 도전에 나선 것이다. 팟캐스트 수용자 중 한 명에서, 능동적 팟캐스터로의 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녀는 제일 먼저 팟캐스트 방송 제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조언을 얻었다. 그 뒤 컴퓨터와의 씨름이 이어졌다. 팟캐스트를 만들기 위한 '파일 변환'과 '프로그램 숙달'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언을 얻었지만, 막상 음악 편집 프로그램 다루려고 하니깐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제가 컴퓨터를 싫어하는데도 이걸 하고자 하니깐 컴퓨터를 4시간 동안 들여다보게 됐죠. 싫어했던 분야인데도 관심이 가니까 이렇게 하게 되더군요.(웃음)"

한번은 관련 프로그램에 등록해둔 사진이 사라져 고생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제작 비용도 문제였다. 팟캐스트 방송을 위해 스튜디오를 대여하면 많은 비용이 들었다. 장비 대여(마이크) 등의 값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정윤씨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제가 전문 방송인이 아니니까 한 번에 몇 만원씩 하는 스튜디오를 빌릴 수도 없어서 집에서 녹음을 했어요.(웃음)  마이크가 따로 없어서 스마트폰을 활용했어요."

정윤씨는 스튜디오 대신 방 안에서 녹음을 했고, 전문 마이크가 없는 상황에서 이어폰 마이크로 녹음을 해 방송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이대신 잇몸'이었다, 그녀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직접 기획, 대본 준비, 방송, 편집을 두루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했다.

지금 정윤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정윤의 당신의 오늘은 어떠셨나요?> 방송을 세상에 전달한다. 그녀에게 팟캐스트 방송은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줄이는 공간'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팟캐스트 방송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정윤씨에게 가능성과 책임감을 갖는 무대가 되고 있다.

내 방에서 팟캐스트 제작... "새벽 녹음 하다가 잠이 몰려오기도"

24살 대학생 팟캐스터 이정윤씨, 그녀에게 팟캐스트는 '꿈의 통로'였다
 24살 대학생 팟캐스터 이정윤씨, 그녀에게 팟캐스트는 '꿈의 통로'였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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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윤씨의 팟캐스트 방송 제작과정 속으로 들어가보자. 제일 먼저 그녀가 하는 일은 대본 준비이다. 어떤 주제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순간마다 떠오르는 것들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생활 속에서 느낀 감정을 대본에 충실히 넣어 작성한다.

"한 주 동안 학교 수업도 듣고, 과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틈틈이 방송에 대한 생각을 해요. 제 방송 주제는 어떠한 특정 분야에 대한 게 아니라, 그냥 스물네 살 취업준비생 대학생의 삶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인지, 자리에 앉아 방송 내용을 써내려가려고 하면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오히려 자연스러운 생활 속에서 내가 겪은 작은 일들이나 느끼는 감정에서 방송 내용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노트북, 스마트폰, 대본 이 세가지만 준비물만 있으면 팟캐스트 제작~결코 어렵지 않다!
 노트북, 스마트폰, 대본 이 세가지만 준비물만 있으면 팟캐스트 제작~결코 어렵지 않다!
ⓒ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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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씨는 매일 밤, 퍼즐을 맞춰 나가듯 대본에 살을 붙인다. 녹음을 하는 날에는 전체 대본을 검토한다. 특별하거나 심오한 내용은 없지만, 나름 정확한 전달을 위해 장단음 표시를 해두는 것도 방송을 위한 준비과정이다.

그 다음에는 녹음 준비에 들어간다. 준비물은 대본과 스마트폰, 그리고 노트북이다. 정윤씨는 밤 12시쯤, 자신의 방에서 녹음을 진행한다. 장비와 환경은 열악했지만 열정만은 어느 전문가 못지 않게 빛나고 있다.

