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팀 박종우 선수의 동메달 수여 보류와 관련해 국민의 원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사과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로써 박 선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산케이>와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들은 14일 "올림픽 축구에서 벌어진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가 사과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은 앞서 13일 후쿠시마에서 가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미안하다,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이메일과 팩스로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아래'에서는 일본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바로 반박 보도자료를 내 일본 언론이 오보를 낸 것이라 해명했다.

박종우 선수의 메달 보류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리 땅을 우리 것'이라고 한 승리의 환호에 대해 보호막이 돼야 할 국가나 올림픽 기관들이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뒤로는 "우리가 미안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니 펄쩍 뛸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단체인 대한체육회는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Association of National Olympic Committees) 등 국제 스포츠 기구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스포츠 소관 부처인 문체부, 대한체육회는 팔짱 낀 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할 사안에 꿀 먹은 벙어리 행색을 하고 있다.

한심한 것은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해 메달을 찾아와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축구팀의 공항 환영행사에서 박 선수를 제외시킨 일이다. 그를 환영행사조차 못나오게 했으니 말 문이 막힐 일이다. 대외적으로 "박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가 정치적이었거나 최소한 문제가 있는 행위여서 죄송하다"고 시인해버린 꼴이다. 메달의 수여여부는 차치하고 국민의 열망인 대일전 승리에서 그는 국가를 대표해 사력을 다해 싸웠다. 그리고 이겼다. 국민의 환호를 받는 자리에 그를 왜 나타나지 못하게 했을까.

설상가상으로 '국민의' 대한축구협회는 독도가 일본 땅임을 전제하는 일본축구협회에 '사과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국민은 각기 최선을 다하는데, 정부나 소속 단체는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는 식의 공문을 띄우고 있으니 분개할 일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매년 체육진흥복권수입 386억 원과 국민체육진흥기금, 월드컵 기념관 운영수입금, 국고보조금 등 국민의 준조세를 수백억 원을 쓰는 '국민의 축구협회'다. 이런 축구협회가 국민감정을 무시하고 '유감'이라는 표현을 바침으로써 '사과'로 포장하게 했으니 국민이 걱정하는 것이다.

승리의 도취감 속에 자기 땅을 자기의 땅이라고 환호한 행위보다 IOC에 문제제기 한 일본의 태도가 '더 정치적'이라고 본다. 박종우 선수의 행위를 정치적이라고 간주했다는 것은 거꾸로 '독도가 일본 땅인데 자꾸 한국 땅이라고 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생각했다면 일본은 박 선수의 행위를 정치적이라고 제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 선수의 행위를 '승리의 환호'가 아닌 정치적으로 본 것은 '일본과 IOC의 행위가 정치적'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을 안 해도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다. 이것을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우기면서 국제분쟁화를 만들어 내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는 박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피켓을 든 행위보다 올림픽 정신에 수십 배 수백 배 더 위배되는 행동이다. 정부는 한일관계의 역사적인 특수성을 알려야 한다. 소나기를 피해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금 당장 문화체육관광부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스포츠 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선수가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일본의 주장에 침묵해서는 안된다. IOC를 찾아, FIFA를 찾아 일본의 문제제기가 정치적 행위임을 알려야 한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전제하는 일본 스포츠인들의 정치적 행위를 항의하고 설득해야 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산하단체가 겉과 달리 일본을 향해 '미안하다'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받는 것이다.

국민과 국가를 대표해 승리로 이끈 장수를 희생시키는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박 선수가 받아야 할 당연한 '영광'을 찾아오길 바란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의 수임을 받은 해당 기관의 최소한의 할 일이다. 박 선수는 자기 영달을 위해 종이 피켓을 든 게 아니다. '욱일승천기'를 앞세워 과거 제국주의의 영광을 알리려는 일본에 대해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알려준 것이다.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는 일장기 대신 선수 유니폼에 옛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 문양을 박아 넣은 일본 체조팀을 잊지 말길 바란다. 과거 일본 제국의 침략을 받았던 동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 다시 깊은 상처를 안기는 것이 보다 분명한 '정치적 세리머니'이기 때문이다.

박종우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IOC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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