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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극심한 통증이 있는 중증 위궤양에 시달려온 어느 부호가 있었다. 병원치료와 식이요법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치료를 했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 격렬한 고통 속에서 그는 죽음에 이르렀다고 여기고 희망을 모두 접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유람선을 타고 세계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시체를 넣을 관을 배에 싣고 선장에서 여행 중에 자신이 사망하면 시신을 관에 넣어 가족들에게 보내달라는 당부까지 한 후 홀연히 세계여행을 떠났다.

고통스런 지병이 낫지 않아서 속을 끓일 때와 달리 그는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인 채 두려움 없이 마지막 여행을 즐겼다. 그의 마음은 더없이 편안했다. 주치의가 먹지 말라고 한 음식도 연연하지 않고 먹었고, 약은 아예 갖고 가지도 않았다. 유람선에 동승한 사람들과 댄스파티에도 나가고 함께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몇 달 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평생의 굴레였던 중증 위궤양에서 완전히 나아있었다. 즐겁고 편안한 마음이 만드는 생리작용으로 치유가 촉진되면서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자신을 억누르는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주는 이야기다. 삶의 기쁨을 찾는 것이 바로 건강과 행복한 삶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암 전문의이자 심신의학자인 버니 시겔 박사의 연구 결과도 다르지 않다. 병원에서 죽음이 임박했다는 진단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예외적인 암 환자들' 모임을 운영해온 시겔 박사는, 그 예외적인 환자들은 일반 환자들과 마음자세가 다르다고 한다.

그들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신 거기에 묶이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기왕 죽을 바에야 즐거운 일을 실컷 하다가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즐거운 일에 몰두하다 보면 심신이 되살아나 결국 불치의 병도 물리친다고 한다.

죽음의 선고와 같은 극단적인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즐거운 삶을 만들 수 있고, 그 즐거운 마음은 불치병도 치유할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낸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디 건강뿐이랴. 삶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암 치유에 도움을 준 즐거운 취미
▲ 내 어머니의 식물 기르기 암 치유에 도움을 준 즐거운 취미
ⓒ 이송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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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으뜸 조건, 삶의 즐거움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행복한 삶을 위한 으뜸 조건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를 먼저 파악하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주는 일을 찾으라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기쁨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자신이 흥미를 갖는 일이기에 열정을 다해 하는 것이다. 그 열정적인 몰입이 바로 행복한 감정을 만드는 연료다. 뭔가에 즐겁게 빠져들 때, 도파민과 같은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행복한 삶은 몰입, 즉 자신이 하는 일에 완전히 푹 빠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무언가에 매달려 시간이 가는 것도, 배가 고픈 것도 모른 채 빠져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몇 시간이 몇 분처럼 지나간 그 경험이 바로 몰입된 상태이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과 대상을 찾아 삶을 즐기라는 것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행복의 조건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 박사는 '가장 아름다운 운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행운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다.  

현재 자신의 생업이 좋아하는 일이고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미 행복한 삶을 위한 토양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만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또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그럴 경우 주업이 아닌 다른 일, 즉 취미나 사회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취미활동을 통해 마음에 즐거움을 계속 불어넣을 수만 있다면, 행복한 삶으로 다가갈 것이다.

취미가 주는 즐거운 몰입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은 삶의 기쁨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긴장된 삶에서 심리적 여유를 주고, 즐거운 감정을 강화하고, 성취감도 불러일으킨다. 삶의 행복감을 높이는 영양제와 같은 셈이다.

특히 우울하거나 걱정이 있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강할 때는, 취미에 몰입하는 것이 좋은 심리요법이다. 할 일이 없을 경우, 우리의 뇌는 대개 그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우울 할 때는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취미에 빠져드는 것이,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 마음을 긍정화하는 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취미생활을 등한시 한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고 심신의 피로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정신의학자 사이토 시게타 박사는 현대사회에서 취미활동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신경성 피로가 많은 현대인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순히 쉬는 것보다는, 즐거운 자극을 주면서 정신적인 피로를 없애는 것이 효과적이다. 심리적 피로가 해소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다."

우리는 종종 몸만 쉬고 있을 뿐, 마음은 여전히 회사 일을 생각하거나 고민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단지 잠으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결하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마음이 제대로 쉴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부정적인 감정이 더해지기도 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의 연구 결과를 보면 그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다양한 직업에 가진 수백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단지 집에서 무료하게 쉴 때 보다 집중적으로 일을 할 때가 오히려 더 긍정적인 심리상태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은 일을 할 때보다 집에서 쉴 때가 더 마음이 밝아질 것 같지만, 실제 심리상태는 오히려 일에 몰두해 있을 때가 무력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줄고 긍정적인 마음이 강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즐겁게 몰입할 일을 찾는 것이 행복한 삶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우울, 불안, 걱정 등을 일으키는 심리적 스트레스원에서 주의력을 돌리고 즐거운 자극을 주는 적절한 취미활동이야말로, 즐겁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시게타 박사는 취미를 통해 마음을 긍정화한다면, 그게 바로 '마음을 치유하는 취미'라고 한다.

