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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영어회화전문강사(아래 영전강)를 2300명 더 뽑고, 한 학교 근무 연한도 4년 연장(다 합하면 8년 근무 가능)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영전강이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아닌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교육계는 영전강 제도에 반대하며 정규교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영전강 제도는 어떤 것이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영어몰입교육 위해 영전강 제도 도입

영전강 제도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에 영어몰입교육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영어수업시간을 늘리고 영어회화 실력만으로 강사를 뽑아 학생들을 가르치게 한 제도다. 초등 영전강은 늘어난 영어수업시간, 중등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담당하면서 영어업무를 맡긴다고 했다.

현장교사나 교육단체들은 성장과정의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니 정규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본 기자도 당시 교과부 초등교육과정 심의위원을 하면서 수업시수 확대도 문제고 영전강 제도는 교육적으로나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불량' 노동정책이라고 비판했다.(관련기사 :초등영어 시수 확대 연구가 기밀? )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1년마다 재계약하는 비정규직 강사를 고수하고 최대 4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교대 교육과정이나 임용시험에서 영어항목을 강화하고, 현직교사 영어연수를 강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속내는 1990년대 후반 중초임용 사태, 즉 중등 영어, 예체능 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한시적으로 초등 교과전담교사로 채용했다가 이들의 집단행동으로 초등교사로 임용한 전례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교사'라고 하면 나중에 이들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달라고 할 것이므로 당시 교육법에 있지도 않은 (대학강사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강사'라는 직종을 새로 만든 것이다.

교과부는 2008년 당시 한 학교에 2년 근무만 가능하다고 했다가 다시 4년까지 근무하도록 시행령을 고쳤다. 2013년 8월이면 4년이 되는 시점인데, 이번엔 8년까지 근무가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그 숫자도 늘린다고 했다. 영전강 단체들은 그간 고용안정을 위해 정치권에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해 왔는데, 교과부는 계속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영전강 제도를 비판하고 정규교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초등 현장 이해 부족과 업무 증가 호소

교육 현장은 어떤 의견일까? 도입 초기부터 반대 의견이 높았던 데다 직접 학교에서 영전강 제도를 경험한 초등 교사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영전강이 가장 많은 경기도를 보면 907명 중 13명만 초등교육을 전공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현장에서 초등학생이나 초등교육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고 이 때문에 이직률도 높다. 영전강 관리 업무를 맡은 교사들은 본인 수업과 업무 외에 영전강 채용과 급여 계산이며 공문처리를 다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일덩어리"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수업능력에서도 문제제기가 많다. 물론 수업을 잘하는 강사들도 있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기르기 위해 거의 놀이나 활동 중심으로 진행되는 초등영어수업시간에 중등처럼 문법수업을 하거나 학생 관리를 힘들어 하는 강사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회화 실력도 별로라 원어민 교사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작은 학교에서는 영전강의 의무 시수인 18~22시간을 채우지 못해 순회교사를 해야 하거나 1, 2학년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에 영어를 끼워넣기 하는 사례도 많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이명박 정부가 창의 인성 교육을 한다며 무리하게 개정한 2009개정교육과정의 핵심내용이고, 교과수업을 못하게 하는데도 영어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음서제 비판에 영어교육 질 저하 논란 나와

현장에서 이런 비판이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영전강 채용 기준을 보면 원칙적으로 초중등 교사자격증을 가진 이들 중에서 뽑고, 예외적으로 교육감이 인정한 기준으로 뽑는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는 미달이 돼 외국에서 살다온 경험만으로 채용되기도 하고, 2011년부터는 학교 자체 채용으로 바뀌었다. 이후 강사 관리가 더 안 되고 관리자 인맥으로 들어온 사례까지 발견돼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교사는 성장과정의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직종과 달리 시험을 보는 데에도 초등 따로, 중등 따로 교사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이다. 그런데 영전강 제도는 '영어몰입'을 해야 한다며 양성과정 자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채용하고 있다. 또 교사가 된 후에도 계속적으로 연수를 통해 관리가 돼야 하는데, 영전강의 경우 원격연수 정도만 하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자격 기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별표 2(제42조 제1항 관련)


1. 초등학교 2급 정교사 이상 자격증 소지자
    2. 표시과목이 영어인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이상 자격증 소지자
    3. 학사학위 소지자 또는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 중 영어능력을 고려하여 교육감이 따로 정하는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으로 영어 공교육을 완성하겠다며 영전강 제도를 졸속으로 만들어놓고, 채용과 질관리 모두 방치하고 있다. 때문에 강사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불안에 시달리고, 학교에서는 영어교육의 질 저하 논란과 교사와 강사간 갈등을 빚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영전강 제도, 제도 취지와 정책결정부터 따져봐야

교과부는 영전강 제도를 유지,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의 반발은 확대되고 있다.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인가를 고려해 교육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무조건 밀어붙이기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일자리와 관련돼 신중한 입장이다. 그런데 어떤 입장을 취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점이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 운영 기본 방향

-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 개편작업과 영어교육 담당 현직 교원의 능력개발 사업의 진행상황에 따라 영어회화전문강사의 채용 규모와 사업기간은 유동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함.


출처 : 영어회화 전문강사 편람

교과부는 영전강 제도를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과 현직 교원 능력개발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보기에는 이명박 정부 영어교육 방향에 맞춰 준비된 교사가 너무 많다. 임용시험에서 영어 관련 내용이 강화된 지 오래고, 영어연수를 받거나 석사과정을 밟는 교사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전강이 배치돼 국가예산으로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정작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고 사유서를 쓰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영어 연수의 마지막 단계인 6개월 심화연수를 받은 교사들은 반드시 5년 이내에 3년간 영어전담교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강화된 임용시험을 통과한 신규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또 질높은 영전강을 뽑아 가르친다고 했는데, 과연 현재 영전강들의 질관리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내놓아야 한다. 또 현직교사들의 준비도가 충분한데도 영전강을 계속 채용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영전강이 그렇게 우수하다면 급여도 정규직 초임교사와 차이가 나지 않거나 더 많은 상황에서 왜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신분 불이익을 주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려는지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지금까지 이런 자료도 내놓지 않고 영전강 제도를 확대하려고만 한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영어몰입교육의 실패를 교사와 강사간 갈등으로 무마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영전강 제도를 논의해야 하는 국회나 교과부는 적어도 이번만은 졸속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제대로 절차를 밟아 민주적으로 해결해 가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의 도입과 현재 논란이 되는 점을 중심으로 짚어보았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어서 이명박 정부 영어몰입정책 현황, 영전강 제도 폐지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태그:#영어회화전문강사, #영어몰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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