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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새누리당 정권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이 처음 보도된 후 하루 이틀 새 지명철회가 뒤따를 줄 알았다. 하지만 발언 당사자는 KBS 보도가 자신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가 하면, 청와대는 예정대로 총리 임명 강행 수순을 밟고 있다.

일본 각료가 "일본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도 나라가 들끓고 외교마찰이 생길 법한데,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 총리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졌음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상황이라면 이유는 둘 중 하나이다.

첫째는 문창극이나 그를 옹호하는 인사들의 주장대로 좋은 뜻으로 한 발언을 반대 세력이 '악의적으로 왜곡'했거나, 현 정권의 역사 인식이 문창극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경우에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발언의 진위파악을 위해서 유투브에 올려진 65분 분량의 전체 동영상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야만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치미는 분노와 지루함을 참아가며 같은 일을 두 번 반복했으나 그의 발언이 망언이라는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망언 수준을 넘어서 이 나라 총리 후보자라는 사람의 역사와 국민모독이 극에 달했다는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기독교 선교사 상륙이 단군 이래 최대 사건?

 온누리교회에서 강연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온누리교회에서 강연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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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에 걸쳐 이루어진 그의 강연의 요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제강점이나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 등이 모두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단련하기 위해 주신 시련'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 시련을 통해서 이 나라가 영국, 미국을 이어 세계 일류 국가가 되어 하나님의 '예루살렘'으로 쓰기 위한 과정이라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아마도 문창극이나 그의 옹호자들이 "좋은 뜻으로 한 발언"이라는 주장은 이 황당한 결론에 근거한 듯하다.

문제는 논리 전개과정에서 드러난 총리 후보자라기에는 참담하리만큼 천박한 그의 역사인식이다. 문창극은 강연 첫 부분에서 "1890년경 기독교 선교사가 한국에 처음 상륙했다"며 이 사건을 민족사 5천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조선사회에 대한 몇몇 선교사의 기록을 근거로 "조선 사람은 더럽고 게으르며 남에게 기대 사는 것을 좋아 한다"는 소위 '민족멸시론'을 장광설처럼 펼쳤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조선 사람이 깨끗하고 총명해진 것은 기독교의 교화를 통해서였으며,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일제식민통치의 시련을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강연 도중에 조선의 명칭을 '이조'로 수시로 비하하였으며, 친일파 '윤치호'의 일기를 근거로 고종이 '왕가의 안위만 보장해주면 나라를 넘기겠다'는 조건으로 이완용으로 하여금 한일합방조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질문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지만, 그의 주장대로 과연 조선의 500년은 허송세월이었을까?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고 수십 년 기자 일을 해온 사람의 인식이라기엔 경악스럽다. 초중기 조선의 태평성대와 영정조시대의 중흥기를 그는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서양선교사들이 조선에 처음 상륙할 당시는 왕권이 쇠퇴하고 세도정치가 극에 달해 조선의 사회기강이 극도로 문란하고 탐관오리가 기승을 부려 민초들의 삶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 시대였다는 사실을 그는 몰랐을까? 

문을 숭상하고 노동을 경시하던 조선사회를 '자기는 일하지 않으면서 남이 일한 것을 강탈하는 전형적인 공산주의'라는 인식은 경악스러웠다. 한마디로 공산주의의 '공'자도 떼지 못한 무지한 사람의 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창극의 '악마적 왜곡'에 분노한다

'해방 역시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는데, 이 역시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을 모독하는 망동이다. '분단은 한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며, 한국전쟁은 미국과 한국을 동맹으로 묶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부분에선 치미는 분을 삭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망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이 한국을 미국과 (동맹으로)묶어주지 않았으면 지금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한국의 경제 개발은 우리가 노력하기도 했지만 일본의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거침없이 이어졌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한국인은 자주적으로 나라를 유지할 수 없으며, 광복할 수 없으며, 미국 없이는 스스로를 지킬 수도 없었으며, 일본 없이는 경제 발전도 못했을 나라인데, 하나님이 미국을 동맹으로 묶어주고 일본을 지정학적으로 옆에 두어 오늘날 한국이 있다는 것이 현재 한국에 대한 그의 인식이다.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강연을 모니터링한 결과 황당한 결론 부분을 제외하곤 일제의 식민사관에 입각한 한국민 멸시와 한국사 모독이었다고 감히 결론짓는다. 단군 이래 장구한 역사를 깡그리 무시하고 단지 조선 말기의 사회상만을 가지고 우리 민족 전체를 '더럽고 게으르고 남에게 기대살기 좋아하는 민족'으로 매도한 문창극의 '악마적 역사왜곡'에 분노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처럼 천박한 역사관을 가진 자를,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 임명하려는 자는 과연 누구이며,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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