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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물가 상승'에 쓴소리를 했다.

 

박 전 대표의 일차적인 비판 대상은 한국은행이었다.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물가안정을 추구해야 할 한국은행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장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서민생활에는 무엇보다 생필품 가격 안정이 중요하다"며 "전 국민들의 삶의 질과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지적은 이날 전체회의에 나온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적극적인 물가안정 의지를 보여달라"는 주문 차원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말에서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최근의 물가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식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성장보다 물가안정이 중요"... MB와 뚜렷한 인식차

 

박 전 대표는 성장보다는 물가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성장이 전체 국민의 후생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며 "성장이 전체 후생에 골고루 도움이 되기보다는 일부에 편중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난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생필품 가격 급등과 전셋값 상승 등으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생활은 오히려 힘들어지고 있다"며 "어려운 계층일수록 물가(상승)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저금리와 고환율 정책을 축으로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률 높이기가 오히려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회적인 비판이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현재 3%인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의 하향 조정도 주문했다. 그는 "물가 안정 목표의 중심치가 높으면 선제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집행이 불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등 자산 가격의 버블(거품) 형성 우려가 높다"며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 중심치를 3%에서 선진국 수준인 2%로 내리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물가 목표 중심치를 2%로 하향조정하는 문제는 우리 경제가 선진화 되는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평균 3%를 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오르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의료에서도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물가도 가격이 오른 뒤, 사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물가지수 관리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친박계 의원도 가세... "청와대 눈치보느라 물가관리 실패"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도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보다는 정부의 성장 정책에 코드를 맞춰왔다고 비판에 가세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독립적이어야 할 중앙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다 제 때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등 물가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김중수 총재 지시로 청와대 등에 정례적으로 보고한 'VIP 정례 보고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부적절한 사례"라며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의 주관적 판단은 독립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이지, 정부에 물어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정부의 하급 기관임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김 총재 취임 이후 기준 금리 결정을 돌이켜 보면 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물가 안정보다는 성장을 뒷받침해 왔다"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항상 주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도 물가불안이 현실화되자 뒤늦게 부랴부랴 금리인상을 하며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는 야당에서도 나왔다. 김성곤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총재 지시로 일주일에 한 번씩 청와대에 동향보고를 한 것에 대해 '중앙은행이 청와대에 예속됐다'는 비판이 거세다"며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한국은행이 '기획재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표현이 또다시 등장했다"고 밝혔다.


태그:#물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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