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는 개인적으로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은퇴해서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해서 출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도 충격적이고 갑작스러운 그의 서거 소식에 깊은 슬픔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몇 주를 보내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한편으로 인간 노무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는 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일까?', '과연 그의 죽음은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노무현이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살아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등의 여러 가지 질문들이 계속해서 내 머리를 맴돌았다.

 

 

그제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미 몇 권의 책을 직접 발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무지한 놈을 봤나. 서점가에서는 이미 노무현 열풍이 불어서 그의 옛 서적뿐 아니라 그에 대한 서적들이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었다.

 

나는 뒤늦게 그의 옛 책을 손에 들었다. <여보, 나좀 도와줘>라는 노무현의 책이다. 책이 출간된 지 20여년이 지난 책이었다. 개정판이 나온 지도 10여 년이나 지나 빛바랜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혼과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한두 달 전에 읽은 책이지만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내 개인적인 감정을 나누고자 블로그에 책 읽은 감상을 올렸다.

 

표지에 에세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상 자서전적 성격에 가까운 글이다. 통상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 저자들은 자신을 멋들어지고 화려한 이야기들로 꾸민다. 특히 도입부에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깨끗하고 도덕적으로 포장해야 할 정치인의 책에서 변호사 시절에 60만원을 거저먹었던 한 수임사건에 대한 참회로 시작한다.

 

너무도 솔직한 고백에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역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인간미 때문이 아닐까. 너무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그의 이야기에서 가식 없는 삶의 진실성이 느껴진다. 실망감보다는 오히려 존경심이 느껴졌다.

 

그 할머니가 지금 살아 계신다면 노무현을 결코 용서하지 못하셨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이, 이놈아 죽긴 왜 죽어. 내 돈 쳐 먹고..."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슬픔의 눈물과 함께...

 

나는 퇴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간절히 원했다. 그의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배움을 얻기 바랐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개인적 욕심이 컸다.

 

그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살아온 삶의 철학과 정신은 이미 이 책에 모두 담겨 있었다. 물론 이후에도 그의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출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구구절절의 긴 내용을 담은 자서전이 아니어도 그가 이 시대에 던지고자 했던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죽음이라는 짧은 순간과 행동으로 모두 말해 버리고 떠난 것이다.

 

정치인 노무현은 그 개인의 인기나 스타성보다는 우리 정치, 경제, 사회 제도가 구조적으로 개선되길 희망했다. 그래서 정치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 뿌리를 놓지 않았던 것이다. 타고난 그의 긍정성. 타고난 승부사 기질 탓에.

 

그의 마지막 선택 역시 그러한 한국 내 만연한 구조적 모순을 죽음으로 돌파해보려고 했던 항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정말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 한 개인 개인이 좀 더 깨어 있어야만 구조적으로 잘못된 이 틀을 바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정직하지 못하고, 거짓과 위선으로 인륜을 거스르는 그 모든 것들에 강력히 저항할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을까.

 

뭐, 그다지 크게 거창한 혁명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면 잘못된 구조도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언론이 바른 기사를 쓸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언론은 보지도 사지도 않아서 생존할 수 없도록 하면 된다. 굳이 타도를 외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국민을 우롱하고 우습게 아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선별해서 절대 표를 안 찍어주면 된다. 당연히 물갈이를 할 수 있도록 국민 한 개개인의 정치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줄만 잘 서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채 뽑아야 한다. 노무현 그가 남긴 과제가 실로 참 크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작은 것만 실천하면 된다. 제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몫을 다해.

 

이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도대체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다 까발려도 괜찮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사람 정말 '거짓말쟁이' 아냐"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에 신뢰가 가는 것은 그만큼 도덕적인 인간이었기에 아낌없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에게 다 공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면서 독자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참회하기 위해 용기있게 공개한 글이라 생각되었다.

 

내가 읽은 어떠한 자전적 이야기보다 가장 적나라하게 자신을 비평하고 치부를 밝힌 책이었다. 바보 노무현 그는 이렇게 자신을 적나라하게 까발기지 않고는 차마 정치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너무도 인간적인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지지자, 비지지자를 떠나서 인간 노무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 <여보 나 좀 도와줘> 읽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와 다음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의 첫 자전 에세이, 개정증보판

노무현 지음, 새터(2017)


태그:#노무현의 참회록, #여보 나좀 도와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