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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

제5대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천안 민심은 민주당 돌풍과 한나라당 참패, 자유선진당 선전이었다. 민주당은 천안에서 도의원 선거구 출마자 전원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나라당은 천안에서 단 한 명의 도의원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채 궤멸했다. 기초의원에서는 정당공천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이 물거품 됐다. 한나라당은 자당 당적의 성무용 천안시장이 3선에 성공하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성무용 천안시장 후보, 접전 끝에 3선 고지 올라

성무용(사진 가장 왼쪽) 천안시장 후보가 당선 자축연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성무용(사진 가장 왼쪽) 천안시장 후보가 당선 자축연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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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용 한나라당 천안시장 후보는 상대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힘겹게 3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 2일 실시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성무용 후보는 민주당 이규희, 자유선진당 구본영 후보를 제치고 천안의 민선자치단체장 시대 개막 이후 최초로 3선 꿈을 이뤘다. 3선은 달성했지만 상대 후보와 격차는 2006년 지방선거보다 크게 줄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선거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성무용 후보는 5만4243표를 획득, 37.7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2.39%(4만6526표)를 얻은 구본영 후보와 격차는 불과 4.58%.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성무용 후보는 당시 열린우리당 천안시장 후보로 출마한 구본영 후보의 득표율 21.9%의 세 배에 가까운 62.9%이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시장 선거에서 1, 2위를 차지한 두 후보의 표 차이만 무려 6만5000표.

2006년 천안시장 선거에서 당선자인 성무용 후보의 득표 수는 다른 모든 시장 후보들의 득표 수를 합산한 것보다 더 많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5만6652표(득표율 29.68%)를 획득한 민주당 이규희 후보와 구본영 후보의 득표 수를 합치면 성무용 후보가 뒤처질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성무용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를 기대했던 성 후보측 진영은 개표 초반부터 상대 후보와 득표율 격차가 한 자리 수에 머무르자 내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성무용 당선자도 자체 집계로 상대 후보와 표 격차가 7천표 이상 벌어진 것이 확인된 3일 오전 4시쯤에야 부인 최무자 여사와 더불어 천안시 성정동 선거사무소에 등장했다. 성무용 당선자도 이 자리에서 접전 속 승리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성무용 당선자는 "시원하게 이겼으면 좋았는데 마음 졸리게 해 죄송하다"며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는 선거였지만 소중한 한 표를 천안시를 위해 더 잘 일 하라는 조언으로 알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정동 캠프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선거 결과를 지켜본 2백여명의 지지자들은 성무용 당선자의 등장에 연호하며 꽃다발 전달과 축하케이크 절단식 등 자체 축하연을 갖고 지지 후보의 당선을 자축했다.

천안 시도의원... 민주당 돌풍, 한나라당 참패, 선진당 선전

천안시의회 정문 모습.
 천안시의회 정문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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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천안은 7개 선거구에서 각 1명씩 도의원을 선출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다섯 명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한나라당은 현역 도의원으로 출마한 4명 후보가 낙선한 것은 물론 7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도의원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역구 도의원 최초로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

도의장을 역임하고 4선을 지낸 한나라당 김문규 후보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천안시의회 의장을 지내고 도의원으로 무대를 옮겨 출마한 이충재 후보도 민주당의 거센 바람에 눌려 정치 초년병에게 무릎을 끓었다. 역시 현직 시의원 출신으로 도의원에 도전한 이명근 후보도 선거 막바지 입후보한 민주당 후보에게 당선의 영예를 빼앗겼다.

한나라당은 도의원 7개 선거구에서 모든 후보들이 궤멸한 반면 자유선진당(선진당)은 2개 선거구에서 당선자가 나와 한나라당을 따 돌렸다.

민주당의 거센 돌풍은 천안지역 시의원 개표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입증됐다. 시의원 7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6개 선거구에서 1위 득표를 기록했다. 라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당 후보가 전 선거구에서 최고 득표율을 보인 셈. 민주당은 복수공천이 이뤄진 가 선거구에서만 1명의 낙선자가 나왔다.

세종시 수정안 강행 후폭풍, MB정권 중간 심판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 열기, 친환경 무상급식 쟁점 그리고 안희정 민주당 도지사 후보의 상승세 등이 복합되면서 형성된 민주당 돌풍으로 정당 공천제 도입 이후 계속된 한나라당 시의원의 과반 의석 점유 시대도 종언을 고했다.

민주당 돌풍 속에도 현역 의원의 생환율은 높았다. 지역구 시의원으로 출마한 현역 의원 13명 중에 무소속 출마한 김종성 의원과 2선의 전종배 의원을 제외한  11명이 재입성에 성공했다.

개표 결과 시의원 7개 선거구 18명 당선자의 정당별 분포는 한나라당 9명, 민주당 6명, 선진당 3명. 2006년 지방선거보다 민주당은 당선자가 2명 늘었다. 현직 의원 사퇴로 의석 수가 1석에 불과했던 선진당도 3석으로 증가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구에서 14명의 시의원이 당선됐던 한나라당은 4년 만에 당선자 수가 9명으로 급감했다.

기초의원 비례로 3개 정당 1명씩 입성하는 시의원 당선자를 포함하면 21명 시의원의 정당별 분포는 한나라당 10명, 민주당 7명, 선진당 4명. 야당인 민주당과 선진당 시의원 수가 한나라당 시의원 수보다 많다. 민주당과 선진당이 손을 맞잡을 경우 오는 7월 새롭게 구성될 시의회는 이전 의회와 다른 운영상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특히 2006년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야당 당선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초선에서 재선으로 중량감이 달라져 향후 시의회 운영에서 한나라당과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7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지방선거, #성무용, #천안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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