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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순천시 낙안면사무소에서는 전라남도 관계자, 주민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벌교-낙안간 4차선 확장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하지만 '필요하다와 불편하다'는 공방 속에 순조롭지 못한 공청회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측량이 완료된 시점에서 주민공청회가 열린 것과 관련,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전남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1차 공청회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해 상반된 의견의 틈을 벌려가기 시작했다.

 

이어, 주민들은 "민간이 원해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인지 어느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 밝혀 달라"고 요구하자, 전라남도와 시행사 관계자는 "매년 교통량 조사와 미래 예측을 통해 지방도 857번 벌교에서 낙안까지는 4차선 확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더구나 벌교 꼬막축제나 낙안읍성의 축제 등에 몰리는 관광객의 통행을 원활히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이어진 공방에서 주민들은 "벌교-낙안 4차선 확장은 그 구간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 특히, 이곡, 교촌마을 사람들의 주거지와 농토를 완전히 격리시켜버리는 결과로 농기계 운행의 어려움과 함께 노인들이 도로 횡단시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꾸준히 하고 있고 불편 사항이 없도록 가능한 많은 조치를 하고 있는데 신호등과 방지 턱을 만들거나 농기계가 통행할 수 있는 횡단터널을 이곡마을앞에는 뚫는 것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곡마을과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교촌마을 주민들은 교촌마을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고 집단 반발하면서 "우회도로를 검토해 봤냐?"고 따져 묻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4차선 확장에는 극력 반대임을 표명했다.

 

한 주민은 "2차선과 4차선은 도로 폭에서 두 배 이상 넓어지고 차량 속도 또한 그 만큼 빨라져 농민들의 생활 터전인 농토와의 격리는 더욱 심해져 불편과 사고위험까지 증가할 것인데 대책마련 없이는 쉽게 찬성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벌교-낙안간 4차선 확장, 주된 이유가 벌교 꼬막축제와 낙안읍성 축제를 연결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해 보자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그 구간 내에 자리한 주민으로서는 오히려 불편과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희생의 폭만 넓혀놓은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그동안 낙안읍성내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하면서 낙안면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없이 그들만의 배를 채우는 잔치를 벌여왔다는 인근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결국 또다시 그들을 위해 인근 주민들이 농사에 지장을 받고 사고위험까지 받아야 하냐는 강한 불만이 공청회에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그마한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이 말 그대로 다양한 계층의 혜택으로 돌아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몰리고 대다수의 주민은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할 경우 그것은 공공을 빙자한 특정의 개인 이기주의로 풀이된다.

 

이번 공청회에서 교촌 주민들의 집단 반발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원래 검토의 대상이었고 주민피해가 적은 낙안천과 벌교천을 따라 도로를 건설하는 방안도 다시 재검토해 봐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국가에서 공익을 위해 하는 일에 뭐라 하겠습니까 마는...."이라는 한 주민의 하소연 섞인 발언이 필자의 귀에 남은 이유도 그것이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낙안, #벌교, #4차선확장, #주민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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