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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퍼포먼스 모습(자료사진).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퍼포먼스 모습(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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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4일 낮 12시 50분]

스스로의 이야기를 기사로 써 내기까지 두 개의 고민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첫 번째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고, 두 번째는 스스로의 자존심 문제였습니다. 스스로의 비참함을 팔아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산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기사를 쓰기가 조금은 망설여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단식까지 하게 된 마당에 더 말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어 글을 쓰게 됐습니다.
                                          
2011년 나는 지금 속칭 '주 3파'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은 수업에 가고, 수요일 금요일은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요즘엔 다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니니까 투정부릴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나처럼 수업에 맞춰서 아르바이트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에 맞춰서 시간표를 짜는 경우가 꽤 있다.

나는 이번 학기 시간표를 짜면서 '주 3파'로 맞추기 위해 꼭 들어야 하는 전공수업 대신 하루에 3시간 하는 교양 수업을 넣었다. 내가 아는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모든 수업을 2시 이전에 마치도록 했다. 당장 통장에 잔고가 넉넉하지 않은 내게 아르바이트는 지금 내 생활의 중심이다. 학생의 본분이 '아르바이트'인가 싶을 정도다.

내 생활의 중심 아르바이트, 이러려고 대학 온 건 아닌데

말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학기 초에 나의 이런 사정을 어머니에게 말씀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한동안 말이 없으시다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 하신 후 전화를 끊으셨다. 그러고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어머니께서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신다고. 다만 얼마씩이라도 부쳐줄 수 있게 되었다고.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망해 현재 아버지 앞으로 사기죄로 고소가 들어와 있다. 그리고 빚은 몇 년 전부터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 쌓여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현재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보니 몇 년 전부터 어머니가 혼자 집안 생계를 맡아 3남매를 길러 오셨다. 어머니는 백화점 매장에서 점원을 하고 계신다.

그런데, 얼마 전 내 이야기를 들으시곤 백화점에서 퇴근 후 다시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신다는 거다. "사람이 어떻게 그러고 사느냐"는 나의 말에 어머니는 "익숙해질 거야. 그런데 새벽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어둡더라…"고 말을 흐리셨다. 새벽 4시에 귀가 후, 막내 동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다시 7시 전에 일어나신다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 평소 아쉬운 말을 잘 하지 않으시던 어머니라서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섣불리 내 생활을 고백했던 입이 원망스러웠다.

물론 나도 이런 집 사정 때문에 그동안 약간의 돈을 모아 놓았었다. 2010년 2학기, 학교 동문회보에서 대학생기자 일을 하고 받은 장학금 250만원을 모아 놓았다. 그런데 두 달 치 하숙비 80만원과 그동안 이래 저래 쌓였던 빚 그리고 지난달 말 받은 전화 한 통으로 다 써버렸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셔야 될 것 같은데 돈이 없다"고 올해 대학에 입학한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 "비용이 얼마나 드냐"는 물음에 동생은 무슨 검사 비용이 50만원 넘게 든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를 그 낯선 용어들에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었지만 결국 나는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을 다 털어 보내드렸다. 의사들이 그랬다니 필요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검사만 겨우 받고 약만 타다가 먹을 뿐 제대로 된 치료는 받지 못한단 말을 듣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을 말 그대로 장학금으로 쓸 엄두는 내지도 못했다. 어머니는 지금 위궤양을 앓고 계신다.

내 코가 석자인데 등록금 동결 단식에 나선 이유

단식 중 매끼 2500원씩 적립하여 등록금(370만원)을 모으고 있다. 일반 학우들도 동참 중이다.
▲ 서강대 도서관 앞에 차려진 단식 텐트 단식 중 매끼 2500원씩 적립하여 등록금(370만원)을 모으고 있다. 일반 학우들도 동참 중이다.
ⓒ 윤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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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 난 서강대학교 도서관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등록금동결을 위해 텐트를 치고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잘 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적이 없다. 어머니는 아프시고, 당장 내 앞길도 헤쳐 나가지 못하는 판국에 주제 넘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이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대학에 들어와서 배운 가치라는 것이 '혼자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친구들과 함께 단식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우리 학교는 천주교 재단이 설립한 학교로, 작년 우리 학교 총장님은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을 이끄는 1% 인재를 양성하여 나머지 99%를 위해 봉사하는 학생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가치를 지닌 서강대학교에 지난 2006년, 내가 입학할 무렵의 등록금은 약 305만원이었다. 그리고 2011년 현재 등록금은 약 370만원이다(07년 327만8000원, 08년~09년엔 346만9000원 10년엔 361만3000원; 인문대 기준). 5년 사이 23%가 인상된 것이다. 등록금 인상률은 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물가상승률 보다 높았다.

