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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는 생태수도를 지향하고 있다. 순천만을 자연생태지역으로, 그곳으로 흘러들어오는 동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가꿔놓고 약 15킬로미터에 이르는 하천 길을 자전거 길과 걷기 길로 만들어놓았다. 또한, 정원박람회까지 유치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도시임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재 너머에 있는 순천시 낙안면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순천만과 동천을 생태지역으로 가꾸고 도심을 온통 정원으로 꾸며놓을 계획을 세울 만큼 거창한 구상을 하면서도 그것과 유사한 조건을 가지고 있거나 더 나은 조건인 순천시 낙안면은 남의 동네인 듯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 

 

순천시 낙안면에도 몇 군데 산언저리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이 하천을 이루고 낙안들을 지나 벌교의 여자만으로 빠져나간다. 그 중에서도 상송저수지에서부터 시작되는 낙안천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긴 구간으로 낙안들의 젖줄이 되고 있다.

 

낙안천은 쓰레길 몸살, 다리 제방도 허물어져 방치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낙안천의 쓰레기 문제는 도를 넘어섰다. 주기적으로 지역을 돌면서 하천을 살펴보면 그곳엔 어김없이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고 시커멓게 소각한 흔적들이 보인다. 생활쓰레기에서 산업쓰레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그것이 도를 넘었다는 표현은 쓰레기의 양에도 문제가 있지만 한 장소가 아닌 수십 군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시민의식도, 지속적인 단속이나 관리를 해야 할 행정에도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낙안천과 관련해 행정의 문제점이 발견되는 부분은 한 달 이상 위험한 상태로 놔두고 있는 검암교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다리 교각은 이미 엇갈려있고 난간은 분리돼 있으며 제방 부분의 흙은 절반 정도 무너져 내렸다.

 

그런 위험한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고작 길 위에 말뚝만 세워놓은 수준이다.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선 듯 보이는데도 비상 안전조치나 복구 없이 농기계와 차량 통행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 사고가 날지 불안한 상태다.

 

생태하천 만들고 자전거로 낙안읍성에서 태백산맥문학관까지

 

이렇듯 낙안천이 방치되고 있는 이면에는 낙안군이 폐군되고 순천시의 변두리로 전락한 억울한 역사가 한 몫하고 있다. 순천만과 동천을 하나의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낙안천의 절반은 순천시가, 이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부분은 보성군이 관리하고 있기에 더욱 복잡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뜻있는 지역주민들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복잡하다고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태적으로도 훌륭한 하천이며 하천을 잘 활용하면 낙안읍성에서 태백산맥문학관까지 생태하천(낙안천)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로 왕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민들은 낙안-벌교 4차선 확장이 빨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갓길에 자전거 길을 만들었으면 하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낙안천과 벌교천을 대대적으로 생태하천으로 정비하면서 그곳에 자전거길과 걷기길을 만들어 낙안읍성과 태백산맥 무대를 자전거로 왕래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몰래 소각하는 주민들을 몰지각한 시민의식이라고 몰아세우며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행정에서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지역의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낙안, #벌교, #순천시, #보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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