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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지난날의 마음의 상처가 삶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과거에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그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품은 채 불행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준 상처, 믿었던 누군가의 배신, 과거 연인이 준 상처 등 이미 지나간 일임에도 과거에 매여 고통을 되새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삶 전체가 불행하고,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된다.   

특히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분노'는 부정적인 감정의 뿌리라고 불릴 만큼 심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분노가 인체에 미치는 생리작용을 연구한 듀크대학 정신과 레드포드 윌리암스 교수는 '분노가 사람을 죽인다'고 단언할 만큼 심신을 파괴한다고 강조한다.

분노와 마음의 상처에 묶여 산다면, 그 부정적 감정을 없애지 않는 한 결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분노의 굴레를 벗는 길은 하나 밖엔 없다. 바로 '용서'다. 모든 일과 모든 사람에 대해 용서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이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근원적인 방법이다. 용서를 하면 분노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

20여년간 용서를 연구한 위스콘신대학 심리학과 로버트 엔라이트 교수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 암환자, 심장질환자 등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용서를 실천한 이들이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병세가 호전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마약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용서법을 배우고 실천한 이들이 기존 치료만 받은 이들보다 분노, 우울증, 걱정이 줄고 자부심이 높아져 재활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서는 선택이다

살면서 분노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의 감정도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소소한 원망도 있고, 평생 따라다니는 큰 분노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불같이 들끓는 분노의 감정도 용서하는 순간 평온해진다. 그것이 바로 용서의 힘이다.

용서하지 않을 때 감정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를 영원한 피해자로 만들게 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복수의 칼을 갈면서, 자신의 삶을 불행에 가두는 것이다. 자신의 불행한 삶을 구제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용서해야 한다. 용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용서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렸다는 말이다. 엔라이트 교수의 말처럼 '용서는 선택'인 것이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려고 시도할 때 감정은 변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무조건 옳다는 관점에 길들여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도저히 바뀔 것 같지 않던 생각도 유연해지고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다. 때때로 외롭고, 실수를 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받아 아파하고, 삶의 여정에서 길을 잃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나도 그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악의적으로 상처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 단지 생각이 깊지 못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남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감정적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저지르는 실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의 질곡 속에서 정서적으로 불완전할 때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용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감정의 변화를 이끄는 코드는 바로 나와 그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겪는 자잘한 불쾌감은 물론이고, 평생 품어온 오랜 분노까지도 용서하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밀어낼 수 있다. 심지어 어릴 적 겪은 가정폭력, 끔찍하게 당한 범죄나 테러까지도 용서할 수 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조차도 실제로 용서를 선택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이 많고, 그들은 한결같이 '바로 자신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성교육 전문가이자 상담가인 구성애씨 역시 그런 경우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으로 불행의 늪에서 살아왔다. 분노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자신을 성폭행한 사람을 죽이려는 범행 계획까지 세우는 등 극단적인 심리 변화를 경험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용서하면서 비로소 아픈 상처에서 벗어났고, 삶을 짓눌러온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교육)' 강의가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낳은 것도 자신의 치유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현명한 용서의 기술

용서하고 화해할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없는 경우라면, 용서를 하는 상상을 통해 마음치유를 할 수 있다. 용서의 상상훈련은 실제 임상에서 쓰이는 치료법으로, 분노를 녹이고 감정을 긍정화하는 치유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용서의 상상치유법은 다음과 같다.

용서하는 상상치유 훈련법
- 조용한 장소에서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는다. 
-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한다.
- 마음의 눈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내려오면서 온 몸의 긴장이 완전히 풀린다고 상상한다.
- 온 몸이 편안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게 축 늘어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속으로 '편안하다'고 말한다.
-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떠올린다.
- 그 사람이 어떤 식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는지 잠시 상상한다.  
- 그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해본다.
- 입장을 바꿔 상대방의 관점에서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본다.
- 나 역시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미움을 산 적이 없는지 돌아본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한다.
- 당시의 감정과 그 사람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나도 그 사람도 다르지 않다.' 
- 상상 속에서 당신을 분노하게 만든 사람과 만난다.
- 당신처럼 불완전하고 마음의 상처가 있을 그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당신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 미소를 지으며 서로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나눈다고 상상한다. 그 사랑의 감정을 생생히 느껴본다.
-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충만한 사랑에 감사합니다.'
- 사랑의 감정을 잠시 더 느낀 후, 천천히 눈을 뜨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용서를 위한 상상훈련을 꾸준히 하다 보면, 마음속의 분노와 원한이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당시의 일을 객관적으로 시각화하는 동안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한 행동과도 직면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용서전문가인 버지니아대학의 에버레트 워딩턴 교수는 '상처의 기억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떠올리고, 입장을 바꿔 상대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용서치유의 핵심 키워드라고 한다. 그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용서의 시작인 '이해'의 마음이 생기게 되고, 차츰 연민의 감정도 생기며, 나아가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생길 수 있다.

