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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성애자 연예인이 커밍아웃한 지 12년. 이제 커밍아웃은 다양한 관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으로 커밍아웃을 주저하고 있는 성소수자나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수많은 이성애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커밍아웃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를 직접 만나 그 이후 삶의 변화나 생각들을 들어보고, 왜 커밍아웃이 필요한지에 대해 얘기해본다. - 기자말

 인터뷰 중인 성민.
 인터뷰 중인 성민.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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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25. 이름은 유성민. 오늘 만난 주인공은 지난해 12월 말 육군에서 제대한 뒤 현재는 입대 전 다니던 패션학교에 복학해 열심히 디자인에 몰두하고 있는 귀여운 청년이다. 성민을 처음 만난 건 2008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의 14번째 생일 파티 때였다. 당시 재수 생활을 마치고 게이 커뮤니티에 처음 나온 신인이었는데, 그 뒤 친구사이 내에서 디자인 활동이나 지_보이스 활동에 열심이었다.

성민은 주위 친한 친구들에게는 커밍아웃을 했다. 가끔 친구사이에서 일손이 필요할 때 친구들을 같이 데려와 함께 도와주곤 했다. 세상 이치에 밝으려 하지 않은 순수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할 때 자칫 상처 받을 것 같았지만 대책 없는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힘들어도 곧잘 일어나던 친구다. 큰 눈망울 속에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은 성격도 있고, 한 번 친한 사람과의 관계는 끝까지 이어가는 의리 있는 친구다.

오늘은 성민이가 지난 2년 동안 군대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군 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기에 군 입대하기 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군대에서 커밍아웃을 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올 때 많이 궁금했다. 어느 날은 휴가 나와서 군생활을 함께했던 선임을 불러 술자리를 같이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 작정하고 군대 내 커밍아웃 성공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커밍아웃한 뒤 군 생활하기 더 좋았어요"

군대 내에서의 커밍아웃은 어찌 보면 같은 막사 안에서 생활하는 이성애자 동료 병사 입장에서는 놀랍고, 당치 않은 소리다. 2006년, 2007년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들을 보면 군대 내에서 커밍아웃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당시 사건들은 군대에서 커밍아웃 하고 난 후 아웃팅(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 경향이 드러나게 되는 것)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한 내용들이었다. 심지어 동성애자를 입증하기 위해 성관계 사진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군대 내 커밍아웃은 대책 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커밍아웃을 군 생활 동안 꾸준히 한 성민. 그가 왜 커밍아웃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군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했다.

성민의 군대 내 첫 커밍아웃은 생각보다 빨랐다. 훈련소 마치고 자대 배치 받기 전 연대 내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그때 상담해주던 군종병에게 커밍아웃 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이른 커밍아웃인데 왜 그랬는지 물었다.

"6주간의 훈련소 기간이 너무 힘들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 생활을 마치고 학교 다니면서 친구사이 활동을 할 때는 행복했어요. 커밍아웃 하고 나서 지냈던 생활들이 제게는 정말 자연스러웠는데, 군입대를 하고 나서 훈련소 생활을 하니 그 속의 삶이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간 것 같았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것보다 주위에서 저 보고 이상하다거나 여성스럽다고 하는 것에 대해 나를 설명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답답했죠. 그래서 상담하는 군종병과 이야기하다가 제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놨어요. 솔직히 자대 배치 전이기 때문에 그 때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도 풀 겸 이야기했죠. 그런데 다른 대대로 배치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군종병이 있는 부대로 자대 배치를 받았죠. 그렇다고 배치 받고 나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어요."

군대 생활이라는 것이 많이 경직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편하게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성민이는 그럴 때 커밍아웃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냈다. 정훈 업무를 담당한 성민이는 상명하달식의 경직된 군문화도 그렇지만, 행정병이 군 간부로부터 업무상 겪는 스트레스 때문에 가장 힘들었단다. 그럴 때는 함께 일하는 동료 병사들과 힘든 점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 성민도 그렇게 하려 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이다. 속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을 소개해야 했고, 그것이 곧 커밍아웃이었다.

