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신토불이(身土不二), 우리지역 사람에게 우리지역에서 재배한 곡물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호패지(54·화궁반점)씨는 전북 김제에서 24년째 중화요리집을 운영중이다. 현재의 상호가 아닌 아버지 때부터 계산해보면 60년을 훌쩍 넘게 한 지역에서 중식을 만들고 있다. 다소 특이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화교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지역 내 화교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지만 호패지씨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있다.

 

호패지씨가 화교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화교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하고 행동이나 문화에서 조금의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호패지씨는 뿌리만 화교일 뿐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은 바로 김제이기 때문. 다른 무엇을 떠나 그는 현재 거주하고있는 곳이 고향인 김제인이다. 세상 어떤 곳보다 이곳이 익숙하고 많은 애정이 담겨있을 수 밖에 없다.

 

호패지씨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말로만 지역사랑을 외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지역과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실천 중이다.

 

"저같은 사람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하겠습니까? 다만 이왕이면 우리 김제 물건을 쓰려고 노력하고, 같은 조건이면 김제사람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옳지않나 싶습니다."

 

장사를 하던 내내 지역 내에서 독거노인, 장애인, 결손가정 아이들을 상대로 꾸준하게 음식봉사활동을 하던 호패지씨는 2년 전부터 자신의 업소에서 사용되는 모든 음식에 '지평선 우리밀'을 쓰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김제지역에서 생산되는 밀을 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두 번 생각도 안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한 것. 김제지역 밀 생산 농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장사꾼 입장에서 보면 호패지씨의 결정은 결코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평선 우리밀'은 일반 수입밀에 비해 50% 이상 가격이 비싸기에 들어가는 원가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 그렇다고 음식값을 더 받는 것도 아닌지라 다른 중화요리집과 비교해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호패지씨 가게가 '지평선 우리밀 1호점'으로 선정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2호점조차 생기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역사랑도 좋지만 장사꾼 입장에서는 원가와 이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호패지씨의 현재 행보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밀 원가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닙니다. 가공 방법도 다르고 여러 가지에서 손이 더 가는 부분이 있어 음식의 완성까지 금액차이는 더 납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신경 썼다면 이렇게 하지도 못했겠지요."

 

호패지씨가 김제 지역 밀을 쓴다고 누가 특별히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은 극히 소수일 뿐 여러가지 경제적 부분에서는 그저 감수하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되려 수입밀에 입맛이 배인 사람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이 입에 맞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래도 호패지씨는 자신이 하는 일이 내심 자랑스럽다.

 

"수입밀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지역의 토양에서 직접 생산되는 밀이 김제사람들 건강에는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토불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호패지씨가 생각하는 지역사랑은 단순하다. 일부러 찾아서 실천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하는 일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서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을 찾아보자는 것. 요식업에 종사중인 그가 '지평선 우리밀'을 쓰는 것도, 열심히 우리지역 농산품 소비를 장려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칭찬을 받고자 하는 의도도 없습니다. 다만 여기 김제는 우리가 사는 고향이고 터전이니 만큼 서로가 좀더 약간의 애정만 더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지평선 우리밀 2호점, 3호점이 하루 빨리 생겼으면 하는게 유일한 바램입니다."

 

호패지씨는 오늘도 고향에서 나는 밀로 김제시민들을 위한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디지털 김제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내지역 밀, #단가, #화궁반점, #지역사랑, #화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