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의 이상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마는 창녀다> <아빠는 개다> 등으로 한국영화계 이단아로 등장한 그다.

영화 <바비>의 이상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마는 창녀다> <아빠는 개다> 등으로 한국영화계 이단아로 등장한 그다. ⓒ 이선필


<바비>로 이상우 감독을 처음 접한다면 그에 대해 오해할 소지가 크다. <바비>의 이상우 보다 <트로피컬 마닐라> <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지옥화>의 이상우를 만나야 그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밀매와 해외 입양 이야기는 어쩌면 점잖은 축임을 알자. 사람의 성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며 극악무도한 가족들이 등장하는 그의 전작들에 비한다면 말이다.

분명 <바비>로 시작했지만 이야기는 산으로 갔다. 그를 두고 영화계 변태 감독, 이단아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그는  "내 전작들이 그런 걸 어떡해?"라며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미 지난해 부산영화제 카탈로그에 까지 '변태 감독'이란 말이 쓰였다. 자타공인 변태가 되는 순간이었다.

① 이상우 감독 그는 진짜 변태인가

- 세상을 너무 삐뚤게 봐서 그런 건가. 변태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본인에게 부담이겠다.
"주위에서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오히려 그런다. 실은 난 순수의 화신이다. 지하철도 잘 못 탄다. 그게 딜레마다. 계단을 올라가도 여자 뒤에는 절대 안 선다. 하도 그리 불려서 여자 엉덩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난 망하는 거다. 혹시나 하는 오해가 싫어서 여자 뒤에선 핸드폰도 꺼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조금만 이상하게 굴면 금방 구속될 거라고들 한다. 학교에서 영화 강의도 하는데 학생들도 나보고 조심하라고 하고. 어유! 공공장소는 무섭다(웃음).

- 그간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에서 알 수 있듯 가족과 욕망을 담았다. 이번 작품 <바비>는 개인의 욕망보단 가족에 대한 제3의 시선이 담겼다고도 볼 수 있는 거 같다. 해외입양, 장기밀매가 등장하지만 결국 가족에 대한 감독 나름의 깨달음인데 계기가 있었나?
"저번 영화도, 이번 영화도 욕망과 가족이야기다. 전주영화제에 초청됐던 <지옥화>도 가족 이야기다. 난 모든 영화에 가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바비>는 이천희씨가 나쁘게 나와서 그렇지 역시 가족이야기다."

- <바비>를 통해 국내 극장에 걸리며 겨우 대중성을 얻을 법한데 가족 3부작 마지막인 <나는 쓰레기다>와 <지옥화>는 또 엄청 강하다고 들었다. 정말 발표를 할 건가?
"이미 찍어놓은 걸 버릴 순 없잖나. 다신 이런 거 안 찍는다고 말은 했는데 어쩔 수 없다. <나는 쓰레기다>로 영화제에 나갈 거다. 나온 결과물을 보니까 또 확 나갔더라(웃음). '가족 3부작'이다, '막장 3부작'이다 라며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한다는데 한국 개봉은 힘들 거 같다. 내년에 발표할 <지옥화>도 배급사에서 쌍욕을 먹었다(웃음). 이건 악마의 이야기라면서 말이다. 국내 개봉이 힘들 거 같다. 난 어떡하나.

참고로 <발기의 끝>이란 영화도 있다(웃음). <지옥의 나날들> <라스베가스 가는 길> 등 발표안 한 작품들이 몇 개 있다. 주변에선 제목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고 하는데 어울리는 게 그것들인데 어떡하나. 영화를 많이 찍긴 하지만 막 찍었다는 소린 듣기 싫어서 발표는 안 할 수도 있다. 영화를 유씨씨(UCC) 찍듯 할 수도 없고."

 영화 <바비>의 이상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마는 창녀다> <아빠는 개다> 등으로 한국영화계 이단아로 등장한 그다.

ⓒ 이선필


② 유복한 가정환경, 그래서 더 확 나갈 수 있다?

이상우 감독을 두면 그의 작품을 통해 의례 불우한 가정환경이었다거나, 순탄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다. 위로 누나가 3명인 집안에 막내로 태어난 이상우 감독은 아쉬울 거 없는 가정환경에 다소 유복한 가정이었다고. 

- 실제 본인의 가족이 영화에 영향을 주진 않았나. 비정상적인 가족, 삐뚤어진 욕망을 표현하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 같다.
"나에 대한 편견이 있다. 어려서 성폭행을 당했다느니, 폭력을 당하며 자랐다는 등. 하지만 우리 집안은 너무 평화롭다. 난 사랑도 과하게 받고 자랐다. 좋은 환경이라 내가 직접 안 당한 얘기를 하는 게 모순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학대나 폭행을 당했던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오히려 힘들어서 못하지 않나?

난 이런 소재가 좋다. 가족에 대해 민감하다. 어렸을 땐 친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남는 건 가족밖에 없더라. 나이가 40이 넘어가니 이젠 진짜 가족뿐이다. 근데 이걸 영화로 만든다고 하자. 상품을 내놓는 건데 난 원가 500만원이고, 상대는 50억이다. 그거랑 겨루려면 남들이 안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솔직히 영화를 팔아먹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암에 걸린 부모이야기를 내가 만든다면 누가 보겠나. 상품을 내놨는데 단가가 싸니까. 포장이라도 화끈해야지. 내가 영화를 찍는 거 외에 하는 일이 없다. 여기서 즐거움 찾아야 한다."

