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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학을 돈을 내고 다니냐? 돈(학습 장려금)을 받고 다녀야지."
 
최근에 만난 한 외국인(유럽 거주자)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필자에게 한 말입니다. 반독재 운동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프랑스에 망명했던 홍세화 선생님도 "(프랑스의 대학을 다녔던 우리 아이 두 명은) 등록금을 한 푼도 안냈는데, 한국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라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등록금 분투기 는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학생들의 절박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가의 등록금을 짜내는 곳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입니다.
 
유럽은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못살던 시절인 20세기 초중반에, 공정한 사회 구현과 교육복지 실현을 통한 국가발전을 꾀하고자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의 유럽보다 훨씬 잘 살고 있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지 못하며, 심지어 등록금을 동결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대학을 돈 내고 다니냐?"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선거운동본부는 지난 대선 당시 '등록금 절반 위원회'라는 공식 기구를 설치한 바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수십 차례 공개적으로 이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도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나 몰라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일까요?
 
현재 국회 교과위 야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 전원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법 개정'과 예산 확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원장 등이 나서서 야권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공격하고 폄훼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공약을 정부여당 스스로 나서서 공격하는 블랙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셈입니다.
 
한나라당 소속 일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도 개인적으로는 반값 등록금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과 당이 나서서 반값 등록금을 부인하는 것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지금이라도 그 비판이 부당하다면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해 "반값 등록금을 하자"고 외쳐야 합니다.
 
만약 반값 등록금이 구현된다면, 1학기에 400-500만원(사립대 기준) 안팎하는 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면 서민 가계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도 제법 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습니다. 즉, 우리 국민들의 고통과 부담은 반으로 줄어들고, 학생들은 좀 더 공부에 전념할 수 있고, 거기에 내수까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반값 등록금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전국의 대학생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면 3~4조원의 예산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이 310조 가량이므로 그 중 1%만 더 대학생과 고등교육을 위해 쓰자는 것이죠.
 

현정부는 5년 동안 부자감세에 90조, '4대강 죽이기 사업'에 23조, 재벌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는 데도 10조를 넘게 쓰고 있습니다. 또 형님예산·영부인예산·과잉공안예산 등으로 수조원씩 씁니다. 이런 상황에서 OECD 국가의 평균 고등교육 지원 예산의 절반 밖에 쓰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예산의 1%를 고등교육에 지원하자는 주장이 과도한 것인가요?(대한민국 정부 예산에서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GDP 대비 약 0.6%로, OECD국가들의 평균 1.1%의 절반 정도입니다) 
 
예산의 1%면 기 펴고 공부할 수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드는 양육비용이 무려 2억 6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는 휴학 기간 비용, 어학 연수비 등이 빠졌다니 실제로는 1인당 3억원 안팎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급여가 3년 연속 떨어지고, 전체 임금 노동자 중 40% 정도의 월 급여가 100만원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겠습니까.
 
또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비 탓으로 추가 출산을 포기한 국민들이 43%에 달하고, 3살 이상 육아 99.8%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위 연구에서, 사교육비를 포함한 유아 1명 당 월평균 교육비는 40만 4천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에 안 잡히는 부분도 있으니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혹자는 '등록금 폭탄'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등록금 고지서'라고도 합니다. 이제 등록금 1000만원 시대도 옛말이 됐습니다. 입학금(입학금만 100만원이 넘어갑니다), 연수비, 실습비, 교재비, 행사비, 생활비, 상당수 학생의 경우 주거비 등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대학생 1인당 1년에 2천만원에서 3천만원 안팎의 교육비가 들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물가대란, 전세대란까지 겹쳐서 서민들의 부담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교육은 불가능합니다. 빈곤층과 서민들은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대학에 진학해도 알바와 휴학을 전전하기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습니다. 사회로 진출하는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받을 수 없고, 이는 고스란히 한국 고등교육의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부자' 이명박 정권은 뭘 하고 있습니까. 국민들은 양육비·교육비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지난 연말 결식아동 국비지원 예산 전액과 약속했던 양육수당 수천억, 빈곤층 대학생 장학금 예산 수천억 등 각종 민생복지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대학생·학부모들이 호소해도 '반값 등록금' 공약은 한 적도 없다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의 심각한 문제점도 전혀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올해 2학기부터는 차상위계층 대학생 장학금 제도를 전격 폐지할 예정입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민생고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반값등록금' 드립니다
 
그래서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에서 큰 마음 먹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등록금넷에 참여하는 교육·시민단체들이 십시일반 후원금도 내고, 뜻있는 이들의 기부금도 받아 '반값 등록금' 행사(등록금넷·한대련·권영길-김춘진-안민석-천정배 의원실 공동주최/오마이뉴스 후원)를 기획한 것입니다.
 
저희가 모든 대학생들에게 반값 등록금을 줄 수는 없지만, 오마이뉴스 기사쓰기를 통해 '등록금 분투기'를 가장 잘 써주신 분께 '반값 등록금'(250만원)을 드릴 예정입니다. 또 노트북, 디지털카메라와 <미친 등록금의 나라> 책 등 다양한 상품도 준비해놓았습니다. 많은 참가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등록금넷 정책 간사입니다. 


태그:#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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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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