진정한 용서는, 단지 잊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동정과 사랑을 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비록 상처를 준 사람이지만 축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자신의 가슴에 차오르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정적 성취감과 영적인 충만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오래된 부정적 감정의 굴레를 스스로 벗으면서, 자신의 의지와 마음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분노에 묶여 있던 마음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마음의 치유는 물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것이다.  

상상치유 전문가인 미국의 암전문의 칼 사이먼튼 박사는, 분노심이 가득한 환자들에게 용서의 상상훈련을 통해 실제 몸과 마음을 치유한 많은 임상 사례를 전하고 있다. 사이먼튼 박사의 환자인 말기 암 환자 엘렌은, 암 진단 후 용서하는 상상훈련을 적극 실천했다.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준 어머니를 평생 원망하면서 살았던 그녀에게 그 분노의 감정은 몸의 병을 키우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엘렌은 상상 속에서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녀를 용서하고 축복하는 시각화 훈련을 계속 했다. 평생 따라다녔던 분노의 감정을 용서하는 상상을 통해 풀어낸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상상으로 용서하면서 그녀는 어머니보다 스스로의 인생을 망친 자신에게 더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으로 용서해야 할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상상으로 자신을 안아주고, 자신의 등을 두드려주고, 좋은 일이 생기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변했다. 거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극심한 우울증을 겼었던 그녀는 차츰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활력을 얻었고, 당연히 건강도 빠르게 호전되었다. 용서의 상상치유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난 후 그녀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상상을 통해 용서의 감정을 만들어 오랜 분노에서 놓여남으로써 심신의 건강은 물론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이다.   

엘렌처럼 용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필요하다. 종종 우리는 그때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후회와 자책에 시달리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고,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인생이다. 자신의 실수를 통해 지혜를 얻고 삶을 성장시키는 배움을 얻으면 된다. 자신의 실수에 연연해서 스스로를 가혹하게 바라보는 것은, 용서할 줄 모르는 마음이 만드는 또 하나의 감옥이다. 자신에 대한 비난의 감정을 멈추고, 타인을 너그럽게 용서하듯 자신에게도 따뜻한 용서가 필요하다.

용서하는 습관들이기

스탠포드 대학에서 용서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연구해온 프레드 러스킨 교수는 '용서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삶이 허락하지 않을 때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용서하는 이들이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힌 그는, 누구나 용서하는 마음을 습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용서도 습관이다. 자세를 바로 하는 습관을 들이고, 밥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고,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듯이, 용서 또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습관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용서해야 할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의식적인 노력과 용서의 상상치유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일상 속에서 겪는 작은 일부터 용서하는 습관을 들여 보자. 약속시간이 늦었다고 화부터 내거나, 갑자기 끼어든 차에게 언성부터 높이거나, 집안을 어지럽힌 가족을 다그치기 전에 먼저 용서하는 마음부터 가져보자. 작은 일에서 용서하는 습관이 쌓이면 큰일에 대해서도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용서를 연습하다 보면, 누구나 용서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용서를 연습해서 마음의 상처와 분노의 굴레를 온전히 벗는다면, 심리적으로 평온함을 얻은 당신의 삶은 극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용서가 바로 자신에게 '큰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용서는 당신이 그토록 부당하다고 느끼는 아픔을 완전히 치유하는 길이며, 오랜 분노에서 해방되어 행복한 삶으로 달려가게 할 사랑의 혁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 '행복한 상상치유(http://blog.naver.com/hoho053)'에도 올립니다.



태그:#행복처방, #마음치유, #용서기술, #분노, #긍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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