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곰 테드>와 <광해> 포스터.

<19곰 테드>와 <광해> 포스터. ⓒ UPI코리아, CJ E&M


이선필(이하, 필) : 선배 추석 노린 영화들 올해도 여럿 있잖아요. 다 필요 없고 이것만은 보자! 하는 거 하나씩 소개해보죠?
조경이(이하, 조) : 나는 이번 가을에 <19곰 테드>에 꽂혔어. 너무 재미나게 봤어.

: 오... 외화를 드셨군요.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 추석에 꼭 봐야 하는 이유가?
: 날씨도 스산해지고, 노처녀 가슴은 뻥 뚫린 듯. 그 뻥 뚫린 가슴에 동심을 심어 보려고 외화 시사에 참석했지. 초반에는 '그래. 우리의 예쁜 아기곰' 이러면서 므흣한 미소를 띠며 봤어. 동심으로 슬슬 빠져드는 분위기였지. 그런데 반전! 그 곰이 말을 해! 캬~ 더 반전은 뭔지 아니?

: 뭐,,,,뭔데요?
: 동심의 상징인 테디베어가 주인공(마크 월버그)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방탕한 어른 곰이 됐다는 거야. 대마초 피우고, 술에 절고, 과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그리워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하고, 여자들과 문란하게 놀고. 1등 '퇴폐곰'이 되어 버린 거지. 동심의 상징이 아닌 퇴폐한 곰의 시추에이션이 배꼽 잡고 웃겨.  

: 헐... 가족과 함께 볼만하겠어요 선배? 제 조카들은 아직 순수한데.. 못 데리고 가겠네요. ㅋ
: 문제는 그거야. 추석 추천 영화인데, 청소년관람불가라는 게 함정. 어른들만 봐야 해. 아이들은 집에 두고. ㅠㅠ

: 그래서 전 <광해>를 꼽겠어요. 이거 뻔한 추천은 아닙니다!
: 왜 넌 <광해>를 꼽는 거니? CJ랑 친한 거니? 이병헌 소속사랑 친한 거니?  
: 제 성향이 마이너에 독립적이고 뭔가 키치적이면서 미니멀하긴 하지만 좋은 영화라면 CJ, 롯데가 상관있겠어요? ㅋ 간만에 챙겨볼 만한 좋은 사극 한 편 나온 거 같아요.

 <19곰 테드> 스틸. 테드와 마크 월버그.

<19곰 테드> 스틸. 테드와 마크 월버그. ⓒ UPI코리아


: 어떤 점에서 그 영화를 추석에 꼭 챙겨봐야 하는 거니?
: 가족끼리 식구끼리 연인끼리 어떤 조합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점을 우선으로 꼽았어요. 게다가 코믹함도 있고 메시지 면에서 여운도 남고. 곧 대선이잖아요. 영화에 등장하는 왕을 현재의 대통령에 비유하자면 사람들이 어떤 지도자상을 원하는지 고민할 수도 있는 영화. 그래서 꼽았습니다. 절대 CJ의 우아무개씨와 친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 그래 친분은 친분이고 추천영화는 추천영화야. 알지?
: 당연하죠. 허허허

: 선배, <19금 테드> 보고 여운 같은 건 없었어요? 제가 보기엔 그냥 웃고 넘길 상업영화 같은데 추석에 사람들끼리 모여서 부러 찾으러 갈만한지!
: 우선은 누구나 어린 시절 나만의 곰 인형, 나만의 로봇, 나만의 바비인형이 있잖아. 그런 것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름을 지어주고 그런 때가 있었지...그런 동심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어. 한마디로 '킬링타임'이 아닌 '힐링타임'이라는 거. 두 번째는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곰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던 거지. 어느새 동심을 저 멀리 내팽개치고 찌들어가는 '퇴폐 곰'을 통해서 나를 다시 보게 된 거지. 아 곰도 저렇게 변해가는 구나. 그런 지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어. 셋째는,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좋았어. 다시 한번 참신하고 신선한 소재에 대해 한국영화가 고민할 필요가 있겠구나를 알게 한 부분도 좋았어. <광해>를 보면서는 뭘 더 얻을 수 있지?

: 오. 선배 감동했군요. 찌들어가는 만큼, 제 배도 나오던데. <테드> 한 번 볼만하겠어요. <광해>에서 뭉클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 같아요. 우선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큰 메시지. 국민이 원했던 왕, 그런 왕이 되고 싶었던 하선(이병헌)의 대비를 통해 대중의 공감을 사는 거죠. 영화가 메시지에만 치중했다면 뻔한 정극이 됐을 테지만 적절한 유머와 공백이 있어서 힘들지 않게 볼 수 있어요. 또 외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등장인물 간의 우정, 신뢰감에서 버디 무비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선과 허균, 하선과 조 내관의 조합은 뭐랄까. 우리 사회 멘토와 멘티, 아니면 친구 간의 좋은 우정의 예로 풀어볼 수 있겠네요.

 <광해> 천민 하선과 광해 1인 2역을 소화한 이병헌.

<광해> 천민 하선과 광해 1인 2역을 소화한 이병헌. ⓒ CJ E&M


한 줄 평 : 추석 연휴. 29일 토요일은 부부끼리 연인끼리 <19곰 테드>를, 추석 당일 30일 일요일은 온 가족이 <광해>를!

추석영화 광해 19곰테드 한뼘리뷰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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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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