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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청청의 내부 출입구. 청청청의 내부와 외부 공간은 마을의 어린이, 청소년들과 커뮤니티아트그룹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등 지역 공동체가 힘을 모아 만들었다.
 청청청의 내부 출입구. 청청청의 내부와 외부 공간은 마을의 어린이, 청소년들과 커뮤니티아트그룹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등 지역 공동체가 힘을 모아 만들었다.
ⓒ 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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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2동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마리아의 딸 수도회(마리아니스트).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수녀원, 침묵과 기도만이 있을 것 같은 수도자들의 경건한 공간이다. 그러나 이 평범해 보이는 수녀원 지하1층에서 드럼과 전자기타 소리, EXID의 '위아래'가 울려퍼지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는 소리가 가득하다면? 이 이상한 수녀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고?

마리아의 딸 수도회(마리아니스트) 건물의 지하 1층 공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으로 개방된다. 마리아니스트의 수녀들은 2010년 총회를 통해 수녀원 지하 공간을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아의 딸 수도회의 창립자 아델 수녀가 부엌문을 열어 동네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재봉 등을 가르쳤던 것을 본받아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도 더해졌다. 그렇게 꾸려진 공간이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아래 청청청)'이다. 청청청의 내부 공간을 꾸미는 작업도 마을 공동체와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했다. '지역 내 아동,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창작 공간'이 되겠다는 청청청의 설립 목적은 공간을 만들 때부터 실행되었다.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 입구.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추모인형들과 함께 세월호 추모의 벽이 조성되어 있다.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 입구.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추모인형들과 함께 세월호 추모의 벽이 조성되어 있다.
ⓒ 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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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청을 찾는 이들은 가장 먼저 청소년들이 직접 꾸민 벽과 게시판을 만나게 된다. 다른 한쪽 벽면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청청청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꾸민 세월호 추모의 벽이다. 음악소리, 어쩌면 왁자한 웃음소리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날씨가 선선해질 무렵이면, 수학여행 때 선보일 장기자랑이나 학교 축제 공연 연습을 하는 친구들이 매일같이 청청청의 거울방(댄스실)을 들락거린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는 쑥스럽게 말한다.

"선생님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놀러만 오던 아이들... 점차 일을 도모하는 주체로 성장

 지난 8월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에서 열린  제5회 청소년 판(Pan)축제 '한여름 어느날 낮은곳의 이야기'에서 명덕여고 댄스팀 '단미'가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에서 열린 제5회 청소년 판(Pan)축제 '한여름 어느날 낮은곳의 이야기'에서 명덕여고 댄스팀 '단미'가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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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부 통기타 동아리 '달걀말이' 학생들이 청청청 상근교사 '콩샘'과 함께 모여 연습 중이다.
 고등부 통기타 동아리 '달걀말이' 학생들이 청청청 상근교사 '콩샘'과 함께 모여 연습 중이다.
ⓒ 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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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청을 이용해 본 청소년 친구들은 연습공간이 필요할 때뿐 아니라 그냥 있을 공간이 필요할 때, 책을 보고 싶을 때, 놀 공간이 필요할 때 불쑥불쑥 다시 이곳을 찾곤 한다. 엄마 아빠가 집에 안 계시는 동안 들러 가는 꼬마친구, 그냥 누워만 있다가 가는 중학생들, 토요일마다 선생님들과 출퇴근 도장을 같이 찍으며 놀다 가는 고등학생들... 청청청은 공간이 부족한 지역 청소년들의 '쉼과 휴식의 공간'이 되고 있다.

그렇게 놀다 가는 친구들이 점차 무엇인가를 만들고 일을 도모하는 주체가 되어 간다. 지난 8월에는 청청청에서 4년째 꾸려지는 청소년축제가 있었다. 그 축제가 있기 두 달 전, 청청청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친구들이 모여 청소년 축제기획단을 만들고, 축제 기획, 공연준비, 홍보를 스스로 해냈다.

축제 기획단에 참여했던 고등학교 1학년 세영은 "학창 시절에 이런 경험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공연, 축제를 준비한다고 하면 부럽고 신기하다고 주위에서 말하는데, 그걸 들으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요"라고 말한다.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상상하고 실현하다

 영일고 대안교실 요리동아리 학생들이 칼질을 하고 있다. 요리동아리는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 대표인 강옥 로사 수녀님과 함께, 메뉴 선정과 장보기부터 상차리기와 뒷정리까지 요리의 전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한다.
 영일고 대안교실 요리동아리 학생들이 칼질을 하고 있다. 요리동아리는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 대표인 강옥 로사 수녀님과 함께, 메뉴 선정과 장보기부터 상차리기와 뒷정리까지 요리의 전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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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청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동반하는 대안적 마을학교를 꿈꾼다. 이미 청청청에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자발적 동아리들이 생겨났다.

청청청의 상근교사인 '콩샘'은 요즈음 토요일이 가장 바쁘다. 자주 오는 고등학생 친구들이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기 때문이다. 이름이 '달걀말이'인 이 팀은 8월 청소년축제에서 공연도 했다. 많은 박수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악기뿐이 아니다. 요리도 한다. 인근 학교인 영일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로사 수녀님(청청청 지킴이)을 졸라댔다. 그렇게 대안교실 요리반이 만들어졌다. 요즘 방송에서 요리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 녀석들도 유행을 타나보다 했더니 의외다. 졸업하고 독립해서 혼자 잘 살려면 요리를 배워야 한단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이 늘어날수록 청청청의 수녀님과 선생님들은 바빠진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은 기쁘다. 콩샘은 "청소년들은 기분 변동이 심해 오기로 해 놓고 안 올 때도 있다"며,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고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이 애들도 점차 성장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을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길동무를 꿈꾸다

청청청은 마을공동체와 연대하여 아이들의 성장에 함께하는 마을학교가 되고자 한다. 청청청 대표인 강옥 로사 수녀는 "제도권 교육에만 아이들 성장을 맡겨놓는 게 아니라 마을 안에서 아이들이 자기다움을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청청을 비롯한 목2동 마을공동체는 '모기동 마을학교' 사업을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기 잠재력을 키우고 발굴해 가는 삶의 중요한 과정 속에 있는 공간으로 청청청이 자리잡았으면 한다"는 강옥 로사 수녀의 말처럼, 아이들을 함께 품고 키워내는 마을의 탄탄한 디딤돌이 될 청청청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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