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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 협회장으로 있는 민간협의체의 기금 조성을 위해 통신 3사에 총 250억 원의 기금 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협회의 기금출연은) 관행적인 일이었지만, 조사해 보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민주)에 따르면,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산하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 박노익 행정관은 지난 8월 초 KT·SK·LG 등 통신 3사 대외협력 담당 임원을 청와대로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이하 코디마)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요구한 금액은 KT와 SK가 각 100억 원씩, LG가 50억 원으로 총 250억 원.

 

코디마는 IPTV 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창립된 민간협의체다. 이 단체의 김인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언론특보를 지낸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김 회장은 KBS 사장 취임이 유력했으나 언론계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 8월 사장직 응모를 포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또다시 차기 KBS사장 혹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나돌 정도로 현 정권의 언론 분야 실세로 꼽힌다.

 

통신 3사에 250억 원의 기금 출연을 요구한 박 행정관은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융합정책과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5월 청와대로 파견됐다. 박 행정관이 통신 3사의 임원들을 청와대로 부른 시기는 지난 7월 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최로 이석채 KT회장,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 박종응 LG데이콤 사장, 김인규 코디마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IPTV업계와의 정책간담회' 직후기도 하다.

 

따라서 청와대와 IPTV사업자에 대한 규제권한을 가진 방통위까지 나서서 이 대통령의 측근이 회장으로 있는 코디마에 거액의 기금을 출연하도록 민간사업자들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 외형상으로는 민간기업들의 협의체인 코디마의 운영을 위해 정부가 민간기업에 갹출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청와대의 요구에 KT와 SK는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지만, 후발업체인 LG데이콤에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최종 기금 조성 여부는 현재까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7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법정기구도 아닌 민간 임의기구에다 청와대가 나서서 기업들로부터 수백 억의 기금을 내라고 하는 지금이 전두환 시대냐 노태우 시대냐"며 "국민들은 5공 6공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고 착각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진상을 파악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같은 당의 장세환 의원은 물론,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협회 기금 출연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 일이냐'고 질타할 만큼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 장세환 "일개 행정관의 뜻이 아니라 청와대의 뜻으로 보여"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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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은 협회비 지출 대부분 인건비... "코디마는 MB 낙하산 집합소?"

 

그러나 코디마는 지난해 이미 협회 창립과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20억 원을 통신 3사로부터 걷은 바 있다. 코디마의 2008년 예산 20억 원은 통신3사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합쳐서 8억 원, LG데이콤이 4억 원을 냈고, 현재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KT는 8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예산은 협회비라는 명목으로 30억1737만 원이 책정됐지만, 이 협회비도 결국 각 통신사로부터 걷어들인 금액으로, 통신 3사는 지난해와 비슷한 금액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협회의 2009년도 예산 30억원은 대부분 인건비와 일반관리비 등으로 책정됐고 사업비로는 고작 2억원이 책정돼 'MB 측근 월급 주는 협회'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회장 포함 총 19명이 일하고 있는 이 협회의 2009년도 인건비 예산은 13억6780만 원. 1인당 평균 인건비가 7200만 원씩인 셈이다.

 

전 의원은 "통신 3사들이 가입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경우에도 1년 회비가 약 7억 원 수준인데, 작년 10월에 급조된 코디마는 이 협회보다 예산이 4배 가량 더 많다"며 "회장은 이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이고, 사무총장은 불교 뉴라이트연합 발기인으로 대선 유세 활동을 했고, 이상득 의원의 비서 출신 등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많다"며 "코디마가 낙하산 집합소냐"고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협회 초기에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 틀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그 뒤의 내용이나 인선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행적인 일... 문제 있다면 조치하겠다"

 

청와대 행정관의 250억 기금조성 압력 의혹이 터지자, 청와대는 "불법이나 위법성이 있었던 것은 없고, (협회의 기금출연은) 관행적인 것"이라면서도 "조사해서 문제 있다면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방송통신 선진화와 IPTV 건전육성을 위해 회원사들 간 기금을 걷는 건 관행"이라며 "회원사들의 자발적 기금모금 결의가 이뤄진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박 행정관은 방통위에 있으면서 본인이 기왕에 해 왔던 업무이고, 약속된 기금 모금상황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을 보고 독려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위법성이 있었던 것은 없고, 관행적으로 협회 설립됐을 때 자발적 기금출연이 회원사들 간 약속이 되는데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조정·독려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행정관이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면회실에서라고 할지라도 청와대 행정관이 업체 관계자를 불러 독려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며 "박 행정관이 한 일이 적정한지 오해의 소지는 없는 지 조사를 하겠다, 문제가 있었다면 조치를 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정현 "기금출연? 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력"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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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디마, #행정관, #기금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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