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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순천시 낙안면에는 민주시민사회를 여는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역에 야생화단지를 만들기 위해 주민 스스로 의견을 내고 그것에 찬성한 사람들이 추진위원을 공개모집했던 일인데 특히 주목해볼 것은 기존 방식이 아닌 인터넷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사실, 기존의 방식이었다고 가정하면 의견을 낸 사람이 소리 소문 없이 친구 한두 명과 함께 행정을 찾아가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사업을 관철시켜 특별한 이득을 챙기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그런 과정에서 행정과 이견이 생겨 개인에게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 판단되면 까발리거나 일이 다 성사되면 공개하고 배포하는 이중적 성격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 주민 중 한사람이 지역에 걸맞은 아이템으로 야생화단지를 조성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자마자 곧바로 주위에서 맞장구를 쳤고 당일,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야생화단지가 우리 지역에 필요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추진위원을 공개 모집했다.

 

행정과의 접촉이나 협의 이전에 이 아이템이 지역에 맞는가를 주민 스스로에게 공개적으로 묻고 검증받아 추진위원을 모집한 후에 좀 더 자세한 계획안을 갖고 그 다음에 행정과의 협의를 하겠다는 원론적이며 가장 바람직한 주민자치를 실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4천여 명의 주민이 전부인 농촌소도시 낙안면에서, 대부분 노인층 인구와 행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원, 그리고 관행에 길들여진 주민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한 실험적 성격의 순수 주민자치는 모집 기간인 20여 일 동안 많은 벽에 부딪쳤고 결과적으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진정한 주민자치와 민주 시민사회는 아직 먼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준비위원은 "지난 20여일을 되돌아보면 주민들의 입에서 '야생화단지 조성의 타당성'이 논쟁의 중심에 서지 않고 "누가 하느냐" "왜 하느냐"부터 따지려는 정치적 줄서기와 배타적 습성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행정에 얘기하지' 라고 말하며 그동안 병폐처럼 여겨왔던 공공의 목적을 내세워 개인의 사리사욕을 밀실에서 채우려는 관행을 답습시키거나, '주민자치위원회에 얘기하지' 등 이미 만들어진 질서 속에 끼워 맞춰 서열을 세우려한 점은 '진정한 주민자치 실행에 역주행'이라고 꼬집었다.

 

시민 사회란 주인이 시민이며 의견을 낸 시민이 그 중심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인터넷을 만나 투명하고 공정함까지 갖춘다면 최고의 시민 사회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순천시 낙안면에서 20여 일 동안 일어난 가칭 <낙안민속야생화단지 조성 추진위원 모집> 과정은 그것을 정확히 보여준 사례로, 시민사회로 진일보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남도TV, #순천시, #낙안면, #야생화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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