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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그렇게 특별한 일이 없는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앞에 플래카드 세장이 나부꼈다. 지나가는 주민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한 번씩 눈길을 보냈다. '낙안민속 야생화단지 추진위원회 공개모집'. 플래카드는 가칭 낙안민속 야생화단지 추진 준비 위원회(이하 준비위)가 붙인 것이다.

 

낙안면에 야생화단지를 조성해 보자는 의견이 나온 것은 우연찮게도 동네 주민 몇 명이 모인 가벼운 모임에서다. 이 자리에서 낙안면 동내리에 사는 이성용씨가 "낙안면이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고 친환경지역이기에 야생화단지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실현되지 않아 아쉽다"고 털어놓으면서부터다.

 

그런데 이 얘기에 맞장구를 친 이는 같은 동네에 사는 김창빈씨, 김 씨 또한 화훼를 하는 입장에서 관련분야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많이 찾는 낙안읍성에서 인근에 야생화단지 같은 것이 있다면 연계 프로그램으로 더 없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씨는 곧바로 지인 다섯 명에게 연락해 준비위(김용수,김창빈,안종서,이성열,이청도,박노연)를 만들고 '지역에 좋은 뜻이니만큼 공개적으로 관심 있는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자는 마음'으로 야생화단지 추진위원회를 모집하자고 제안해 그 자리에서 의견의 일치를 봤다. 시골에서는 보기 드물게 의견 제안에서 비용부담이나 공개모집하는 것이나 민주적 방식으로 격식을 갖춘 셈이다.

 

준비위 사람들은 "그동안 지역에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개인이 뒤에서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해 개인의 이득만 챙기려는 사례가 많았는데 결국 지역발전에 도움도 되지 않고 주민들 간 반목만 생겼었다"고 회고하면서 "이번 일은 관심 있어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하는 공개적 방식이다"고 입을 모았다.

 

준비위의 계획은 앞으로 15일간 주민들을 대상으로 추진위원회 위원을 모집하는 것인데 이것과 동시에 야생화단지가 이 지역에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순천시 낙안면이 친환경지역이며 낙안읍성이라는 민속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그것에 걸맞고 연계가 되는 미래지향적 프로그램은 야생화단지와 같은 친환경적이며 토속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위는 민과 관이 협력해 낙안지역에 널려있는 국유지에 야생화단지가 조성됐으면 하는 희망을 피력하면서 '주민들이 발의하고 주민들이 동참해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이런 모습이 지역사랑이고 시민사회"라고 강조했다.

 

순천시 낙안면의 경우, 일찌감치 낙안민속마을이 자리 잡아 자연 환경이 살아있고 더구나 인근 금산마을, 내동마을, 이곡마을 등이 행복마을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한옥마을로 거듭나고 있고 테마마을도 꽃마차마을, 개랭이마을, 배꽃피는 마을 등이 있어 적격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지역주민들은 반기면서도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한 무슨 일이든 항상 행정에서 먼저 일을 시작해야 뒤따르던 습성이 있기 때문인지 관망하는 이도 생기고 "잘될까""안 될 텐데"하는 타성에 젖은 비관적 얘기를 내뱉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낙안면에서 초유의 일이나 다름없는 시민이 제안하고 준비하고 추진하는 야생화단지는 낙안면이 민주적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 틀림없다. 처음이기에 다소 어색하고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길 바라는 이유는 다가올 미래가 시민이 주인공인 시민사회이기 때문이며 야생화단지 조성이 지역의 이미지와 동떨어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낙안면, #야생화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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