커밍아웃 이후 성민의 군 생활은 어땠을까?

"음, 확실히 커밍아웃한 뒤 군 생활하기가 더 좋았어요. 간부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병사들과 이야기하면서 풀었는데. 저랑 관련된 농담도 자연스럽게 해주고. 그게 뭐 그들이 100% 이해하고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차츰 동료들이 나와 함께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느낌이었죠."

특히 가장 곁에서 근무했던 간부와의 관계에서도 커밍아웃은 필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대에서 유일한 여성 간부였던 담당 정훈장교에게도 커밍아웃을 했다. 이 여간부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했지만, 성민의 솔직하고 진심어린 커밍아웃을 잘 이해해줬다. 서로 연애 상담까지도 하는 관계로 이어졌다고. 여군으로서 군 생활에서 겪는 말 못할 고충을 함께 걱정하기도 했다.

성민이 군대 내에서 커밍아웃을 한 뒤 동성애자이지만, 아직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동료 병사의 커밍아웃 고백을 받았다.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이 병사는 성민의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의 성적지향을 정체성의 문제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결국 이 친구도 자신의 정체성 문제를 받아들이고, 동료 병사들에게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했다.

"군대 동료들이 묻더라고요, '너 아직도 남자 좋아하냐'고..."

 인터뷰 중인 성민.
 인터뷰 중인 성민.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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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성민의 군생활이 마냥 편했던 것은 아니다. 24시간 함께 지내는 병사들에게서 이성애 중심적 생각이나 행동들이 나올 때 결국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고 한다.

"제대 이후에도 연락하고 지내는 동료들이 많은데, 한 친구가 통화하다가 '너 아직도 남자 좋아하냐?'라고 묻는 거예요.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한 건데 그들은 그게 그 때 상황의 내 이야기로만 받아들였는지… 그래서 지금도 그렇다고 했죠."

커밍아웃을 진지하게 전했어도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살아 온 이성애자에게 동성애는 아직도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취향으로 이해되는 지점이 있던 것이다. 그 지점에 대해 성민도 많이 아쉬워했다. 이어 군생활에서 겪었던 고충도 털어놨다.

"사실 군대 내에서 관심있던 병사들도 있었죠. 하지만 그게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나만 상처 받을까봐 혼자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커밍아웃했던 담당 장교 분에게 털어놨죠. 그 분은 왜 미리 털어놓지 않았느냐며, 제 마음을 추스르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군대 내에서 동료 병사와 연인관계로 지낸다는 것은 군형법 92조 5(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문제도 있지만, 폐쇄적인 사회이기에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민은 이런 관계의 고민을 담당 간부와 상담을 통해 해결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동성애 관련 문제에 대한 국방부나 군부대의 인식이다.

동성애를 군기강을 해치고, 군대 내 결속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는- 2011년 군형법 92조 위헌 제청과 관련 국방부의 의견서를 보면 동성애에 대한 국방부의 인식을 알 수 있다- 인식이 동성애 문제를 지지와 이해의 태도로 접근하는 군 간부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군대 안에서 동성애 문제에 잘 접근하고 해결한 사례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고,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동성애를 지지하고, 이해하는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현 군 상황에서는 어렵다. 통제와 관리의 관점으로 동성애를 바라보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제대 후 성민은 좀 더 커밍아웃이 편해졌다. 군대 내에서 동료병사와 담당 간부의 지지를 받은 경험이 사회에서 커밍아웃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패션 디자인 공부에 몰두하는 성민은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조금씩 커밍아웃을 하고 있다. 성민은 군대에서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자신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커밍아웃을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의 소소하지만 진지한 커밍아웃이 점점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변화로 이성애자들도 다름의 문제나, 소수자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성애자들이 좀 더 깊게 고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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