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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병색이 완연한 환자가 사진을 찍고 TV 드라마에 나오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한 얼굴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축구해설가 신문선 명지대(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 축구계를 향해 또 한 번 쓴 소리를 던졌다. "16강 뒤의 한국 축구는 이야기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중병에 걸려 있는 공룡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재'는 바로 축구계의 구조적인 병폐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이론적인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결과에 목을 매는 문화"가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러한 문제들이 한국 축구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른바 '뻥축구'(공만 뻥뻥 걷어차는 축구)의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 축구, 무엇이 문제인가... 이론 공부 부재-'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스물아홉 번째 '10만인 클럽 특강'이 열렸다. '남아공월드컵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묻다'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특강에는 신문선 교수가 초청됐다. 이날 특강에는 50여명의 축구 팬이 참석, 그의 거침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신문선 교수는 "수학에 공식이 있듯 축구에도 원리가 있다"고 말했다. 축구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공부가 절실하다. 하지만 신 교수는 한국 축구가 이론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 중에는 당연히 실점할 수 있다. 대신 경기 후 선수와 감독과의 미팅, 혹은 학자들의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문제점을 공부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진단은 정확히 내려지는데 그것에 관심 갖는 사람이 없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학자들의 이야기가 있으면 귀담아들어야 한다"며 축구에 대한 이론적 공부가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유소년 축구선수들이 "공만 찰 뿐" 이론적 공부 없이 자라서 그대로 클럽 팀에 속하고 대표팀에 들어가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경기의 결과만을 가장 중요시하는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골을 넣어서 경기에는 이겨야 한다"는 마음과 "잘못해서 지도자에게 혼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유소년 축구를 할 때부터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공을 잡는 족족 '뻥뻥' 찬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음악이 나오면 춤추는 원숭이'에 비유했다.

"(원숭이를) 훈련 할 때 발  밑에 불을 때고, 그때마다 음악을 틀면 후에 음악만 나와도 원숭이는 춤을 춘다. 때린 애(유소년 축구선수)는 절대로 좋은 선수가 되지 못한다. (계속해서) 자극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혼나지 않으려고 공을 걷어 차내는 것이다."

"질 나쁜 식당에 오라고 하면, 형제간에도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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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신 교수는 축구계의 구조적인 병폐를 풀어가기 위해 축구생산자 집단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주문했다.

"축구 관계자들은 방송에서 경기를 중계해 주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팬들에게는 많이 오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런데 질 나쁜 식당에 오라고 하면 오겠나? 형제간에도 안 간다."

그는 또 축구 역시 산업적 시각에서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며 프로 축구 영업수지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누구를 위해서 게임을 하는가. 연봉을 주는 구단을 위해서가 아니다. 팬들을 위해, 후원해 주는 스폰서를 위해서다. 그들을 감동시키는 최선의 게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축구는 강해진다."

그는 이어 "더 열심히 뛰어서 방송이 중계하도록 하고, 방송이 되면 죽기 살기로 뛰어서 스폰서들을 위해 '명품'을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축구 행정의 선진화 역시 그가 주목하는 부분이었다.

"축구 행정에 있어 돈을 벌었으면, 그리고 30년 뒤, 50년 뒤를 생각한다면 지도자들을 공부시켜야 한다. 더디게 가더라도 공부시켜야 한다. 느리게 가더라도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는 "16강에 갔다고 '만세'만 부를 것이 아니라 16강 이후 한국 축구가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정 문제와 관련 "축구협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절대로 대표팀 감독을 할 수 없는 '회전문 인사'의 발탁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것 야단치고 꼬집을 수 있는" 소비자의 정신도 중요

그는 마지막으로 참석자에게 "소비자들의 건전한 소비정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잘못되면 잘못된 것을 이야기하고 야단치고 꼬집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의식을 갖고 축구를 사랑해달라는 당부다. 그는 "행정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재능은 세계 어느 나라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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