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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의 말대로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온' 한진중공업 여성노동자 김진숙씨, 우리 모두가 그녀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기에, 내가 그녀처럼 살 수가 없기에 더더욱 가야 한다.

 

그녀가 크레인 위에 올라가기까지 보내야 했던 수많은 불면의 밤들과 결단의 시간들. 그 무게와 그 삶의 무게를 알기에, 그녀의 투쟁을, 노동자의 권리를, 인간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그 투쟁을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 인간답게 살겠다는 그 수많은 노동자들, 그 노동자들을 지키겠다는 김진숙씨. 그렇기에, 나의 삶과는 너무도 다른 삶이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연대할 수 있다.

 

9일, 이런 마음으로 부산으로 가는 '희망버스'를 탔다. 1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2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참가자가 많았다. 나는 사실 이런 본격적인 집회 참여가 처음이다. 가는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안면이 있는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했다.

 

김진숙씨를 학교 강연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내가 탄 버스에는 집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이런 상황이 200일 가까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냥 친구들끼리 마음이 맞아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있기에는 죄책감이 들어서 왔다는 분도 있었고, 연인끼리 온 분들도 있었다.

 

다들 들뜬 분위기였다. 버스에서 어떤 분들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노래도 불렀다. 김진숙씨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가서 즐겁게 연대하고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노동자 아저씨들과 밤새 술을 마시느라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한층 더 들떴다.

 

 

밤새 신나게 놀 거라 했는데, 현실은 '안습'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었다면 오죽 좋았겠는가. 우리는 8시경부터 부산역에서 걸어서 영도까지 갔지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으로는 한 발짝도 들여놓을 수 없었다. 김진숙씨도 볼 수 없었다. 경찰은 차벽을 쌓고 '불법집회'를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말하는 경찰들이, 이 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통행을 완전히 막는 '위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뉴스를 통해 많이 봐왔는데도, 내가 직접 나가서 본 지금에야 비로소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직접 보아야만 철저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단순히 경찰 공권력의 남용뿐만 아니라,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들이 공공연히 그것도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집회를 '폭력적인', '불법집회'로 규정하는 경찰측의 방송과, 시위대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분노하는 인근 주민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힘을 들여 시위대의 통행을 막는 것에 숨은 의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방에서는 계속 들어가려는 시위대와 막는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마침 9일에는 많은 비가 내려서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산으로 경찰이 분사하는 최루액을 막았다. 시민들은 우산과 물을 계속 전방으로 날랐다. 그러다가 급기야 10일 새벽 3~4시경에는 경찰이 최루액과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쏘았다.

 

나도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최루액을 맞았는데, 어떤 분이 우산 안으로 끌어당겨서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눈이 너무 따가웠다. 비비면 안 되는 줄 모르고 손으로 비볐는데, 친구가 눈에 물을 부어줘서 겨우 앞을 볼 수 있었다. 목이 칼칼한 건 내가 좀 덜한 편이었는지, 옆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 손, 발이 모두 화끈거렸다. 인근 건물 화장실로 가서 씻어냈는데도 손과 발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아팠다. 난 결국 근처의 목욕탕에 가서 씻어냈는데, 알고 보니 정도가 심해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은 사람도 있고, 대충 씻고 계속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곳에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많이 있었는데, 최루액을 맞은 어린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 아이들은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까? 경찰의 폭력성이 도를 넘은 것이다.

 

 

"김진숙이 누구예요?" 부끄러운 대학생

 

돌아오는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했을 때 전경들도 거기에 버스를 세우고 밥을 먹고 있었다. 그 경찰들을 서울에서 데려왔던 것이다. 같은 사람이고 같은 휴게소에서 밥을 먹을 것인데… 전날 그렇게 대치해야만 했던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경찰을 동원해서 막지만 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이 김진숙씨와 노동자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결국 영도조선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처음에 가졌던 즐겁고 들뜬 마음은 돌아올 때에는 한층 무거워졌다.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9일이 되기만을 기다려 왔다고 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그리고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결국 노동자들의 문제는 대학생들의 문제이다. 사회에 나가는 대학생들이 비정규직이 될 확률은 매우 높다. 집회에 참여한 다른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이런 점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20대들이 사회 문제와 노동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내 주변을 보아도 김진숙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끄러운 대학생들이다.

 

나와 함께 갔던 과 후배는 "오늘 처음으로 진짜 대학생이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라고 했다. 우리가 사회에 나가면 노동자가 되고, 비정규직이 되고, 노동자의 자녀들이 대학생이 된다. 한진중공업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고, 등록금 문제가 그들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서로 연대해야 하는 이유이고 대학생들이 사회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하는 자연스러운 이유일 것이다.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김진숙씨를 빨리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게 할 수 있다. 3차 희망버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갔으면 좋겠다. 경찰을 동원해 막는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갔으면 좋겠다. 권력이 시민들을 막는다는 것이 결국은 그 권력이 시민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므로.

덧붙이는 글 | 류소연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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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관심이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대학생입니다. 항상 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1기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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