"가족들이 깨어 있을 시간엔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라든가, TV 소리, 이런 것들이 함께 녹음되기 때문에 잡음이 많이 생겨요. 깨끗한 소리를 뽑아내기 위해 밤에 녹음을 진행해요. 제가 늘 자던 새벽시간에 녹음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중간에 잠이 몰려오기도 해요. 세수를 하고, 다시 정신 차린 후 녹음을 이어간 적도 있어요.(웃음)"

녹음은 더 좋은 방송을 위해, 수차례 반복된다. 맨 처음 방송에서는 혼자 20번 넘게 재녹음을 했을 정도였다. 2012년 10월 19일, 정윤씨는 노력 끝에 완성된 첫 팟캐스트 방송을 부모님과 동생에게 들려줬다. 중학생인 동생은 '이상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윤씨는 동생의 반응을 꼼꼼히 검토하며, 여러 번의 수정을 했다. 그런 과정 끝에 동생의 평가는 '들을 만하네!'로 변했다. 동생의 긍정적 반응에 힘이 난 정윤씨는, 팟캐스트 사이트인 <포딕스>에 첫 팟캐스트를 등록했다. 단 몇 명이라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마추어 팟캐스터? 온라인에서는 성시경·유희열 부럽지 않아

이정윤씨 팟캐스트 방송에 대한 청취자들의 평가, 하나하나의 평가는 팟캐스터에게 큰 힘이 된다
 이정윤씨 팟캐스트 방송에 대한 청취자들의 평가, 하나하나의 평가는 팟캐스터에게 큰 힘이 된다
ⓒ 애플 팟캐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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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첫 방송 이후 반향이 컸다 정윤씨가 올린 <이정윤의 당신의 오늘은 어떠셨나요?>는 온라인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0명, 20명, 100명, 2000명, 1만 명, 조회수가 급격히 늘더니 무려 1만2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첫 팟캐스트를 다운로드 받았다. 정윤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팟캐스트는 불특정 다수한테 공개를 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반응이 올까?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재롱잔치 될 줄 알았습니다. 그저 엄마, 아빠, 동생, 친구들 몇 명 정도만 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예상 외로 큰 반응에 깜짝 놀라고 말았죠."

뜨거운 반응은 계속 이어졌다. 10월 27일 두 번째 제작한 팟캐스트는 2만 명 넘는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했다.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정윤씨의 팟캐스트는 6회 방송 동안, 1만 명 안팎의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생 팟캐스터 정윤씨가 만든 팟캐스트 방송은 온라인을 통해 1만명의 청취자들에게 전달된다. 아이튠즈 음악 부분 팟캐스트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학생 팟캐스터 정윤씨가 만든 팟캐스트 방송은 온라인을 통해 1만명의 청취자들에게 전달된다. 아이튠즈 음악 부분 팟캐스트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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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씨의 팟캐스트는 <아이튠즈> 팟캐스트 음악 분야 집계에서 성시경의 <FM음악도시성시경입니다>,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등과 경쟁하며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 세상에서 대학생 정윤씨는 유명 스타 못잖았다. 그녀는 팟캐스트가 만든 작은 기적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정윤씨는 앞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더욱 알차게 꾸민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변 친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왜일까? 녹음은 힘들지만, 팟캐스트 방송이 가치 있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 녹음을 하면 정말 한 번에 쭉 읽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지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녹음을 했어요. 이런 것 저런 것 다 짚고 넘어가려다 보니 맨 처음 방송은 한 스무 번은 혼자 녹음했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것 같네요. 좋은 방송을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나갈 생각이에요."

문득 궁금했다. 팟캐스트의 인기를 통해 얻는 이점이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 그 물음에 정윤씨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팟캐스트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금전적 이득은 없어요.(웃음) 오히려 좀 더 좋은 방송을 위해 자비를 지불하는 분들도 많아요. 자기 돈을 들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자나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자기한테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꾸준히 업로드를 하는 팟캐스터가 참 많아요. 관심 있는 분야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따뜻해요."

내가 아는 정보를 세상과 공유하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 팟캐스트의 첫 탄생은 분명 그러 했으리라.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프로가 아니더라도, 2030 청춘들이 만드는 팟캐스트는 빛나고 있다.

젊은 팟캐스터들이 만들어가는 유행은 '정보의 공유'를 넘어 세상에 '감성의 공유'로 확산되고 있다. 꿈 많은 청춘들의 열정이 팟캐스트와 통(通)하고 있었다. 일반인이 다루기 어려울 것 같던 팟캐스트! 하지만 알고 보니 팟캐스트는 인터넷 세상과 통하는 '꿈의 통로'였다.


태그:#팟캐스트, #이정윤, #당신의오늘은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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