물론 해마다 상승하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등록금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더 나은 대학이 되기 위해서 돈이 더 필요할 것이란 거 인정한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에 육박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인재' 취급을 받지 못한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하며 대학에 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은 '시민권'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 사회에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왜 대학생에게 전가시켜야만 하는 것일까. 최근 출판된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는 책에 보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대학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국가 중 가장 높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대학등록금 수준은 사립학교 기준으로 세계 2위인데, 미국은 사립학교보다 공립학교가 더 많기 때문에 평균 등록금 수준은 우리나라가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지금 내가 등록금 때문에 지고 있는 빚은 1700만원이다. 군대를 갔다 온 2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처음에는 잘 실감하지 못했지만 그 액수가 쌓여갈수록 나는 대학을 계속 다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집에서 용돈을 받지 않고 생활하는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집세를 포함한 80여 만 원을 내 손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리고 쌓여가는 등록금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5학기때 따져본 손익계산서,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할까요?

단식을 시작하며 대자보를 뽑아 교내에 부착했다
▲ 단식 선언서 단식을 시작하며 대자보를 뽑아 교내에 부착했다
ⓒ 윤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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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기 째 대학에 다닌 난 이제서야 대학의 가치를 따져보고 있다. 그만큼의 돈을 내면서 다녀야하는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이번 학기를 마치고 나면 나는 휴학을 할 생각이고 그 다음부터 학교를 다닐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 한다'고 내게 충고한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선택 아닌 필수'란 것을. 그래서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거다. 그들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어떤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지금 내가 친구들과 하는 등록금 인상에 관련된 문제 제기는 이런 근본적인 것들은 아니다. 사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란 것을 나도, 함께 단식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부끄럽게도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등록금 심의회를 다시 구성해 달라'는 것과 '등록금을 동결해 달라'는 것 이 두 가지다.

지난 2010년 12월 2일에 일부 개정된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교육과학기술부령 제83호 제 2조 4항을 살펴보면 ④ 제3항에 따라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정수(定數)의 2분의 1을 초과하여서는 안 되고, 학부모 및 동문 위원의 총수는 전체 위원 정수의 7분의 1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반면, 우리학교의 등록금 심의회 구성은 학교 관계자 4인(학생문화처장, 기획실장, 기획예산팀장, 재단상임이사)과 학생대표자 2인(총학생회장, 대학원 총학생회장), 관련 전문가(경영대학원 41기 원우회장) 1인으로 돼있다.

이미 전체위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한 7인 중 4명이 학교 측 인사일 뿐더러, 관련 전문가로 분류된 경영대학원 41기 원우회장도 학생 입장을 전적으로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구색 갖추기 식의 등록금 심의회는 무효이며, 따라서 제대로 된 '민주적인 등록금 심의회'를 구성하라는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요구다. 올해 2.9% 인상된 등록금을 반환해달라는 것이 그 두 번째 요구다.

단식이 치기? 절박과 희망의 몸부림

20일 현재 나는 5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등록금 다이어트 릴레이'도 벌이고 있다. 단식 농성자를 포함한 모든 학우가 한 끼를 굶는 대신 2500원(학교 식당 1끼 식사 비용)씩 적립하여 한 학기 등록금 액수인 370만원을 모아 학교 측에 후원기금으로 전달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행사다. 지난 7일부터 지금까지 31만 5000원의 액수가 모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단식을 하는 중에도 아르바이트에 나갔다. 수업에도 한 번 빠진 적이 없다. 나는 내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학업' 이 두 가지 대학생의 본분을 다하고 싶었다.

친구들이 묻는다. 일상생활을 하며 어떻게 단식이 가능하냐고. 솔직히 나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다만, 해마다 계속되는 등록금 투쟁과 그럼에도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 그로 인해 등록금 투쟁에 회의적인 친구들에게 단 한 번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

이 한 번의 희망은 모두의 희망이 될 것이고 나 자신에게도 희망이 될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길지 모른다.


태그:#등록금, #서강대,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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