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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성애자 연예인이 커밍아웃한 지 12년. 이제 커밍아웃은 다양한 관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으로 커밍아웃을 주저하고 있는 성소수자나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수많은 이성애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커밍아웃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를 직접 만나 그 이후 삶의 변화나 생각들을 들어보고, 왜 커밍아웃이 필요한지에 대해 얘기해본다. - 기자말

 김조광수 감독
 김조광수 감독
ⓒ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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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홍보 일정에 바쁜 광수언니(모든 게이가 나처럼 나이있는 선배를 '언니'라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형이라 부르는 것 보다 좀 더 친근하고, 게이들의 공동체 성격을 띤 표현으로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내겐 더 편하다.)를 만났다. 광수언니를 알게 된 지도 어느새 9년째. 커밍아웃한 지 6년이 넘은 언니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을까 싶겠지만 친한 사이라 생각할수록 그 사람이 그간 겪었던 인생이야기를 놓치기 쉬운 법. 커밍아웃 이후의 이야기를 듣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 중 한 명이란 생각에 첫 번째 인터뷰 상대로 '광수언니'를 선택했다.

청년필름의 대표로 처음 제작했던 퀴어 영화 <후회하지 않아> 개봉 즈음에 커밍아웃했던 광수언니는 6년 사이 세편의 퀴어 단편을 제작하고, 두 편은 극장 개봉까지 했다. 그리고 2년의 제작 과정을 거쳐 드디어 첫 퀴어 장편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이 지난 21일 개봉했다. 개봉일 다음 날 정오, 한 멀티플렉스 관에서 십여 명의 관객과 함께 만난 <두결한장>에는 인상 깊은 대사 한 마디가 있었다. '눈치 보지 말고 살자'는 말. 지금껏 눈치 보지 않고 퀴어 영화를 연출·제작하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권 운동에도 열심인 광수언니가 커밍아웃 이후 겪었던 소회는 뭘까? 다음은 광수언니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화 <후회하지 않아> 이후 커밍아웃 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커밍아웃 이후 내 영화를 좋아하는 게이 팬들이 많이 물어보는 게 보이는 것처럼 실제도 그렇게 명랑하냐는 거다. 커밍아웃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는 거다. 이 친구들은, 명랑한 척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보고 캐묻는 경우가 많다. 물어 보는 본인도 커밍아웃 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커밍아웃 이후가 부럽기도 하지만 실제로 장점이 많은지 묻는 거지.

커밍아웃하면 그 이후에 장단점이 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커밍아웃을 강요할 수는 없다. 내가 퀴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도 커밍아웃을 하면서 퀴어영화 제작에 도움을 주는 주위 사람들이 많아져 가능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회원 중 누군가가 커밍아웃 했을 때 꽃다발을 주면서 축하하는 상황이 된 것도 그동안 꾸준히 커밍아웃한 사람들이 있어서이고, 실제 그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깐 가능한 것이다. 커밍아웃 하면 부모님과의 갈등은 있겠지만 결국 해결될 문제다.

2006년 <후회하지 않아> 개봉 때와는 달라진 것이 퀴어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성소수자 관객이 많고 연령대도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영화를 직접 극장에서 보는 것에 눈치 보지 않으려 한다. 커밍아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커밍아웃, 장점 훨씬 많아... 동성결혼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야"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한 장면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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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결한장>을 개봉하면서 나오는 언론 기사를 보면 영화 보다는 오히려 감독이 주인공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기분이 어떤가?
"영화를 가지고 간담회를 했는데 영화 보다는 내 사생활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아직도 동성애가 언론들에게는 더 이슈인 것 같다. 영화 보다는 동성애 자체에 더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나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나의 파트너에 대해 묻는 것은 좋지 않다. 뭔가 커밍아웃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것이 오히려 커밍아웃을 힘들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여전히 언론은 동성애 기사에서 선정적인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다. 뭔가 특별하지 않으면 대중이 관심 갖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인사가 커밍아웃하기를 바라는 것은 언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커밍아웃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고 있다. 자신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이성애자,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기독교인으로 커밍아웃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자기 자식이 게이임을, 형제자매가 동성애자임을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언론이 찾아야 할 것은 선정성만이 아니라 현실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닐까."

- <두결한장>은 유쾌한 영화다. 해피엔딩이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꿈꾸는가?
"지금까지 한국의 퀴어영화가 '우리는 동성애자이지만 이성애자와 본질적으로 같아요' 하는 영화였다면 이번에는 '우리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이성애자와 이렇게 다른 것이 있어, 그 다른 지점에 대해 좋거나 힘든 지점이 있지, 다르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또 다르기 때문에 이성애자들과는 다른 행복한 지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영화다. 다르기 때문에 숨겼던 것을, 다른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해피엔딩으로 결론짓는 것이 좋았다. 현실에서도 이루고 싶은 결말이다. 더불어 동성결혼이 한국에서 더 이상 비현실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다. 동성애자 스스로 이것을 판타지로 여기는 것은 문제다. 제도적 보장이 당장은 어렵지만 미리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역시 광수언니다운 생각이다. 미리부터 우리나라에서 동성결혼은 힘들 거라 보고 포기하지 말고, 이성애자가 동성 결혼을 동성애자에게 주는 선물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게끔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사회나 제도가 그럴 준비가 돼 있냐에 대한 생각에 나는 조금 다른 입장이지만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광수언니가 커밍아웃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데 정말 점점 그가 더 커 보이는 것 같다.

광수언니는 여전히 바쁘다. 얼마 전부터 <나는 딴따라다>라고 하는 팟캐스트 방송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음 퀴어영화 작업도 천천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40대 민수(광수언니의 두편의 단편과 장편 <두결한장>의 주인공)의 이야기로 로맨스가 아닌 다른 장르라고 한다. 또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동성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결혼식 때 하객들에게 성소수자 커뮤니티, 단체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LGBT 무지개 센터' 건립 자금에 쓸 축의금을 받겠다고 한다. 커밍아웃 이후 광수언니가 꾸준히 성소수자와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생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한국에서 게이가 눈치 보지 않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커밍아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고마운 언니다.

덧붙이는 글 | 김조광수 감독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2010년 3월 진행한 <친구사이> 커밍아웃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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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