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대 방어율은 다반사다. 재방송율 또한 케이블 저리가라다. 기대이하인 시청률에 벌써부터 관련 주가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소식이다.

개국 1주일을 넘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방송가의 뜨거운 화두다. 종편사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지극히 낮은 시청률에 개국을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예상됐던 콘텐츠의 수준까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종편4사가 일제히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모시기에 나섰던 시사보도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결국 종편 4개사의 명운은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질로 판가름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종편사들의 단기적인 목표는 <슈퍼스타K>의 전국민적 열풍을 업고 케이블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은 CJ E&M 따라잡기가 될 것이다. 허나 공중파를 위협할 것이란 종편들의 부푼 기대에도 불구하고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공중파와 케이블 중간 어디쯤이 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과 <발효가족>을 내세운 JTBC가 시청률과 편성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MBN은 전 보도전문채널답게 드라마대신 3개의 시트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며 선전을 노리는 중이다. '형광등을 100개 켜놓은 아우라'라는 유행어를 낳은 TV조선은 개국드라마 <한반도>에 기대를 걸고 있고, 채널A는 아직까지 뚜렷한 킬러콘텐츠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옥석은 가려야 하는 법. 종편4사의 프로그램 중 눈여겨볼만한 4편을 꼽아봤다. 애석하게도 <한반도>가 2월로 편성이 늦춰진 TV조선의 프로그램은 한 편도 없었다.

 6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MBN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왓츠업>제작발표회에서 대성(왼쪽에서 두번째) 등 출연 배우들과 작가들이 대성 팬들이 선물한 케잌을 자르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MBN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왓츠업>제작발표회에서 대성(왼쪽에서 두번째) 등 출연 배우들과 작가들이 대성 팬들이 선물한 케잌을 자르고 있다. ⓒ 이정민


송지나 작가의 두 번째 청춘물 <왓츠업> (MBN)

<우리들의 천국>을 기억하는가?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이나 <논스톱> 시리즈는? 20대가 취업시장에 내몰리면서 TV 속에서 사라졌던 캠퍼스 드라마를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가 부활시켰다. 특히나 <남자이야기>를 통해 MB시대 부동산 권력의 괴물성을 고발했던 송지나 작가가 뮤지컬학과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로 돌아왔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청춘물 <카이스트>의 작가가 그였다는 점도 잊지 말자.

'빅뱅' 대성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지만 <왓츠업>은 '샤방하고'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차고 넘친다. <탐나는도다>의 임주환, 뮤지컬 스타 조정석, <하이킥3>의 김지원, <뿌리깊은 나무>의 '윤평' 이수혁, <스파이 명월>의 장희진 등이 골고루 포진했다. 여기에 오만석이 이 개성 강한 신입생들을 가르치는 괴짜 교수로 분했다.

2회까지 방영된 <왓츠업>에서 배우들의 '비주얼'과 더불어 영상미는 기본적으로 갖춰진 듯하다. 얼굴없는 가수로 분한 대성의 콘서트 장면은 세련된 교차 편집과 웅장한 사운드로 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화면을 선사했다. 인물들 각자의 사연과 더불어 뮤지컬 배우로서의 성장기가 그려질 이 청춘드라마, 송지나 작가의 필력은 의심치 않아도 될 법하다. 

 채널A의 영화정보프로그램 <무비홀릭>의 진행자 장항준·김태훈·장유정·허지웅

채널A의 영화정보프로그램 <무비홀릭>의 진행자 장항준·김태훈·장유정·허지웅 ⓒ 채널A


'19금 토크는 덤이다' <무비홀릭> (채널A)

SNS 상에서 벌어진 영화칼럼니스트 허지웅의 '종편 부역' 논란은 일단 논외로 하자. 결코 순수(?)하지 않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 <무비홀릭>은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싸인>의 장항준 감독, 뮤지컬과 영화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감독과 배우 윤세아가 새 영화를 둘러싼 맛깔스런 입담을 선보인다. 

8일 방송된 1회에선 김한민 감독이 출연, 자유분방하게 흥행작 <최종병기 활>의 뒷얘기도 털어놨다. 앞으로도 영화인들이 MC로 다수 포진한 이점을 충분히 살릴 것으로 보인다. 거기서 그쳤다면 방송전 소란에 비해 평범했을 터. 깔끔하고 빠른 편집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키스가 더럽다"는 장항준 감독의 돌출 발언처럼, 심야시간 방송답게 진행자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언 수위가 지속된다면? 시청자들이 '이 방송, 오래갈 수 있을까?'하는 근심을 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11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jTBC월화드라마 <빠담빠담>제작발표회에서 연인사이로 나오는 배우 정우성과 한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1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jTBC월화드라마 <빠담빠담>제작발표회에서 연인사이로 나오는 배우 정우성과 한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JTBC


노희경의 판타지에 동승한 '양아치' 정우성 <빠담빠담> (JTBC)

한 시청자가 트위터에 이렇게 물었다. '2회 동안 주인공들이 전국적으로 몇 번을 우연히 만나는 거에요?' 이게 다 판타지 때문이다. 사람 냄새 나는 극본으로 유명했던 노희경 작가가 처음으로 판타지에 도전했다.

주인공 양강칠(정우성)은 교도소 복역 중 사형을 당했다 살아났다. 그 기억을 간직한 채로, 출소한지 16년 만에 사랑하는 이도 만나고 16년에 낳았다는 얼굴도 모르는 자식의 존재를 알게 되며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3년 만에 해후한 김규태 PD와 노희경 작가는 <왓츠업>과 마찬가지로 공중파에 편성되지 못한 설움을 톡톡히 되갚아줄 심산인 듯 하다. 이 콤비는 스타 정우성을 철저히 망가뜨리면서도 그의 또 다른 매력을 살리는 한편, 판타지와 함께 인물들간의 관계를 통해 휴머니티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시동을 걸고 있다. 2회는 다소 주춤했지만 <빠담빠담>은 현재까지 종편사상 최고시청률(1.6%)을 기록 중이다.

 <개그공화국> 중 <셰프를 꿈꾸며>

<개그공화국> 중 <셰프를 꿈꾸며> ⓒ MBN


강용석 의원에게 추천합니다 <개그공화국> (MBN)

이명백 셰프가 서민들을 위한 요리를 주문하자, 궁중떡볶이를 준비 중인 박실장이 난데없이 수첩을 꺼내든다. 뒤이어 이명백 쉐프는 화가 난 조리반장 홍반장과 전세값을 논하자, 박실장은 "1년 뒤면 퇴임할 텐데 그런 걱정은 자리를 이어받을 내가 하겠다"고 한 마디 한다. 뒤이어 의사출신 요리평론가 안선생이 "주말 동안 고민을 많이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30년 경력의 대표적인 개그작가 장덕균씨가 제작과 극본에 참여한 공개코미디 <개그공화국>에는 안상태, 김미진, 윤성호, 최국, 윤택 등 방송3사 출신 개그맨들이 고루 뭉쳤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 안팎의 인물들을 성대모사하는 것으로 모자라 정치현안도 꼭 짚고 넘어가는 <셰프를 꿈꾸며>야 말로 시사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개그공화국>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첫 방송부터 코너들 면면에 짙게 밴 풍자의 기운이 독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종편시대의 뉴스'를 스스로 언급할 정도다. 최효종을 고소한 마포 지역의 한 국회의원이 필히 봐야 할 개그프로그램이 하나 더 늘었다.

종편 빠담빠담 무비홀릭 개그공화국 왓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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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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