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면 볼때마다 제가 스파이더맨이 아닌게 슬프게 느껴지곤 해요

이런 장면 볼때마다 제가 스파이더맨이 아닌게 슬프게 느껴지곤 해요 ⓒ 콜롬비아 픽쳐스


피터 파커가 덜 잔인해졌습니다. 더 잘 생겨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잘생겼다고 말해줘야 될 것 같은 얼굴이긴 하죠 앤드류 가필드가... 자신감에 차 있는 얼굴이니까요. 하기사,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인 토비 맥과이어는 다소 샌님같은 타입이었죠. 샌님보다 시원시원하게 생긴 것 같긴해요 앤드류 가필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1편에서 피터는 자신을 곯려준 학교 동기에게 상당한 굴욕감을 주죠. 하지만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 1편에서 피터는 그저 불의한 행동을 한 학교 동기를 골탕먹여주는 정도랄까요. 그렇기에 피터의 숙부가 피터의 행동에 대해 질책하는 거에 공감이 많이 되지는 않았어요. 한편 MJ 대신 등장한 그웬은 어떨까요. 그녀는 어메이징 키서(kisser)죠. 언제나 옳아요.

이 영화가 기자들 사이에서 '500일의 스파이더맨'이라고 불리웠다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실제로 피터와 그웬처럼 달콤한 연애를 지금 하고 있지 못해서인지 오히려 둘의 로맨스가 좀더 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 1편이 샘 레이미의 그것보다 더 좋다고 느낀 가장 큰 것은, 피터와 그웬이 이별보다 재결합에 더 가깝게 결말지어진다는 거였으니까요.

 스파이더맨 의상만 봐도 한 시대가 지났음을 알수있죠. 스판은 진화할 뿐입니다.

스파이더맨 의상만 봐도 한 시대가 지났음을 알수있죠. 스판은 진화할 뿐입니다. ⓒ 콜롬비아 픽쳐스


그럼 액션은 어땠냐구요? 한마디로 지하철역 전광판에서 몇 번을 봤던 예고편보다 못했어요. 어쩌면 당연하죠. 예고편은 기깔나는 액션장면들만 재미나게 편집해놓은 것이고, 본편에서는 상황과 이야기에 따라 액션씬들이 나눠져서 나오니.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크레인 액션 씬에 대한 칭찬이 꽤 있던데, 기대보다는 그저 그랬지만 감동적인 액션이라 좋았고요.

거미줄에 매달려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거보다 거미줄을 많이 쏴서 재밌더군요. 아예 거미줄 쏘는 장치를 피터 스스로가 만들었잖아요. 아주 가열차게 함 쏴보겠다는 뜻이죠. 강도를 제압할 때 거미줄로 꼼짝 못하게 만드는 거나 조금 멀리 떨어져있는 그웬을 자신에게 오게 하려고 거미줄을 쓰는 센스 같은건(특히 그웬을 창밖으로 내던지고 바로 거미줄을 쏴서 마치 번지점프 하고난 후의 사람처럼 스릴을 느끼게 해준건) 참 괜찮아 보였습니다.

 스파이더맨에서 가족 이야기를 뺀다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오마이뉴스를 뺀다는 것과 같죠.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스파이더맨에서 가족 이야기를 뺀다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오마이뉴스를 뺀다는 것과 같죠.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 콜롬비아 픽쳐스


저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봤거든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팬이었기도 하지만, 딱히 두 감독의 버전을 비교도 많이 하지 않고 보려했고요. 그랬더니 로맨스도 액션도 나쁘지 않았어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죠. 그러면서 느꼈죠. 아, 이런게 요즘 시대에 맞는거 같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느낌. 그래서 시대가 바뀌었다는 인상을 받은거죠. 좀 더 차분한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

그런 시대의 흐름에 맞는 리부트라 좋았습니다. 사실 스파이더맨은 로맨스나 액션도 좋지만 가족 이야기,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어려움에 처한 선량한 시민을 돕는데에서 오는 감동이 좋잖아요. 피터 숙모가 하는 주옥같은 대사들(피터의 허물을 덮어주고, 상처를 감싸주는)과 피터 숙부의 그 음성메시지(감동하지 않을수 없죠. 한국 TV드라마 <딸기 아이스크림>에서도 느꼈던 페이소스랄까요, 돌이킬 수 없는 저장된 기억에서 느껴지는 슬픔 말예요). 정말 스파이더맨에서 피터와 피터 숙부, 피터 숙모 세 가족의 이야기를 빼면 안될 것 같아요.

물론 이 영화, 그냥 오락용으로 보자면 조금 부족하죠. 어두운 내용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과학적인 이야기들은 어렵기도 해요. 그래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옳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이런저런 사람들이 바뀌고(배우뿐 아니라, 샘 레이미 버전에서 캐릭터들이 교체되었거나, 중요 장면들을 적절히 가져와 재배치했죠), MJ가 없고, 오스코프 사장이 아픈 대신 도마뱀이 약간 징그럽게 악당으로 나와도, 제목에 '어메이징'이란 단어가 붙었어도,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이니까요. 

덧붙이는 글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상영시간 136분. 6월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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