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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2월 2일 2시 교과부에서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안)을 검토하는 초등교육과정심의회에 다녀왔다. 이날 전교조는 12시부터 1인 시위에 이어 기자회견도 하면서 반대했지만, 결과는 찬성 11명, 반대 7명(위원장 제외)으로 나왔다. 물론 교과부는 심의회가 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이므로 결과 집계를 하지는 않는다.  

정책실명제 도입해야

찬성의견으로는 시대 추세와 학부모나 사회의 요구, 언어 수업의 특징을 내세워 영어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교육평등 관점에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공교육으로 격차를 줄여줘야 한다는 위원도 있었다. 모국어 교육이 약화되는 것이나 학생 부담에 대한 적절한 연구나 정책 배려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들어주기나 하나요?'라며 자포자기하는 듯한 분위기도 강했다.  

반대 의견은 시수를 늘려야 하는 근거가 자의적이고, 모국어 교육 약화와 민족 정체성 상실을 걱정했다. 사교육비 부담, 초등교육의 통합적 성격이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많았다. 총론 개정할 때 고치거나 3, 4학년 1시간을 조정해 5, 6학년 3시간으로 늘려 영어학습 효과를 높이자는 수정안을 내는 위원도 있었다. 아동발달측면에서 연구가 부족하고 시수 확대 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당연히 나왔다.

필자는 지역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영어전담교사 확보와 여건개선,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시수를 늘려놓으면 따라갈 수 없는 격차가 생길 것이라는 것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초등영어 11년에 대해 다 실패했다면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이 역사적 사안에 대해 정책실명제를 해놓고 10년 뒤에 평가하자고 하였다.

영어회화전담강사제에 대해서는 모두 아동의 인성과 관련되는 문제이므로 양성과정을 강화하고 초등교사 자격자를 정규교사로 채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제대로 된 연구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인수위에서 초등영어수업시수확대를 주장할 때에는 핵심이 사교육비 경감과 영어 격차 해소 두 가지였다. 그런데 공청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사교육비 경감은 빠지고 학부모와 교사 설문을 근거로 시수확대를 주장하였다.

이번 심의회에서도 ▲ 현장에서 주당 1~2시간으로 영어교육이 제대로 안되니 시수를 늘려라 ▲ 사교육비 격차를 공교육으로 해소해야 한다 라는 요구가 나왔다. 애초 영어교육의 효과에 대한 주장도 거의 없다.

반대측에서 주장한 연구 근거 빈약에 대해서는 '오해'라는 변명도 없었다. 이번 심의회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연구물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영어강화로 사교육비 절반, 학교교육만족 두 배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는가?

무엇이 두려워 심의회 자료도 뺏어가나?

그런데 심의회가 끝나고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번 심의회는 비공개라 심의자료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앞면에 다시 걷어가겠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간 전문가협의회며 장관 면담이 비공개로 진행된 건 알고 있었지만, 이것까지 비공개라니? 그동안 안건을 미리 못 받고 간 적은 있어도 자료를 걷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가 막혀 항의했다.

"아니, 심의회 자료를 뺏어가는 게 어디 있어요? 제 것 주세요. 영어정책이 중요하니 당연히 공개적으로 제대로 논의해야지 왜 만날 비공개로 한다는 거에요. 심의회 하는 거 다 알고 있는데 내용을 알려줘야지요."

하지만 그대로 싸들고 가버리고 미리 요청한 초등영어시수확대 연구보고서만 받고 돌아와야했다.

돌다리도 두들기라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야

초등영어연구시수확대연구가 무슨 국가기밀인가? 사회 갈등이라도 생기는가? 1년간 비밀리에 했으면 되지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오히려 이런 연구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우려하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을 설득해야 한다. 밀실정책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정책이 다 그렇겠지만 어린이들에 대한 정책이므로 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릴 때 상처가 더 치명적이고 평생 극복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신비주의보다는 오히려 신중한 연구가 필요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연구내용 보안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밀실 정책은 한겨레 <왜냐면>MB영어정책, 햇볕으로 나와라(08.7.18)를 통해 이미 문제제기했는데,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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