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탈리콜> 스틸사진

영화 <토탈리콜> 스틸사진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지금이야 영화 속 흔한 장면이 CG고, 뇌 속에 인위적으로 다른 기억을 주입하는 것이 그리 특별한 소재가 아니라고 하지만, 1990년 아놀드 슈워제너거 주연의 <토탈 리콜>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토탈 리콜>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웠고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그 후 최첨단 CG로 무장된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당시 <토탈 리콜>의 CG는 갓 걸음마를 뗀 아이의 수준에 불과했다. 여전히 22년 전 감동을 잊지 못하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 <토탈 리콜>은 단순히 기술과 액션으로 설명되는 영화가 아니다. 액션과 깊은 철학을 가미해 SF 블록버스터의 새 활로를 개척한 선구자이자, CG가 한 폭의 그림보다 멋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첫사랑과 같은 작품이다.

아직도 수많은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영화를 '감히' 다시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원작과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2012년 렌 와이즈먼에 의해서 재창조된 <토탈 리콜>은 그간의 진보된 CG 기술과 특수 효과를 총동원하여 1990년에 만들어진 것보다 세련된 화면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또한, 기억을 잃은 하우저의 가짜 아내로 잠입한 섹시한 비밀요원에 충실했던 샤론 스톤과는 달리 렌 와이즈먼 아내이기도 한 케이트 베킨세일은 콜린 파렐과 맞서는 최대 강적으로 전격 승격시켜버린다.

기억을 잃어버린 하우저가 화성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비교적 세세하게 그렸던 1990년 <토탈 리콜>과 달리 2012년 <토탈 리콜>은 스토리에 대한 설득의 과정 대신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추격신과 액션으로 시각적 효과의 쾌감을 높이고자 했다.

 영화 <토탈 리콜> 스틸 사진

영화 <토탈 리콜> 스틸 사진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미학은 첫째도 둘째도 액션이요, 주인공이 얼마나 악당과 통쾌하게 잘 싸우는 과정에서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벌떡 일어나 지구의 평화를 위해 달랑 2명만 있어도 수천 명의 악당을 거뜬하게 무찌르는 하우저와 멜리나 커플은 슈퍼 히어로를 통해 암울한 세상을 대리 구원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희열을 느끼게 한다.

만약에 전 세계 모든 사람의 기억 장치에 보존된 1990년 <토탈 리콜>이 송두리째 사라진다면, 2012년에 세상에 나타난 <토탈 리콜>은 충분히 잘 만들었고 볼 만한 블록버스터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공화당 소속 캘리포니아 전 주지사로 먼저 기억되는 슈워제네거보단 자타공인 섹시 가이 콜린 파렐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하지만 슈워제네거 시절과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싶음에도 불구 끊임없이 과거 기억을 소환하는데 섬세한 공을 들이던 이 리메이크판은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결코 원작을 넘을 수 없는 최악의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하우저가 옛 기억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이 난관은 어쩌면 <토탈 리콜>을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는지도 모른다. 전설을 뛰어넘으려면 단순히 전설이 이루었던 기록만 깬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설을 모방하여 그럴싸할 액션물을 만들 수는 있어도 끝내 전설의 위업을 넘을 수 없었던 <토탈 리콜>. 세련된 영상과 화려한 스케일에도 불구, 끝내 1990년의 기억을 넘지 못하는 것은 굳이 피지배 계층 대륙을 아시아계로 설정해놓은 부분만큼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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