내게 맞는 취미 찾기

취미활동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애완동물 기르기, 식물 기르기, 음악 감상, 악기 연주, 독서, 바둑, 도예, 서예, 낚시, 회화, 십자수, 각종 운동 등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가장 좋은 취미는 바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취미이다. 자신의 성격과 취향을 고려해서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 평소 새로운 뭔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면 악기 연주나 서예처럼 꾸준한 학습과 개발이 되는 취미를 가지면 만족감과 성취감이 클 것이고, 운동신경이 발달했다면 좋아하는 운동을 취미로 삼아 즐기면 좋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우울감이 크거나 하루 종일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야외에서 하는 활동적인 취미활동을 권한다. 이를테면 실내에서 가만히 앉아하는 독서나 영화감상보다는 등산이나 낚시 등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우울감을 떨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평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애완동물을 기르거나 식물을 기르면서 애정을 쏟는 것도 좋다. 특히 혼자 생활하는 경우라면 강아지를 기르거나, 작은 화초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다. 영국 BBC 방송사가 구성한 행복위원회는 행복수칙 10계명 가운데 하나로 '식물 기르기'가 권하고 있고, 미국의 의사들은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수칙으로 '애완동물 기르기'를 권하고 있다.      

좋은 책이나 음악, 영화,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는 취미활동도 긍정적인 감정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음악은 이미 마음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인정된 요법이기도 하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좋아하는 밝은 음악을 듣고, 화가 날 때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운동은 '천연 항우울제'라고 불릴 만큼 정신건강에 좋은 취미활동이다. 운동을 하면, 기본을 좋아지게 만드는 세로토닌, 엔도르핀의 분비가 늘고, 뇌 기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을 통해, 90분 동안 쳇바퀴 운동을 한 동물의 뇌에서 세로토닌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또한 생명공학으로 유명한 미국 솔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는, 3개월간 꾸준히 운동을 한 성인들의 뇌에서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생 뇌세포가 생성된다는 것은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뇌 회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므로, 운동을 통해 마음을 긍정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이 즐길 취미로 운동을 선택할 때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 경쟁을 싫어한다면 승패를 겨누는 운동은 피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운동을 선택하는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면 즐거움이 강화될 것이다. 요가처럼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는 심신운동 역시 마음을 긍정화하는데 큰 효과를 낼 것이다. 

취미를 통한 몸과 마음의 치유  

취미는 거창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 평소 병약하거나 중병에 걸린 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중병에 걸렸는데, 혹은 아픈데 무슨 취미활동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프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대개는 아프다는 현실에만 집중해서 부정적 감정을 키우는 결과는 낳는다. 부정적 감정은 당연히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생리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럴 때는 차라리 병 자체를 잊도록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마음이 즐거우면 그것이 바로 좋은 치료법이다. 즐거운 마음이 일으키는 치유작용이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과 관심사를 고려해서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이, 질병에 매여 있는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즐거움을 불어넣는 더없이 좋은 약이다. 

그런 사실을 나는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어머니는 아토피, 중풍, 암으로 이어지면서 오랜 세월 투병생활을 하셨다. 처음 간병을 시작할 무렵 나는 환자는 무조건 쉬고,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겼었다. 어머니가 무료한 시간 속에서 우울하고 부정적인 걱정만 키우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토피와 중풍에 이어 암 진단을 받으신 후, 무엇보다 마음의 우울함과 불안감을 없애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어머니가 즐겁게 몰입할 취미를 찾았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서 화초와 채소를 키우시게 권했고, 어머니는 비로소 우울함을 털고 삶의 활기를 되찾으셨다.   

식물을 기르는 재미에 빠져드신 어머니는 작은 마당에서 꽃과 채소를 기르시면서 즐겁고 바쁘게 생활하고 계신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환자들에게 즐거운 취미가 곧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좋은 치유법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즐겁게 몰입할 취미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긍정적 마음을 강화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큰 동력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찾고, 취미활동을 통해 즐거운 감정에 빠져보자. 행복한 감정을 자주 겪어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자주, 더 빨리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연구결과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 즐겁게 몰입한 대상과 취미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아보자. 보다 신나고 행복한 삶으로 달려가고 싶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 이송미 (건강전문작가. ‘몸과 마음을 살리는 기적의 상상치유’ 저자)
이 글은 제 블로그 '행복한 상상치유(http://blog.naver.com/hoho053)'에도 올립니다.



태그:#행복처방 , #취미, #몰입 , #암치유, #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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