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마스엔터테인먼트


<터미네이터>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영화 타이틀이 시작되며 들려오는 음악에 가끔 전율하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제겐 그 소리가 마치 터미네이터가 저 멀리서 금속성 소리를 내며 내게로 달려오는듯 들리기 때문입니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의 타이틀은 매우 인상적이며 강렬합니다. 타이틀조차도 컨셉에 맞춰 섬세하게 독립된 작품처럼 만들어낸 감독과 편집팀의 노력을 마냥 상업성이라고 탓할 수도 없을 듯 합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올여름 시즌 초입의 가장 강력한 흥행주라는 평가에 걸맞게 개봉 사흘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언론에 알려진 대로 영화 <터미네이터>시리즈의 프리퀄입니다. '프리퀄'이란 개봉시점으로 봐선 속편이지만 전편보다 앞선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말합니다.

<터미네이터>시리즈는 1편이 1984년, 2편이 1991년, 3편이 2003년에 개봉됐습니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제임스 카메룬 감독을 전세계적인 유명인물로 만들었던 1편의 영화속 시점이 2029년이었는데 이번에 개봉된 4편은 영화속 시점이 2018년이니 1편보다 4편이 10년 정도 시간이 앞서 있습니다.

21세기 초 군사방위프로그램으로 개발된 '스카이넷'은 어느 순간 자기 방어력을 갖추고 인간을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적으로 변신합니다. 스카이넷의 핵공격으로 인류가 멸망위기에 처한 '심판의 날' 이후 스카이넷을 없애기 위해 분투하는 존 코너(크리스찬 베일), 마커스라이트(샘 워싱턴), 카일리스(안톤 옐친)의 이야기가 이번 편의 주된 내용입니다.

영화는 시점상 1편보다 이전인 관계로 시리즈가 지나갈수록 진화하던 터미네이터의 업그레이드된 모습은 없습니다. 오히려 원형에 가까운 터미네이터가 다시 인류를 공격하지만  '맥지' 감독은 시각에 쾌감을 더하기 위해 하이드 로봇, 모터 터미네이터, 헌터킬러, 하베스터와 같은 변종 터미네이터들을 등장시켜 극적 긴장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이전편에서 몰핑기법을 통해 보여준 날렵하고 불사조와 같은 터미네이터도 볼 만 했지만, 원초적 형태의 터미네이터는 오히려 관객의 두려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여전히 컴퓨터그래픽 뛰어나... 연기력도 주목할 만해

 저항군의 실질적인 리더 존 코너

저항군의 실질적인 리더 존 코너 ⓒ 마스엔터테인먼트


가공할 물량의 컴퓨터그래픽으로 다시 돌아온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심판의 날' 이후 영화 속 디스토피아와 저항군의 분투기도 볼 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항군의 리더로 스카이넷 제거에 헌신하는 '존 코너'역의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배트맨 비긴즈>(2006)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보여준 고뇌하는 영웅상은 시리즈의 수명이 다한듯 했던 <배트맨>시리즈를 다시 살려놓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터미네이터>시리즈의 원조 감독격인 제임스 카메룬이 빠진 3편 이후 소재로서 수명이 다한 듯 했던 시리즈가 영화적 생명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면 아마도 크리스찬 베일의 내면연기가 한몫 했을 거란 판단입니다.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는 매우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인류로 구성된 저항군을 이끌어가야 하는 인물이지만 끊임없이 스카이넷의 표적이 되어 추적받고 있고 복잡한 출생과정과 어머니 '사라코너'로부터 남겨진 음성 메시지만으로 모든 일을 판단해야 하는 불안전한 존재입니다.

저항군의 존경받는 리더이지만 스스로 불안전하고 늘 생명의 위협을 받는 존 코너는 이전 슈퍼 히어로 영화의 영웅들이 겪고 있던 고뇌와 슬픔을 모두 안고 있는 배역입니다.

크리스찬 베일은 존 코너의 이중적인 캐릭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을 불어넣어 죽음의 공포로 불안감에 떠는 모습과 인류구원의 과업을 이루려는 결단력있는 지도자로서의 두가지 모습을 영화 속에 투영해 내고 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에 가려져 있지만 인간과 터미네이터 사이라는 혼란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해 낸 '마커스 라이트' 역의 샘 워싱턴 역시 이번 편을 단순히 터미네이터들의 화려한 움직임에 의존하지 않는 '의외'의 영화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흥행이 주목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을 두고 작품성을 논할 수는 없지만 절묘한 시각의 쾌감과 공포체험이 가득한 이 영화가 당분간 영화관에 많은 관객을 불러들일 것이라 봅니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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