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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

 국민장 절차에 따라 대전시측에서 마련한 공식 분양소
▲ 대전시청분향소 국민장 절차에 따라 대전시측에서 마련한 공식 분양소
ⓒ 이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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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일째 밤 대전시청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인파가 끊이지 않았고, 주변 수목들을 연결한 끈에는 조문객들의 애도의 뜻이 담긴 노랑 리본 수 만 개가 노랑 풍선들과 줄지어 펄럭이고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부러 차려입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있는가하면, 지나가던 차를 길가에 세우고 분향하는 택시 운전기사도 있었고,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 행인 등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조문 행렬에 동참했지만 표정에서는 졸지에 전임 대통령을 잃은 아쉬움과 슬픔을 같이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추모하고 싶었다"며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분향소를 찾았다.
▲ 가족의 추모 "가족이 함께 추모하고 싶었다"며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분향소를 찾았다.
ⓒ 이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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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늦은 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향소 옆의 스크린에 방영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영상을 보느라 쉽게 발길을 떼지 못했다. 한 쪽에서는 여학생 서너 명과 한 시민이 40분 가까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민은 검찰 수사의 부당함과 편파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간간히 질문을 던지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1시 30분을 넘어서고 조문객이 뜸해질 무렵 한 가족이 분향소를 찾았다.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2명의 자녀를 동반한 부부는 "떠나는 노 대통령께 가족이 함께 조문하기 위해 일부러 집을 나섰다"고 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주변이 한적해지자 테이블 위에 놓인 방명록이 눈에 들어왔다. 들쳐보니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가셨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거나 "다른 모든 잘못은 용서할 수 있지만 이렇게 떠나신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같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방명록에는 애절한 사연들이 적혀 있었다.
▲ 시민의 방명록들 방명록에는 애절한 사연들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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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촘촘히 걸린 수 만개의 리본들에도 "이제는 고통 없는 하루하루 되세요" "언제나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편히 쉬세요" "원통합니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 애절한 사연들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노 전대통령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 조문객이 적은 리본들 노 전대통령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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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분향소에서 자원 봉사하다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중 한 시민이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화환을 내팽개친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다만 이 슬픈 역사가 수구 기득권 세력에 비해 보잘것없는 힘을 가진 민주개혁세력의 부족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자기반성과, 민주 개혁세력이 반목과 질시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힘을 모아 거대 수구세력과 맞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을 뿐이다.

담담해서 더 애절한 유언과 캐리커쳐가 잘 어울린다.
▲ 대형걸개 담담해서 더 애절한 유언과 캐리커쳐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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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데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노 전 대통령의 캐리커처와 담담한 유언이 새겨진 대형 걸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전대통령서거, #대전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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