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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8일 "물가 문제는 기후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고,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 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현황과 어떻게 물가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지도 살펴서 참고해 달라. 정부가 최선을 다할 때 에너지 절약 등 국민들의 협조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물가가 오르면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서민층"이라며 "국무위원들이 현장 방문을 많이 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도록 노력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방점은 '물가 안정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라'에 찍혀 있지만 '물가 문제는 불가항력'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대목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MB물가' 집중 관리 지시 등 이 대통령은 그동안 물가를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또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책과 수출지향 고환율 정책 등과 물가폭등 상황의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들면서 '불가항력'이라는 말을 쓴 것은 정책 실패의 원인을 외부요인으로 호도하려는 것으로도 비친다. 각종 에너지재 가격뿐 아니라 전세값, 농축산물값 등 거의 모든 재화의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물가급등과 관련해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장관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물가가 심각한 수준인데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면서 "중동사태로 유가가 오르고 기상악화로 국제곡물가격, 원자재가격이 오르고 있다. 구제역도 이렇게 최악의 상황인 적이 없다. 배추는 얼어서 못 쓰고 있다. 정부에 책임을 묻는다면 우리가 책임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각 가정이 10% 에너지 절감 운동하자" 제안

 

'물가 잡기'의 어려움을 강조한 이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결국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 운동을 벌이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기 생활공감 정책 주부 모니터단 출범식에서 축사에서 다시 한번 '물가 불가항력' 발언을 되풀이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의 기름값이 오르는 것을 우리 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극복하는 길은 에너지를 절감하는 길 밖에 없다. 매 가정마다 10%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운동만 열심히 해주면 금년도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절감은 물가를 낮추기 위한 것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운동은 단순한 경제활동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구를 살리는, 지구의 1000년 재앙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물가관리 실패에 대비한 사전포석 아니길"

 

이 대통령의 물가 관련 발언은 야당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얼마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바에 따르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물가관리에 실패한 원인의 근본에는 고환율과 저금리정책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소수 수출 대기업만을 위한 고환율정책은 포기하지 않고 서민에게 고통을 고스란히 떠넘기면서 물가문제의 원인을 엉뚱한데서 찾고 있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고, 물가폭등의 원인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제라도 친재벌 정책을 버리고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책으로 전향해야 옳다"고 논평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이 대통령의 '물가 불가항력' 발언을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더욱 힘 빠지게 하고, 국민이 급한 마음에 손을 뻗었는데 대통령이 썩은 동아줄을 내려준 격"이라고 비유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은 경제정책 기조의 잘못은 언급하지 않고 바깥 핑계만 대고 있다"며 "대통령의 발언이 이후 물가관리에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사전 포석이 아니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태그:#물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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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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