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 >포스터

<이층의 악당 >포스터 ⓒ 싸이더스FNH제공



영화 <이층의 악당>은 스릴러 코믹답게 적당히 아슬아슬하고 적당히 소리내 웃게 만든 영화다. 또한 배우들은 잘 맞물린 톱니처럼 아주 유연한 연기들을 보여 주었다.

문화재 밀매꾼인 한석규는 20억짜리 문화재가 숨겨져 있다는 집의 이층 세입자로 들어간다. 그 집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집주인 김혜수와 히스테릭한 사춘기 여중생 딸이 살고 있다. 남편은 죽고 없으며 빚에 쪼들려 시달림을 받던 여주인은 이층의 세입자가 남자든 여자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때문에 오지랖 이웃집 여인의 은밀한 눈총과 참견, 딸의 잔소리를 신경질적으로 무찔러 버린다.

소설가로 사기 치고 세든 한석규는 여주인과 딸이 집을 비우는 시간을 기다려 집안을 뒤진다. 그러나 매번 집주인, 딸, 이웃집 여인에게 휘둘리게 되고 물건이 있는 곳을 알아내려는 일에 방해를 받는다. 영화는 악당과 세 여인의 스릴 넘치는 숨바꼭질 속에 웃음코드를 버무려 놓았다. 그래서 손을 오그리고 보면서도 순간 확 풀어지게 웃음을 웃게 만든다. 이층의 악당은 '쌍놈의 집구석'에 들어와서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절규하게 되고 보물찾기는 번번이 수포로 끝난다.

 영화 <이층의 악당>

영화 <이층의 악당> ⓒ 싸이더스FNH제공


이층의 악당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엄마와 딸 사이에서 각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느라 애쓰다 급기야는 '쌍놈의 집구석'이라고 일갈을 터트리게 되는데, 그 말이 풍기는 뉘앙스가 낯설지 않다. 흔히 남편을 일컬어 '우리집 웬수'라고 애정어린(?) 멘트를 날리는 아내들의 잔소리와 일맥상통해 보인다. 보통의 아내들은 자신의 남편을 향해 '우리집 웬수'란 반어법을 사용해 가장의 존재를 부각시킬 때가 더러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뒤엉켜 맞닥뜨리는 에피소드들은 어쩌면 '쌍놈의 집구석' 때문에 일이 꼬인다고 생각되는 이층의 악당을 그녀들의 '우리집 웬수'로 만들기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나사 빠져 덜렁거리는 냄비 손잡이처럼 어리버리한 악당들뿐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벌이는 악당짓에 이를 갈고 치를 떨 나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주인공이든 주변인이든 할 것 없이 모두가 모두에게 조금씩은 악당의 존재로 인식된다. 때문에 이층의 악당 입장에서 본다면 집주인, 그녀의 딸, 이웃집 오지랖 여인도 악당일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모녀는 남편과 아버지란 한 남자를 떠나보내기 위해서 그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모든 것(집)을 조각조각 깨부수고 해체 시킨다. 집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다는 명분하에. 그렇기에 영화를 좀 더 들여다보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20억짜리 보물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일상의 분노를 잠재워 줄,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네주는 손길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모녀는 해체된 집을 떠나 새로운 공간 속에 깃든다.

모녀 때문에 생고생을 치른 이층의 악당은 다시 찾은 그녀들의 공간에서 비로소 불면의 시간을 벗는다. 바로 영화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장면이다. 또다시 칼자루는 그녀들의 손에 쥐어졌다. 이 악당을 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이층의 악당 영화 한석규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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