 영화 <바비>의 이상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마는 창녀다> <아빠는 개다> 등으로 한국영화계 이단아로 등장한 그다.

ⓒ 이선필


- 그런데 결국 영화도 대중과 만나야 하지 않나.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지옥화>도 내년에 개봉한다는데 그간 심의에서 자유롭진 못했다. 제한상영가 등급도 여러 번 받았고.
"<지옥화>는 불교를 소재로 했는데 총 맞을 지도 모른다(웃음). 영화하면서 이슬람교는 절대 안 건드리려고(웃음). 불교나 기독교는 그간 많이 소재가 됐는데 이슬람에 비해 그 분들은 유하다고 생각한다. <지옥화>도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다. 영화는 결국 현실과는 다르니까 말이다.

근데 <지옥화>보다 <나는 쓰레기다>가 걱정이다. 내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몇 번 먹었는데 왠지 괘씸죄가 적용되는 거 같은 기분이다. <바비>도 스태프들이 걱정 많이 했다. 18세를 받아서 오히려 의외였다. 예전엔 제한상영가 받을 때마다 영등위에 찾아가서 항의하기도 했다. 성기가 나오는 다른 영화는 되고 내 영환 안 된다더라. 성기의 크기 차이냐? 왜 내 영화는 안 되냐며 따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심의가 문제긴 문제다."

③ 이상우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도는? "답은 결국 사채?"

2008년 <트로피컬 마닐라>로 데뷔 이후 이상우 감독은 말 그대로 힘들게 한 작품 한 작품 만들어왔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제작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채까지 매번 끌어다 썼다고. 최근까지 불어난 이자를 갚느라 고생한 사연을 전하며 이상우 감독은 치를 떨었다.

영화가 너무 좋아 학창시절 영화 전단지를 모으기도 했고, 이장우 감독을 따라다니며 무조건 연출부에 넣어 달라 조르기도 했던 이상우 감독이었다. 그만큼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던 영화 키드였다. 사채는 그런 그에게 최선이자 최후의 선택이었다.

- 사채 빚은 다 갚은 건가? 그러면서까지 영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채 부분은 너무 힘들다. 독촉 전화가 사람을 은근하게 말려죽이더라. 사채로 5년 동안 고생했다. 십 원도 없었고 영화는 정말 찍고 싶었다. <트로피컬 마닐라>도 아버지에게 1500만원을 빌리고 나머지를 사채를 써서 만든 거다. 광고도 찍고 영화 제작비를 만들기 위해 매번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4년째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매번 똑같은 얘기를 내게 한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영화를 하냐고 말이다. 그러면 난 사채를 쓰라고 한다. 그 용기가 없으면 집을 팔라고 한다. 그것도 아니면 몸이라도 팔라고 말한다. 그 세 가지를 할 정도의 용기가 없으면 어떻게 영화를 하나?  호스트바라도 가서 일을 하라고 하면 창피해서 못한다고 하더라.

마지막 네 번째 방법이 있는데 정말 느리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 1년 동안 천만 원을 모아서 영화를 찍은 아이가 있다. 사람들은 또 이 방법은 잘 안하더라. 내가 얼굴이 안돼서 몸은 못 팔지만 단돈 10만원이라도 준다면 청소일도 하고, 편집일도 일당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가서 했다."

 영화 <바비>의 이상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마는 창녀다> <아빠는 개다> 등으로 한국영화계 이단아로 등장한 그다.

ⓒ 이선필


- 그간 저예산·독립영화를 찍어왔는데 40억원 규모의 상업영화를 찍는다고 들었다.
"조선 최초의 성형외과 의사를 다룬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내가 원래 시나리오를 되게 빨리 쓰는데 이건 10개월 동안 안 풀리고 있다. 시놉시스 10장짜리가 좋다고 하자고 한 건데 남의 돈으로 찍는 거라 여러 모로 신중하다.

이 영화가 잘 된다고 해도 독립영화는 찍을 거다. 내 마니아 중에선 <바비>를 두고 내가 변절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바비가 성폭행이라도 당해야 하는 건가. 세다고 내 영화를 보는 분도 있고 너무 세서 안 보는 분도 있는 건 인정한다. 근데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웃음).

원래 판타지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안 믿지만 지금도 <타이나닉> <사랑과 영혼>을 가장 좋아한다. 그 영화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이토 히로부미의 딸과 안중근 의사의 아들이 사랑을 나눈다는 시나리오도 내가 가지고 있다. 또 상어의 몸을 빌린 소녀와 어느 대학생의 사랑 이야기도 생각한 게 있다. 이상한가?(웃음) 판타지를 진짜 하고 싶은 생각이다."

====영화계의 이단아 <바비>의 이상우 감독 인터뷰 관련기사====

[인터뷰①]이상우 감독, "<바비> 김새론, 김아론…날 살렸다"
[인터뷰②]이상우 감독 탐구생활 Ver.1.0 "영화 진짜 하고파? 사채 써!"


이상우 바비 이천희 김새론 김아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